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사람 살이

by 수경

겨우살이


참새가 살면 참새 둥지

까치가 살면 까치 둥지

둥지 안에

새끼 새들 바알간 주둥이로

먹이 달라 합창하죠

딱따구리는 속이 꽉 찬

나무 몸통 부리 쪼아 집 짓고

옛 초가집 처마 밑에는

지푸라기 진흙으로

제비집 지었어요.

​겨울에 훤한,

저기 나무 꼭대기는

누가 사는 집인가요?

노오란 열매 물고

새들 오고

새들 가지만

새들의 둥지가 아니랍니다.

다른 나무의 줄기에

자신의 뿌리를 꽂아

겨울에도 푸른 잎 달고

겨우겨우 사는

겨우살이랍니다.

​참나무 등에 업히는 겨우살이

겨우살이 등에 업히는 사람살이

아픈 사람 낫도록

약병 속 겨우살이가 익어갑니다.

​생명은 서로에게 조금씩

빚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특별한 우연을 계기로 나무 위를 삶의 터전으로 삼게 된 식물인 줄 알았습니다. 보도블록 틈의 마른 흙 위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먼지 뭉치에 뿌리를 내린 풀씨처럼 '우연'이 생명을 키운 줄 알았습니다.


바로 겨우살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겨우살이는 다릅니다. 겨우살이는 반드시 나무 위에서만 살아야 하는 식물입니다. 나무 꼭대기에서, 마치 까치둥지처럼 매달려 다른 생명에 기대어 사는 식물입니다.


가을이 되어 잎들이 하나둘 단풍으로 물들고, 그 잎들이 모두 땅으로 내려앉을 무렵 겨우살이는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름 내내 나무들의 잎사귀에 가려 보이지 않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아 사람들은 겨우살이에게 '동청'이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겨우살이가 반드시 나무 위에만 살아야 하는 이유는 혼자서 수분과 양분을 빨아올릴 수 없는, 유전적이고도 생태적인 특성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겨우살이는 광합성을 하지만, 다른 나무의 줄기에 뿌리를 박아 거기서 물과 양분을 얻습니다. 겨우살이는 그렇게 반은 기대고 반은 스스로 살아가는 '반기생 식물'입니다.


이토록 우연하고도 사소해 보이는 겨우살이는 우리나라에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유럽에서는 '미슬토'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말은 나뭇가지 위에 떨어진 새의 똥이라는 뜻으로, 이 또한 겨우살이의 생태적 특성을 잘 드러낸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우살이의 삶은 새의 똥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겨울에 열매가 익으면 겨우내 굶주린 새들에게 겨우살이 열매는 독보적인 먹잇감이 됩니다. 직박구리의 부리에 꼭 맞는 크기로 자란 열매는 직박구리의 소화관을 통과하고 배설이 되면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나게 됩니다. 씨앗의 끈적이는 점성은 최대 1m까지 늘어나는 특성이 있는데, 바람이 불면 공중에서 거미줄 같이 춤을 추다가 새로운 나뭇가지에 찰싹 달라붙게 됩니다. 그곳이 곧 새로운 삶의 자리가 됩니다.


어느 날, 약초병이 늘어선 약국 선반에서 겨우살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겨우살이는 특히 암치료 보조제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 속의 렉틴과 비스톡신이라는 성분이 면역력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심히 식탁 위의 계란 프라이를 보면서, 다른 생명에 의탁해 살아가는 저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무 위의 겨우살이, 그리고 겨우살이를 약으로 삼는 사람 살이. 모두가 서로에게 조금씩 빚지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빚지면서 모든 생명은 서로에게 닿아 있습니다.


#식물이야기 #겨우살이


나무위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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