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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일기 Aug 24. 2024

X가 감옥에 갔다.


X가 감옥에 갔다. 

그 당시 X가 경찰에 의해 수갑을 차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우리는 늘 그렇듯 함께 출근하던 길이었다. 경찰은 아침부터 X가 집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X가 문 밖을 나서자마자 5명의 경찰들은 X를 둘러싸며 관련 법규를 읽음과 동시에 X를 체포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황당해하며 묻는 나에게 경찰은 사생활보호를 위해 부인인 나에게조차도 관련 사항은 말해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경찰들은 X를 끌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경찰 한 명을 붙잡고 제발 어떻게 된 사항인지 좀 알려달라고 이대로만 못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증거 수집을 위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나는 바로 회사로 출근했으면 좋겠다고 하며 퇴근 후에 관할 경찰서로 와달라고 말했다. 


그랬다. 나는 당장 출근을 해야만 했다. 이제 막 이직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됐고 지금 내가 여기에 있어봤자 경찰은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X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그가 몸이 아파 오늘 출근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고 나는 서둘러 출근했다. 무슨 정신으로 그날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채 그저 보통의 날처럼 일을 하고 또 일을 했다. 그리고 6시가 되자마자 재빠르게 관할 경찰서로 달려갔다. 


X는 꽤나 이름 있는 회사에 잘 나가는 개발자였다. 성실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으며 어리숙하지만 일을 참 잘했다. 우리는 결혼한 지 이제 3년 반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X는 그동안 어떤 불법적인 일도 한 적이 없었다. 술 마시는 것보다는 컴퓨터와 노는 것을 더 좋아했기에 늘 퇴근 후에도 바로 집으로 와 일을 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 순수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X를 열심히 찾았다. 안내해 주시는 분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X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었다. 안내인을 따라간 그곳에서 나는 간단한 내 인적사항을 적고 유리문이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 앉았다. X다. 유리문 너머로 X가 죄수복을 입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X는 핸드폰을 포함한 모든 소지품은 다 뺏긴 상태라고 했고 증거물로 집에 있던 컴퓨터와 프린터는 압수되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제대로 설명 좀 해달라고 울부짖는 나에게 X는 자신이 아무 잘못도 없다고 믿어달라고만 말을 했다. 끝끝내 X는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계속 내가 울고만 있으니 경찰 한 명이 지금 당장 변호사를 선임해야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제야 나는 이 일이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을. 하루 만에 다 해결될 일이 아님을 말이다.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나는 바로 지방에 있는 시댁 어른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아들이 지금 경찰서에 붙잡혀있고 변호사가 급하게 필요하다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그들에게 나는 X가 입을 다물고 있어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시점에 서울에서 일하고 있었던 시아버지가 이야기를 듣자마자 경찰서로 단숨에 날아왔다. 그리고 그는 아들을 면회함과 동시에 바로 변호사를 구해보겠노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긴장감이 풀렸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불을 다 끄고 멍하니 방안에 앉아 허공을 보며 울었다. X의 책상은 엉망으로 되어있었고 경찰들은 모든 것을 가져갔다. X는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걸까. 연애 및 결혼 생활 포함해 나는 장장 5년 동안 X를 봐왔다. 나는 X에 대한 진짜 모습을 몰랐던 걸까. 아니면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덮어두었던 걸까. 대체 X는 무슨 일을 한 걸까. 나는 X를 믿어도 되는 걸까.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Hasan Alm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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