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기관 보육
2020년 3월, 한해의 중요한 계획들이 바쁘게 논의되는 주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찾아왔다. 일하는 부모로서 유일한 걱정은 보육 공백이었다.
유행이 본격화되던 때에도 동네에는 확진자가 없어서 어린이집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휴원을 피할 순 없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긴급 보육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 속, 평소보다 조금 일찍 데리러 가면서 선생님들께 드릴 스콘과 마카롱을 사 갔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선생님의 손에 봉투를 들려드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이를 포함해서 3명이 등원을 한다고 했다.
역병의 습격으로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너도나도 가정보육을 하던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를 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나머지 두 아이들 부모의 마음을 생각했다.
다행히 재택이 가능한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한동안은 재택근무하며 혼자 아이를 보았다. 아이만큼 중요한 건 없었기 때문에 그랬다.
각오는 했지만 메일을 읽고, 메신저에 답장하는 것 외엔 근무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일을 시작했다. 종일 제대로 일하지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재택근무 할 수 있어서, 아이를 내가 돌볼 수 있어서, 그나마 많이 바쁘지 않은 시즌이라 감사했다.
하지만 애써 가정보육을 하는 와중에도 코로나 확산세는 꺾이지 않았고, 업무를 아이가 잠든 밤으로 미루는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재택근무와 가정보육이 공존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남편과 번갈아 휴가를 써가며 아이를 돌보기도 했지만 어린이집 방학을 위해 휴가도 아껴 써야 했으니 맞벌이 부모에게 남은 선택지는 긴급 보육 외에 없었다.
아이를 감염 위험에 노출하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어린이집이 휴원을 해도 출근은 쉴 수 없고, 생계는 출근에 달려있었다.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역병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팬데믹 1년 반 만에 국내 일일 확진자 2,000명이 넘었다.
이번 주에는 어린이집을 통해 정부의 가정보육 권고 안내문을 2번이나 받았다.
“되도록 가정보육 해주세요. 긴급 보육은 정말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활용해주세요.”
안내문에서 의미하는 ‘되도록’, ‘불가피한 긴급 상황’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알록달록한 A4 안내문 한 장 앞에 앉아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 죄책감에 느릿느릿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등원 가방을 쌌다.
안내문을 만들어 보내는 정부 부처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되도록’이라는 말을 이렇게나 쉽게 쓸 일이었을까. 안내문을 받아보면 없던 방법이 생길 줄 아는 걸까. 아니면 일을 그만두라는 걸까.
코로나19 상황 장기화로 어린이집 보내는 부모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긴급 보육을 신청하는 마음은 무겁다.
“요즘은 몇 명이 등원하나요?”
휴원 명령이 떨어지고 긴급 보육 체제로 바뀔 때마다 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쭤본다.
정말 필요해서, 다른 방법이 없어서 쓰는 건데 우리는 ‘긴급 보육’ 앞에 작아진다. 안타깝게도 우리 부부는 가정보육이 ‘되도록’ 만드는 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기관에 보육을 맡기는 맞벌이 부부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건강 문제로 가정보육을 해야 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둔다. 감기라도 걸리면, 열이라도 나면 생활의 모든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평소에도 아이의 건강에 예민하게 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긴급 보육이라도 신청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정부의 안내문대로 ‘되도록’ 맞벌이 생계도 유지하며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보육 방법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