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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호 Nov 13. 2019

슈밋

너는 왜 이렇게 아프냐





알고 있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삶이 아닐 거란 것을. 슈밋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 통하는 내 나라의 아이들 앞에서도 쩔쩔매고 어려워하는 내가,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건 고작 몇 마디뿐인 그의 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만 지켜줄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집을 나서 등굣길에 오르면 가벼워지던 그의 발걸음을, 가방을 메어야 더욱 높이 뛸 수 있던 쾌활함을, 같은 옷을 입어야 달리 보이던 반짝임을. 그런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자신이 없어집니다.









어제의 슈밋은 홀로 교복을 입지 않은 채 우리의 등굣길에 올랐습니다. 올해 학교를 옮겼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이미 지나친 그의 학교를 멀리 두고 함께 걷는 길 위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그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홀로 담장에 기대 고개를 떨구고 있는 슈밋을 바라봅니다. 어쩌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닐까. 다른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학교로 들어서도, 왁자지껄한 아이들 속에서도, 그의 얼굴이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그 쓸쓸한 표정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돌아온 거리에 슈밋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직장을 잃은 어느 가장의 모습처럼 거리를 배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도 그처럼 혼자되어 걷지만 걷고 걸어도 그와의 거리는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슈밋은 이제 잘 웃지 않습니다. 악동 같은 당돌함과 장난기 많은 웃음으로 언제나 친구들을 앞장서 걷고 뛰놀던 슈밋. 가장 가깝던 그가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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