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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윤 Aug 08. 2018

출판사에서는 내 원고를 읽어볼까?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작가과 출판에 대한 이야기

siso ·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정혜윤 지음


원고를 쓰고 나면 출판사를 선정하여 투고 메일을 보내게 된다. 투고 메일에는 원고와 더불어 원고에 대한 짤막한 기획안과 저자 소개, 목차 등이 기본적으로 구성되어 온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출판사의 답변을 기다릴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애가 타는지 사실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기획서와 원고를 읽어 보고 '복사+붙여넣기'가 아닌 회신을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Point.1 저자 소개

나의 경우에는 원고보다 저자 소개 글을 먼저 찾아서 보는 편이다.


스펙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인지가 궁금해서다. 보통 저자 소개라고 하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학력, 저서 정도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그런 틀을 깬 소개 글을 보내는 작가들도 있다.


예를 들면, 역경을 극복해온 스토리를 짤막하게 담는다거나 이렇다 할 스펙은 없지만 진심을 담아 자신이 작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적었다거나 혹은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이러저러한 미래를 만들어갈 인재라는 것을 어필한다거나 등등. 그런 글을 볼 때면 참 반갑고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다.


투고 원고들을 보다 보면 누군가 정해준 틀에 맞춘 듯한 획일적인 형식으로 기획안이나 소개 글, 원고 개요 등을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누군가의 가이드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것도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지원하려는 회사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똑같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50군데, 100군데 뿌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출판사에 따라서는 형식이 똑같든 말든 저자 이력이 빵빵하고 원고 내용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스펙이 화려한 사람보다는 매사에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 점차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좋다.



Point.2 기획안 & 목차

저자 소개 다음으로는 기획안과 목차를 본다.


어떤 콘셉트를 가졌는지, 타깃은 누구인지, 어떤 필요 때문에 이런 원고를 집필하게 되었는지, 작가는 출간 후 어떤 마케팅을 할 수 있는지, 목차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지 등을 살핀다.


기획안과 목차에서 대부분 원고를 읽어볼 것인가 말 것인가가 결정된다. 이는 큰 출판사나 작은 출판사나 마찬가지다.


원고를 읽기 전에 기획안과 목차에서 이미 편집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작가가 투고할 때 그 부분을 신경 써서 작성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oint.3 원고

기획안과 목차가 마음에 들면 가장 마지막으로 원고를 열어본다.


분량은 얼마나 되는지, 글은 어느 수준으로 수정하면 될지, 글이 술술 읽히는 편인지, 눈을 사로잡는 문장력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살핀다.


예전에 약간 당황스러운 투고를 받은 적이 있다. ‘첫 책을 출간해 보니 출판사에서 자신의 원고 전체를 갈아엎는 걸 보고 애써 원고를 써서 투고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며 콘셉트를 정해주면 자신이 거기에 맞춰 원고를 쓰겠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기획안도, 목차도, 원고도 없는 투고인데 무엇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모든 출판사가 그럴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원고가 있는데 콘셉트가 조금 약해서 보완해주는 취지로 출판사가 개입할 수는 있지만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데 콘셉트나 주제를 일일이 정해줄 수는 없다.


출판사에서는 보내온 원고 기획이 트렌트에 맞는다는 판단이 들면 원고의 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편집부에서 어느 정도 핸들링할 수 있고, 제목이나 부제 정도는 완벽히 작가가 정해두지 않아도 출판사에서 여러 안을 생각해보고 작가와 함께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애초에 콘셉트나 주제가 없는 원고는 사실상 출간을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출판사에서는 엄밀히 말하자면
모든 투고 원고를
다 읽어 보지는 못한다.


기획안과 목차를 중점적으로 훑어보고 마음에 들면 원고까지 면밀하게 검토해보는 것이 순서다.


간혹 원고를 빼고 기획안과 목차만 보낸 후 마음에 든다는 회신을 주면 원고를 보내겠다고 말하는 투고 메일도 종종 받는데 뭐 나쁘지는 않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디어 도용 우려 때문이라고 하지만, 계약서 없이 해당 원고를 출판하거나 표절하는 것은 엄연히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어쨌든 투고를 할 때에는 명확한 콘셉트와 주제를 표현하고 저자 소개와 마케팅 계획 등이 담긴 기획안과 목차를 빠짐없이 신경 써서 보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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