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프로젝트 7 _ 세운3구역 , 3월 어느 밤의 을지로골목
을지로의 밤이 궁금했다.
3월의 마지막 금요일, 약속을 일부러 을지로로 잡았다.
저녁 손님을 마무리 중인 몇몇 식당을 빼고는, 셔터가 내려진 골목은 고요했다.
밤공기는 아직 차가웠고, 그림에 넣지 않았지만 머플러 휘날리며 가로등 아래 그림이 된 남녀는
그 옛날 이덕화와 임예진의 청춘영화처럼 어딘가 로맨틱하다.
전혀 다른 모습인데 왠지 96년 가을, 유럽 배낭여행 중 바람이 몹시 불던 파리의 건널목에서 마주쳤던,
버버리 자락 휘날리며 내일 곧 죽을 연인처럼 끌어안고 지나가던 한국인 커플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한국인이 드물었고, 분위기가 너무 세기말적이라 잊히지 않는다.
목공소 카페 주인장은 자리를 비웠고 아르바이트생과 친구들이 서빙 중.
감자튀김에 대동강 페일 에일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도 노래는 계속 김광석이다.
거리는 한산하고, 어두운 조명에 유리문 뒤 풍경은 연탄창고, 노래는 김광석...
잠깐이지만 세상과 단절된 느낌. 여러 날 이렇게 있으면 바깥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겠구나.
젊은 아이들은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