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 안방마님은 나야!

을지로 프로젝트_#4. 세운3구역 을지다방, 응접실다방

by 정지현

일단 마음이 방향을 정하면 대상이 궁금해지는 법이다.

을지다방.

토요일 아침 10시가 약간 넘은 시간. 문은 열려 있었다.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처음으로 을지다방 계단을 올라갔다.

출입문 오른편이 카운터와 주방, 가스난로 위에는 주전자가 끓고 있다.


자리를 잡고 둘러본다.

오래된, 그러나 정갈한 인테리어. 낡았지만 경쾌한 분위기.

내 집이었으면 열 번은 버렸을 테이블과 레자 의자는 몇 년쯤 된 것일까?


다방 주인분과 아마도 이 골목 공구상인 듯한 아저씨 한 분이

재개발로 딱한 상황이 된 골목상인 이야기로 뜨겁다.

그때 또 한 사람의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가 올라온다.

철부지 막내동생 대하는 듯한 여사장님의 간단하고 도도한 인사.

“응. 어서 와.”

찰나의 포스로 알았다. 이 분이 이 구역 안방마님이심을.

수십 년 들락거리며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공구거리 사람들은 손님이 아니라 동지들임을.

제대로 차 값 받는 손님은 아마 뜨내기 외지인들뿐일 것이다.


을지다방을 나와 내친김에 지난주부터 점찍어 둔 응접실 다방까지 들러본다.

허름한 입구와 다르게 내부는 정갈하다.

거리로 향한 창문으로 흠뻑 들이치는 빛이 참 좋구나 생각한다.

신나게 질주하다 문득 힘이 빠지고 사는 게 지겨워질 때 한 박자 쉬어 가는 쉼터이리라.

'이별의 부산정거장'이 흘러나오고, 기다려도 주인은 오지 않는다.

차 배달 가셨나, 마실 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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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3구역 응접실다방 입구(2019.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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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실다방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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