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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Feb 06. 2021

다시 시작해보려고

스물다섯 번째 편지

생각해보면 넌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내 전화를 대신 낚아채 누구와 통화하는지 네 귀로 듣기 전부터도

넌 내가 사랑에 빠져있고, 그 때문에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테니.

그래서 그게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걸 거야.


넌 조금만 집중하면 누구의 목소리든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지?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가끔은 네가 부러웠어.

그 사람은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거든.

우리는 답도 없이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는 법이 없었어.

늘 잠시 타올랐다가 이내 헤어졌고, 그는 잊힐 즈음이면 찾아 와 다시 시작하자고 했지.

그럼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렇게 했어. 가끔은 며칠 씩이나 심통을 내면서도 그렇게 했어.


아버지에게 편지를 부친 지 2년 만에 집으로 돌아간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어. 잘해낼 리 없겠지.

너처럼 경청하는 능력을 가지고 싶어 ... 그런 뜻은 아냐. 

난 여전히 서투르게 말하고, 그 마음을 꾹꾹 눌러 편지를 쓰고, 네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다시 시작해보려고. 

매번 듣던 말인데, 난 어디 말할 곳이 없다.

지난 기억은 흐리게라도 재생할 수 있는데 지난 목소리는 그게 되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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