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밥상에는 계절마다 과일이 올라왔다. 차례상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나는 반찬 곁에 과일이 산만큼 쌓여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집에서 자랐다.
여름이면 수박이나 참외가 한가득 올라왔고 가을이며 배나 감이 때때로 포도가 별일 없는 계절에는 사과가 올라와있었다. 그리고 종종 멜론이랑 파인애플이 올라왔다. 무겁기도 무겁고 껍질을 벗기기도 칼로 베어내기도 힘든 이 과일을 엄마는 꽤나 자주 낑낑대며 사들고 와 한참을 씨름하며 가지런히 썰어 내어 주었다. 오늘도 엄마는 양손 가득 무겁게 멜론을 끌어안고 돌아왔다. 썰어놓은 멜론을 별말 없이 집어먹으면서도 속으로는 새큼한 자두를 그리워했다.
입안 가득 겉도는 이 과도한 단맛을 누그러뜨리는 새큼하면서도 달콤한 자두가 먹고 싶었다.
여름이면 자두를 한가득 담아 끌어안고 앉은자리에서 아삭아삭 잘도 베어 먹었다. 자두 물을 뚝뚝 떨구며 잘도 씹어 먹고는 커다란 씨앗을 사탕처럼 입안에 돌려가며 종일 물고 다닐 만큼 자두를 좋아했다.
이 맛난 걸 애석하게도 가족 중 누구도 좋아하지 않아 엄마의 장바구니에 자두가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어느 날 퇴근길 집 앞 마트에서 자두 몇 알을 골라 들어 봉투에 담아 들었다. 옆자리 멜론보다 값도 싸고 들기도 훨씬 가벼운 자두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걷다가 왈칵 눈물이 났다. 자두가 들어있는 봉투가 너무 가벼워서 눈물이 났다. 나는 애도 아닌데 오늘도 자두가 없다고 엉엉 울었다. 왜 한 번도 자두는 없냐고 예닐곱 살 어린아이처럼 나는 가는 길을 멈추고 엉엉 울었다.
그 시절 울지 않고 버티던 그 꼬마가 오늘에서야 나와 내 옆에 앉아 같이 울었다.
그리고 그날도 엄마의 장바구니에는 자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멜론은 언니가 좋아했다. 이후로도 자두가 밥상에 올라오는 일은 없었다.
나는 이 계절에도 자두를 찾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