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과 현생사이

기억을 더듬다

by 재재형제맘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바로 나 같은 사람?

드라마에서 처럼 전생에서의 원한을 현생에서 푸는 그런 전생은 아니지만...


나는

출산과 육아 전의 삶이 전생같이 아득하다.


강남역 7번 출구

잠실역 교보문고

혜화동

회기동


모두 내가 전생 때 활개(?)치며 다니던 곳이다...

지금은 회기동은 안 가본 지 10년이 넘었고...

혜화동은 서울대 병원 갈 일이 있을 때 가보고...

잠실역 교보 문고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의 서점은 쿠팡 서점으로 대체했다고나 할까?)

강남역 7번 출구... 와~ 너무 오랜만에 읊어 보는

'강남역 7번 출구 시티극장 앞'

설렌다...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따스한 햇볕에

20대인 내가 시티 극장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한참 공부할 때는 강남역 6번 출구...

직장인들이 슈트를 입고 브리프 케이스를 들고

구두소리 또각거리며 커피 한잔 손에 들고 거닐던 테헤란로...


머리 질끈 묵고 입시모드였던 나는

더없이 초라해 보였지만 언젠가는 이 길을

나도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 거닐어야지 하는 꿈을 안고

통대 입시를 준비했었더랬다...(통대 졸업 후 그 꿈을 이루었었다.)


모의시험 결과가 안 좋거나 생각보다 공부가 잘 안 될 때는

운동화를 신고 테헤란로를 쭉~~~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잠실까지 간 다음 버스를 타고 집에 갔었다.

이어폰을 꽂고 영어 방송을 들으며 쉐도잉을 하며

누가 봤으면 이어폰 꽂고 영어로 솰라솰라한

머리에 꽃만 안 꽂은 정신 나간 사람으로 오해했을 법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에겐 꿈이 있었으니까...


터벅터벅 운동화 소리가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한 나...


그런데


투닥투닥

'엄마~~~!!! 형아가 나 꼬집었어~!!'

'엄마~~~ 얘가 내 거 먼저 부수었단 말이야~!!'

티격태격 형제의 난 중재가


내 현생이다...


현생에는 이름 없는 재재형제 엄마 모드

어딜 가면 아줌마 모드...

동네에는 언니모드(늦게 결혼해서 애들 또래 엄마들보다 항상 언니다.)

경력이 단절되어 다시 떠오르고자 발버둥 치는

on and off 프리랜서 번역가 모드


다양한 모드를 휙휙 바뀔 수 있지만

정작 전생의 '나' 모드는 없다


현생의 '나'는

전생을 기억해 그때의 '나'를

되살리고자 애쓰고 있다.


다시 번역 습작을 시작하고

영어 방송을 들으며 쉐도잉을 하고

그때의 친구들을 한 명씩 소환해

만나보고...


멋진 커리어 워먼이 되어 있는 그녀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축하하며

나도 다시 그 궤도에 올라가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해진다.


사실 '엄마모드'에서 다시 프로페셔널 모드로 가려니

오글거리기도 하다...


`밥 먹어~

좀 치우자~

숙제해~

샤워하자~

이빨 닦자~

자자~'


아이들의 기본 생활 습관을 위해 아이들과 하는 일상 대화인데

갑자기

통번역사 OOO입니다.

하다가 갑자기

'그랬구나~' 마음 읽기 모드가 튀어나올까 봐 두렵기도 하다.


엄마, 아줌마, 언니, 번역가 모드를 바삐 넘나드는 '나'이지만
정작 원래 '나'모드는 아직 어색하다.


그래도 괜찮다.

그 연결을 잊지 않기 위해.

그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전생과 현생 사이를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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