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자기 계발을 은퇴합니다 (7화)
형, 이직한다면서요? 언제부터 준비하신 거예요?
그동안 바쁘게들 사느라 연락이 없던 동기들과 후배들이 소식을 들었는지 갑자기 연락해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생뚱맞게 금융권으로 이직한다는 이야기에 궁금하기도하고,
일부는 본인도 이직을 고민하는 중이라 진지하게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만나서 궁금해하는 건 거의 비슷했다.
① 무엇을, ② 얼마나 준비했고, ③ 몇 번의 시도만에 이직하게 된 것인지였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며 준비부터 대학원 졸업까지 4년 정도 걸려서 학위를 취득했고,
우연찮게 내 경력과 관련 전공을 뽑는 회사를 알게 되었는데,
한번은 떨어졌고 두 번째 시도 끝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혼자 고민해보았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자기 계발에 시간을 쓰며 얻은 결과물을 써먹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10년간 한 직장에서 일하며 정도 많이 쌓였는데 모든 걸 버리고 가려니 마음이 갈팡질팡 한 건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사람,
두 번째는 돈,
세 번째는 일(커리어)
좀 더 자세히 적어보면,
첫 번째, 일도 재미있고 급여도 적당한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미칠 것 같다.
→ 지금 회사와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회사로 이직
두 번째, 같이 일하는 사람도 좋고 일도 적성에 맞는데 급여가 너무 적다.
→ 같은 업무를 할 수 있는 기업 중 대기업으로 이직
세 번째, 사람들도 좋고 급여도 적당한데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지 모르겠다
→ 다니던 회사에서 다른 업무를 찾던가 아니면 다른 분야로 이직
세 가지 중 하나가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건 이 세 가지가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두 번째 세 번째 이유도 눈에 들어오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어느 날 3가지 신호에 모두 불이 들어오는 순간,
"펑"하고 이직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근데 난 이직이 왜 하고 싶었을까?
나의 경우는 3(일) - 2(돈) - 1(사람) 순서로 불이 들어왔다.
신입사원 때 부서장이 '자넨 오늘부터 여기서 이 일을 하면 되네'라며 면담도 없이 업무를 받았고 사실 내 전공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그래도 일에 재미를 붙이고 틈틈이 관련 공부도 하면서 조금씩 커리어를 쌓았고,
시간이 지나니 성과도 좀 나오면서 그럭저럭 내 적성에 맞나 보다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8년 차를 지나며 내 직급으로는 할 수 없는 업무에 대한 한계점을 맛보면서 재미가 급감하기 시작했고, 당시 석사과정 마무리 단계이기도 해서 기회가 되면 이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 회사 내에서 부서를 옮겨 다른 일을 해 볼까 찾아봤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란 곳은 경험치가 쌓인 나를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문제없이 잘 써먹어야 하기 때문에 굳이 기회를 줄 필요가 없었다.
나는 좀 더 다양하게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회사는 기회를 줄 생각이 없고,
좀 더 나이가 들면 이직도 어려울 테니 더 늦기 전에 한 번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두 번째, 급여는 한 직장에서 중간중간 진급을 하고 월급도 그에 맞게 조금씩 올랐었다.
'재테크까지는 못 하더라도 4인 가족이 먹고 살기엔 무난하다'라는 생각으로 큰 욕심이 없었는데,
회사에는 나보다 많은 월급을 받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무임승차에 가까운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고,
더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가 있다면 굳이 사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문제였던 사람.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에나 나랑 잘 안 맞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 안 맞으면 담을 쌓던가, 참던가 아니면 떠나던가 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몇 명 보았다.
그 중 한 사람은 지금 이직한 회사의 원서를 쓸까 말까 고민하던 시절 담당 팀장으로 온 임원이었는데,
덕분에 원서를 쓸 용기를 갖게 되었고 최종 합격 발표를 받고 나서 미련 없이 떠나보자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다니면 3/6/9 마다 고비가 온다고 한다.
작게는 3개월/6개월/9개월이고,
길게는 3년/6년/9년 때마다 이직을 고민을 한다고 하는데 내 경우도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
이직을 하고 5년 차를 보내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회사생활이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한다.
어디든 맘에 드는 게 있으면 마음에 안 드는 게 있기 마련이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직장생활을 쉬지 않고 한다면 대략 25년 정도가 MAX이다.
한 곳에서 계속 일한다고 좋을 것도 없고,
여러 곳을 옮겼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결국은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면 그만 아닌가 생각한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