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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호 Nov 12. 2019

너의 바다에 머무네





포카라에서 하는 일은 아이들이 학교 가는 길을 함께하고 다시 하교하는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는 일뿐입니다. 그리고 동네 마실 정도일까요. 매일 학교에 가는 건 아직 걸음이 느린 꼬마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함입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등굣길에 오르면 두 손과 양팔을 모두 내어주고 걷는 엉거주춤한 걸음새가 퍽 우스운 꼴이 되기도 했지만 꽃 길을 걸을 땐 원래 그런 모양새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귓가와 주머니가 아이들이 꺾어다 준 꽃들로 물들고 있었으니, 그건 정말 꽃 길이었는지도 모르죠.









언제나 늦잠을 즐기던 나는 그곳에선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아이들보다 설레며 학교 가는 길을 기다립니다. 책과 의자를 챙겨 마당에 나가 앉으면 아이들의 지저귐이 저 멀리부터 가까워져 왔습니다. 매일 아침 그렇게 책을 핑계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은 하나둘 달려와 아름다운 누군가의 사진을 바라보며 감탄을 쏟아 냅니다. 사진 속 입을 맞추는 연인들을 향해 손짓하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수줍음을 가리기도 하고, 작은 미소와 낯설지 않은 동물에도 커다란 웃음과 유쾌한 날갯짓을 펼치는 아이들. 그 중 가장 인기 많은 사진은 바다를 담은 사진입니다. 호기심으로 다음 장을 탐내던 아이들의 손짓은 한 번도 가 본 적 없던 바다 앞에서 멎습니다. 사진 속 일렁이는 파도를, 한없이 깊은 바다의 푸르름을, 저 멀리 수평선의 아득함을, 느려진 손길로 매만집니다.









사진 속에 아이들을 몰래 넣어 두고 상상합니다. 나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바다를 향하고 있습니다. 난생처음 마주한 바다 앞에서 누가 어떤 모습일까를 떠올려 봅니다. 어떤 아이는 앞다투어 달려가며 처음 본 바다로 뛰어듭니다. 어떤 아이는 그 뒤를 열심히 쫒아 뛰다 멈칫하고 멈춰서 두 발을 적신 채 첨벙대며 즐거워 하구요. 또 어떤 아이는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이미 맑은 두 눈을 더욱 반짝이고 있습니다. 곁에 있던 아이는 두 손을 더욱 꼭 쥔 채 함성 한 번 내지르지 못하고 속으로 커다란 감탄을 터트립니다. 그 감탄을 지켜주려 나도 손을 꼭 잡아줄 것입니다.


섬에서 자라고 고향을 떠난 후에도 자주 바다를 찾던 나는 그간 마주한 수많은 바다를 한 움큼씩 떠 아이들의 손에 쥐여 줍니다. 그 안에서 푸른 꿈이 마음껏 물결치기를. 바다를 꿈꾸는 마음처럼, 순수한 바람을 품고 살아가기를.









사진 속에 넣어 두었던 아이들을 다시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 안에, 나도 머물고 싶기 때문입니다. 곱게 포개어 품에 안고는 바다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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