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말을 듣자마자 시아버지와 나는 어이가 없었다. 30대 중반의 대기업을 다니는 내 자랑스러운 아들이 초등학생도 안 할 짓을 하다니.. 시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폐 위조는 국가의 근간을 흔든다고 하여 기본 징역 5년 이상이라고 했다. 해서도 안되고 생각해서도 안될 일을 저지른 것이 바로 X였다. 나는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화를 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지폐 위조와 외도라는 죄가 하나로 묶여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시아버지는 내게 앞으로 변호사가 X에 관한 서류를 요청하면 너는 그것만 준비해 주면 좋겠다고 나머지는 자신이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허탈했다.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모든 재정과 더불어 은행 계좌까지 내가 전부 관리하고 있었으니 X가 그런 돈을 썼다면 나는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X는 늘 체크카드만 사용하며 별다른 일에 돈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지폐 위조는 또 무엇인가. 우리는 남부럽지 않게 돈을 벌고 있었고 여행도 자주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풍족했다. X는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든든한 남편이었다.
바로 경찰서로 달려가 접견신청을 했다. X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리고 울부짖었다. 대체 왜 그랬냐고.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냐고 우는 나에게 X 역시 울며 너무 미안하다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나는 X에게 당장 이혼하고 싶다고 나는 너와는 더 이상 못 산다고 소리 질렀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X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 지금까지 속았다는 배신감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X 앞에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감정을 추슬러야만 했다. 앞에 닥친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 X를 일단 빼내야만 했다. 왜 위조를 했냐고 묻는 나에게 X는 심심해서 장난 삼아했다고 했고 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고 했다. 걸려도 단순 벌금으로만 끝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성매매 역시 회사일로 인한 스트레스, 나와의 크고 작은 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풀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한숨이 나왔다. 죄인지 아닌지를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지능을 가진 자가 진짜 내 남편이었던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외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내 남편이 맞았나 싶었다.
그다음 날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다시 한번 아들의 접견신청을 했고 기본 5년 이상의 징역을 살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성통곡을 했다. 우리 잘난 아들이 컴퓨터를 너무 잘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고 했다. 이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고 울었다. 변호사는 X가 초범인 데다가 전문적으로 행해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도 있다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안심시켰다.
그때부터였을까. 모든 비난의 화살이 나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왜 X가 잡혀 들어갔을 때 진작 자신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느냐며 미리 연락했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거라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내 업보니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라고 했다. 성매매 역시 다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 역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투로.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그러니까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내 눈앞에서 보고 있었다. 내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 Live Ri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