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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호 Nov 13. 2019

아모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모스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입니다. 문 앞을 기웃거리고 있는 그를 불러들이면 해맑게 웃으며 들어와 책상 위에 올려둔 나의 물건들을 반짝이는 눈으로 만지작거리곤 했죠. 장난기 많은 아모스는 자주 주위를 시끌벅적하게도 만들었습니다. 어른들과 형•누나들은 때로 과하게 에너지 넘치는 그를 귀찮아하거나 잠시 외면하기도 했지만, 물론 아모스는 상처받지 않았죠. '이건 별론가, 그럼 이건 어때!' 하듯이, '어라~ 여기 더 재밌는 게 있네!' 하듯이, 다른 즐거움을 찾고 어느새 쾌활함을 이어갔습니다.


허허벌판에 남겨 두어도 땅을 파고 성을 쌓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 것 같은 아이. 혹 멀리 이사를 간다면 전학 간 학교에서 잠시의 어색함도 없이 새로운 친구들과 학교를 뒤집어 놓고 새로운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만들 것 같은 아이.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 히히-하고 웃던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시간이 흘러 목소리가 굵어지고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그를 만난다면, 여전한 모습일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자라나며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 시련과 상실에 웃음이 줄고 넘치던 쾌활함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럼 나는 간직했던 그의 웃음소리를 들려줘야지요. 그때의 아모스에게 지금의 그를 보여줘야겠어요. 이토록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을.










알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그에게 잊었던 유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들, 다시 그때의 마음을 되찾을 수는 없겠죠. 다만, 잊었던 과거 나를 만난다면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따스한 기운으로 마주한 누군가를 더 사랑할 힘도 얻을 수 있지 않을지요. 그저 조금 더 사랑하는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우리에게 바랄 수 있는 최선의 소망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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