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나는 많은 것을 잃고 많은 것을 잊었다.
깨지고 부서지고 덜어낸만큼 한껏 작고 초라해졌다.
그리고 볼품없지만 아마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제 막 여름으로 들어서는 날.
아직은 이르다 위태롭다 말을 들었지만 개의치 않기로했다.
나는 조금 흐릿한 눈으로 빛나는 해를 마주할것이고
작지만 가벼워진 걸음으로 한걸음 나아갈것이다.
혹시 다시 주저않더라도
나는 고개를 들어 흐린눈을 고쳐뜨고 금새 해를 찾을것이고
작고 가벼워진 몸을 금방 일으켜 세울수있을것이다.
뜨겁고 짙고 무섭도록 무성한
이 푸르른 여름을 살아내기로 했다.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생각한 여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