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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일기 Aug 25. 2024

X가 감추고 싶어 했던 것


X를 보기 위해 매일 경찰서에 갔다. 하루가 다르게 그는 초췌해져 갔다. X는 쉽게 풀려 나오지 못했다. 상황이 급박한지라 시아버지는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변호사를 즉시 선임했다. 시아버지조차도 X가 어떠한 이유로 경찰서에 있는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X는 자신의 아버지에게조차도 입을 다물었다. 지방에서 시어머니와 X의 동생이 올라왔다. X를 면회하자마자 모두가 대성통곡을 했고 이는 분명 오해일 것이라고 가슴을 쳤다. 죄수복에 덥수룩한 수염, 멍한 눈동자, 헝클어진 머리카락, 덜덜 떨고 있는 손가락 등 X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확실한 죄수였다. 우리는 X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담당 교도관이 이야기하기를 X는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매일 울어댔다고 했다. 너무 많이 울어대니까 교도관이 진정하라면서 반성문이나 쓰라고 했다고 했다. 실제로 X는 경찰서에 있는 동안 매일 연필로 반성문을 썼다. 그리고 그 반성문은 후에 나에게 전달됐다. 모든 사람에게 다 미안하다고 새까맣게 반복해서 적은 깜지 형식의 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마침내 변호사가 경찰서에 도착했다. 그는 X와 일대일로 면담했다. 그리고 변호사는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시아버지와 나에게 설명했다. X는 1년 전 호기심에 지폐를 만들었다. 구글에서 만 원짜리 모양의 이미지를 찾았고 집 프린터로 A4용지에 앞뒤로 인쇄했다. 당연하게도 그 모형 지폐는 엉성했고 그 어디에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조잡했다. X는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자신이 만든 지폐를 과연 사용할 수 있을지. 이 조잡한 지폐를 어디에서 몰래 사용해 볼 수 있을까. 그는 머리를 썼다. 


그는 퇴폐 마사지 업소에 갔다. 일단 그는 업소 마담에게 현금으로 돈을 주고 마사지를 받으며 베트남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그 후 X는 베트남 여성에게 팁으로 위조지폐를 주었다. 당연히 그 여자는 그 어두운 곳에서 그 지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감사하다며 그대로 그것을 받아갔다. 그러나 그 여성은 후에 그 지폐가 가짜인 것을 알았고 그 지폐는 사용되지 않은 채 버려졌다. 그 말인즉슨, 실제로 바깥으로 유통되는 일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베트남 여성은 불법체류자였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지폐에 관해 신고할 수 없었다. 경찰은 물론 업소 마담에게조차도. X는 그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X는 1년 동안 그것을 반복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X가 몇 번을 그렇게 반복했는지. 단지 사용되었던 위조지폐 금액만 기억에 남는다. 다 합쳐서 대략 23만 원 정도. 1년에 걸쳐서 그런 행동을 해오다가 경찰에 잡히기 한 달 전, 그는 새로운 마사지 업소에서 다시 시도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베트남에서 갓 건너온 새로운 마사지사는 한국 지폐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팁으로 받은 위조지폐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다 덜미를 잡혔다. 시장 상인은 그 즉시 경찰에게 신고를 했고 경찰은 사건을 추적하다가 그 끝에 X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영장을 받고 우리 집에 찾아온 것이었다. X를 잡으러.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Denis Olive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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