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엄마모드의 한 주
비 오는 토요일
무난했던 일요일 오전
지난 몇 주는 엄마의 통번역사 모드로 바쁜 날들이었다는 걸
애들이 본능적으로 알아챈 걸까?
주말 오후쯤
분명 오두방정과 열정사이를 오가며
잘 놀던 큰 아이가 갑자기 차분해지면서
조용하길래 이마에 손을 데어 보니 뜨끈뜨끈했다.
그리고는 일요일 내내
콧물도 안 나고
기침도 안 나고
열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다
형아가 안 놀아 준다며
자긴 이제 누구랑 노냐며
떼쓰던 둘째도 저녁부터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밤새 괜찮아 지기를 빌었지만
월요일 등교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 재어 보니
둘 다 38도 정도로 열이 슬슬 오르고 있었다.
'둘 다 오늘 학교 못 가겠다'
라고 하며 나는 속으로 울상이었지만
애들은 웃상이었다.
이렇게 이번 주는 프리랜서 엄마의
프리하지 않은 한 주가 시작되었다.
틈틈이 강의 듣고
번역 테스트 문의 들어와서 번역하고 보내고
Economist 기사 하루에 한 개씩
독해, 정독 및 번역하기
분야별 어휘 정리(정치, 경제, 테크놀로지... etc)
공부한 기사 오디오로 계속 들으며 머릿속에 집어넣기
쉐도잉 하기 등등...
틈새 시간을 활용해 공부했다.
하지만 한글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분야별 어휘 정리할 때 영어 기사와 관련된 글을 찾아
한글 표현들을 익혔다.
아이들이 아픈데도...
삼시 세끼 챙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프리랜서 모드를 유지했다...
수요일부터 학교를 보내고
비가 부슬부슬 오던 목요일 아침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며
분명 애들 교문 들어가는 거 까지 보고 집에 왔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학교 보건실에서 전화가 왔다.
큰 아이가 학교 건물 들어가는 길에 넘어져서 팔이 다쳤다고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찍어봐야 할 것 같다고...
학교에 가보니 아이는 아프다고 눈물범벅이고
팔은 붕대에 감겨있고...
병원에 가니 다행히 골절은 아니고
넘어지면서 디딘 손목에 무리가 가서
심한 근육 파열이라고 해서
물리치료 후 반깁스를 하고
학교를 다시 들여보냈다...
독한 애미 같으니라고
아픈 애를 학교에 다시 들여보내다니...(근데 이미 이틀을 질병으로 결석을 했던 터라)
그리고 2시간 뒤 담임 선생님이 사진과 함께
전화를 주셨다.
반깁스를 한 부목에 부품 일부가 부러져서
새 부목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아들아~뭐 하고 논거니?)
담임 선생님과 통화하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젠 헛웃음이 났다.
회사 안 다니는 엄마만이 대응할 수 있는
일련의 일들의 연속이었다.
사실 여건만 된다면 고정급이 들어오는
인하우스가 하고 싶은데...
이러한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프리랜서 밖에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문득 다른 워킹맘들은 어떻게 회사 맘 놓고 다닐 수 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일들이 허다할 텐데...
주변 도움 없이는 애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회사에서 발만 동동 구르기만 할 듯한데...
제 코가 석자인 아직 프리한 프리랜서 엄마가
다른 워킹맘 걱정을 하고 있다.
수입이 들쑥 날쑥한 프리랜서 워킹맘은
고정급이 없는 대신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저학년 아이들을
직접 돌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사실 하나에도 감사해야지...
요즘 내게 주어진 모든 여건들이 감사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정체기라도...
아직 온보딩 된 플랫폼 메일함이 조용하더라도
불안하더라도 내가 아이들 옆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