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싯돌을 때리는 소리라도 꾸준히 내왔더라면
스무 번째 편지
이게 대학교 다닐 때 샀던 우쿨렐레야.
사자마자 동아리방에서 신나게 연습했었는데
동아리 관두고서는 연습할 곳도 사라지고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몇 번째 악기였을까.
생각해보니까 난 늘 악기 욕심이 있었더라.
평생 나랑 같이 놀 수 있는 하나의 악기를 찾아서 이것저것 찔러보고 다녔는데
피아노, 하모니카, 온갖 기타-베이스, 클래식, 어쿠스틱- 그리고 드럼, 우쿨렐레.
그리고 생각만해보고 시도는 못해봤던 오카리나와 각종 국악기들.
특히 해금, 대금은 꼭 배워보고 싶었어.
이번달에는 칼림바를 하나 들여올 작정이고.
다른 사람들도 살면서 이 정도의 악기는 만져보고 찔러보고 그럴까?
이중에 나 정말 잘해, 말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건 좀 애석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부지런히 쏘다닌 모양새다.
원할 때마다 독대할 수 있는 악기가 있다면 조금은 위로를 얻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나봐.
그래서 완벽한 악기를 찾아 헤맸어.
매력있는, 입문하기 쉬운, 그렇지만 어느정도 난이도를 익히는 재미가 있는, 가격이 저렴한, 이동이 편리한, 층간소음으로 말썽이 생기지 않을...
내가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사이에 완벽한 악기는 저 멀리,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은 물건이 되어버리고 말았어.
부싯돌을 때리는 소리라도 꾸준히 내왔더라면 지금은 짧은 가락이 되었을 텐데.
나는 스스로 위로해주는 일조차 뒤로 미루면서 살아왔던 건 아닐까.
먼지 쌓인 우쿨렐레를 어떻게 닦아야할지 감도 못 잡다가, 그러다 곧 배송이 시작될 칼림바를 생각하다가 주절주절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