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밤 Jul 20. 2021

워킹맘에게 '포기'가 필요한 이유

시간 거지 워킹맘을 위한 3가지 체크리스트

C Program 엄윤미 대표님과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님이 진행해주셨던 <워킹맘 부트캠프 시즌 2>를 통해 깨달은 바를 정리했어요. 짧다면 짧은 5번의 세션 동안 나의 삶을 돌아보고 정비해서 실행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경청하고 아낌없이 조언해주신 멋진 워킹맘 선배 두 분과 세션 참가자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워킹맘 동료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시즌2를 함께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스페셜 땡스 투: 부트캠프 참가비를 지원해주고, 세션 시간 동안 아이를 온전히 맡아준 남편)



ⓒ pixabay




“무엇을 더 포기할 수 있나요?”

자투리 시간을 꽉꽉 채워 쓰고 있지만 여전히 시간이 부족한 것 같다고 고백하는 나에게 돌아온 질문은 “무엇을 더 포기할 수 있나요?”였다.



'네? 친구들과의 만남, 커리어 성장을 위한 교육 및 네트워킹 기회, 책 읽을 시간, 여행지의 감성 숙소를 예약할 자유, 아무 생각 없이 쉴 시간까지 포기했는데, 더 포기해야 한다고요? 이 정도도 충분하지 않나요?'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니까요. 별밤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우선순위를 세워보고,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선순위’라는 말이 나오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한테 제일 중요한 건 뭐지? 아이? 남편? 커리어? 휴식? 물음표가 백만 개로 늘어난 순간이었다.





'갓생'의 탈을 쓴 '욕심'을 인정하기

원하는 걸 모두 다 할 수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지 못하고 동동거리며 살았다. ‘무엇을 포기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내 목숨과 바꿔도 아깝지 않은 사랑스러운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도 내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안함을 숨길 수 없었고, 일을 하면서도 직접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그래. 언제나 불안했다. 매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생각만 했지, 그 이유가 ‘충분히 포기하지 않아서’ 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한정된 시간 내에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다 이루겠다는 건 ‘성실함이 아니라 욕심’이란 걸 고통스럽지만 인정해야 했다. 대신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이었다.



일주일 간의 시간을 기록한 후,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시간 거지에서 탈출하기 위한 체크리스트 3가지를 정리했다.





[시간 거지에서 탈출하기 위한 워킹맘에게 필요한 3가지 체크리스트]


1. 추가 시간 확보가 가능한지, 그 시간을 확보하려면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도움을 요청할 것.

2. 최선을 다해 시간을 쪼개 쓰고 있음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삶의 우선순위에 맞춰 전략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것.

3.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욕심임을 인정한 뒤 어떤 시간에 대해서는 충분히, 더 포기할 것.




아이를 낳은 것도, 지금의 직장을 다니는 것도 결국 나와 남편이 '선택'한 삶의 형태다. 아이가 없던 몇 년 전에도,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차다고 얘기하고 다녔다는 걸 고려한다면, 나는 확실히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일주일 간 구글시트에 정리했던 나의 1주일. 조정이 어려운 시간, 조정이 가능한 시간으로 나눠 컬러링을 했다.




포기,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있는 삶을 위한 필수조건

대개 포기는 나약한 것으로 비치며, 그 잣대는 ‘엄마’라는 존재에게 더욱 가혹하다. 커리어를 포기하고 아이를 돌보는 전업 엄마에게도, 아이와의 시간을 포기한 워킹맘에게도.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포기’는 사뭇 달랐다.



일단 아이의 컨디션에 모든 게 달린 평일 저녁 시간과 주말엔 나를 위해 뭔가 하겠다는 마음을 완전히 버렸다. 둘 다 가질 수 없다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는 게 좋겠고, 아이 컨디션은 내가 최선을 다해도 언제나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나만의 시간을 사수하고 싶어 늘 불안했던, 더 포기하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신기하게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마음에 평화를 되찾았다. 혹 아이가 일찍 자서 덤으로 내 시간이 생기면 그땐 감사히 그 시간을 즐기면 됐다.



퇴근 후 아이와 떠난 짧은 여행




그리고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 내에서 내가 세운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을 전략적으로 배분했다. 출퇴근 및 점심시간에 늘 독서 관련 활동을 하던 나는, 일부 시간을 나의 1순위 단기 목표였던 이직을 준비하는 데에 사용했다.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기 위해 큰 덩어리 시간이 필요할 때는 남편에게 사전에 공유하고 시간을 확보했다.


(* 나는 실제로 세션이 진행되는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후 이직을 시도했고, 최종면접까지 - 결국 불합격했지만 - 보았다. + 실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현업 실무자의 인터뷰도 2건 진행했다.)   



포기, 그리고 우선순위에 맞는 시간 운용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나 또한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고서야 충분히 포기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일주일 간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기록해보면, 낭비되고 있는 시간은 언제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도움을 누구에게 요청해야 할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고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시간을 확보했다면, 작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뭐든 시작해보면 좋겠다. 작은 성취를 쌓다 보면 계속해나갈 힘이 생기고, 큰 성취의 기반을 다질 수 있으니까. 워킹맘들에겐 그런 경험이 더 많이 필요하다.



부트캠프를 마치면서 내 삶은 나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과 내가 속한 가정, 일터가 함께 고루 공존한다는 걸 온몸과 마음으로 깨달았다. 내 시간을 포기하는 것도 결국 내 삶을 위한 것이라는 걸.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워킹맘들에게, 아니 모든 엄마들에게 포기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우리 존재 화이팅!

이전 08화 의사선생님이 집안일을 줄이라고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