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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인 Oct 09. 2023

순례하듯, 프로방스

_프롤로그

       

프랑스 남쪽, 남프랑스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간절한 로망이다. 누구는 라벤더 향에 이끌리고, 누구는 고흐를 그리워하며 가고, 누구는 그 푸른 바다를 낀 도시들을 찾아간다. 프로방스라고도 불리는 지역을 품고 있는 프랑스 남쪽을 잠시 걸었다. 걸은 건 잠시지만 그리워한 건 오래되었고, 그리워하며 생각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더욱이 그 땅은 그 자체로도 무수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서 끝없이 이어지는 길들이 한없는 생각의 이정표가 되어주곤 했다. 



우연히 가게 되었다. 그 우연한 초대에 함께했던 시간은 조금 쓰라렸다. 사실이 그랬다. 몇 명 되지 않는 동행의 인솔자가 그날그날 그때그때 하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데로 향하는 마부였다. 같은 마차에 올라탔으니 가자는 대로 하자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원하는 것들을 요청하기도 했고 뜻밖의 선물 같은 여정도 있었다.



아무튼 그 가을, 조금 우울했던 프로방스의 시간은 이미 흘러갔고 그 기억은 내 안에 씨를 뿌리고 있었다. 그것이 슬픔이든 상처든 내 안에서 푹푹 썩어서, 뜨겁게도 썩어서 겨울이 지나니 다시 그리움이 움트고 푸른 갈망이 타올랐다. 산다는 게 참 공교롭지 않은가. 무엇도 흔쾌히 주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양약고구라고, 쓰디쓴 것들은 어디에든 쓸모가 있는 것 같다. 추억도 그렇다. 어쩌면 낫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되씹고 돌아보면서 용서하고 화해하고 정이 들기 때문일까? 



‘순례하듯 프로방스’라고 했지만 프로방스 얘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프로방스적 프랑스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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