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냉장고 앞 파란 탁자가 펼쳐지면

을지로프로젝트_#6.세운3구역 화성다방 골목 구멍가게

by 정지현


을지로의 작은 다방이나 구멍가게들은 나름의 영업구역이 있고, 그것이 함께 살아남는 을지로 골목의 상도의(商道義)라고 들었다.

을지로3가 화성다방 골목의 작은 구멍가게.

담배 정도나 팔 것 같은데 간판은 <양푼이 김치>,

텅 빈 냉장고 위에는 <옹기종기 포차> 표지판,

골목을 향한 미니 선반에는 김치통일 지 모를

플라스틱통과 빈 소주병 하나.

설마 김치가게는 아닐 테고

냉장고 앞 접혀 있는 파란 탁자가 펼쳐지면

양푼냄비에 끓여낸 라면과 김치를 안주로

둘 셋 둘러 앉아 소주한 잔 기울이는 그런 풍경일까.

남쪽은 매화에 벚꽃이 난리라는데

오늘 서울은 겨울처럼 추웠다.

그 바람을 맞고 걸으며 드는 생각.

을지로 인생에 대해 아는 건 일도 없는 주제에

구경꾼처럼 잠깐 들러 그리고 잡문이나 끄적거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쳐 생각한다.

도시도 ‘생물’이라 나 같은 초짜도 스며들어

서툴러도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계속 버티어 내고 굴러갈 에너지를 얻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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