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깨다 반복하는 수준을 지나 밤새 단 5분도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을 일주일 넘게 겪으며 정신이 피폐해져 간다. 10시에 무조건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뒤척임을 반복하다 뜬 눈으로 아침을 맞는 기분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다. 우유에 꿀을 듬뿍 넣어 따뜻하게 마셔 보아도 멜라토닌이 함유된 약을 먹어보아도 별 소용이 없다. 예전에 잠시 먹었던 수면제는 끔찍했던 두통의 기억으로 좀 더 미뤄보자는 마음이지만 이대로라면 수면제 처방을 받아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특별한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작스러운 불면증이 난감했다. 조금씩 잦아들던 갱년기 증상이 다시 심해지는 느낌인데 아무래도 이 불면증이 갱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소화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제대로 먹질 못하니 체중이 감소하고, 갑자기 오르는 열로 식은땀이 순식간에 차오르는 증상들이 심해지면서 급기야 불면증으로 이어진 것 같다.(부정맥 증상까지 합세) 이런 증상들을 다스리려면 호르몬제를 먹는 게 도움이 될 것인데 자연의 순리로 살겠다는 고집으로 호르몬제 투약을 거부했건만 이 상태로는 버티기가 힘들 것 같아 산부인과 예약을 잡았다.
몸이 조금씩 무너지니 마음이 온전한 자리에 있질 못한다. 걱정의 자리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예민함과 날카로움이 삐죽이 솟는다. 첫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 때 도움을 받았던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뜸도 떴다. 무엇보다 한의사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이 참 위로가 되었다. 섬처럼 외롭게 떠 있다 느껴지던 불면의 시간을 겪으며 온전하지 못한 이들의 마음자리를 살피게 된다. 괜찮을 거라는 말 한마디를 전하면서도 내 마음의 무엇이 함께 전달되는지,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공감하면서 말에 실어야 하는지 자문하며 매일 저녁 스르르 잠들던 그 당연한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실감하며 주변에 널려있는 '감사'의 조각들을 하나 둘 모으며 별을 헤는 마음으로 잠을 청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