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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Feb 07. 2021

어쩜 이렇게 몽글몽글한 하루가 다 있냐

스물여섯 번째 편지

네가 도착하기 17분 전!

오늘은 어쩐일인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서 

그 기분 핑계 삼아 좀 일찍 나왔어.

난 알람음을 부드러운 음악으로 해놓는 편인데, 왜냐면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는 건 기분 나쁘거든.

특히 오늘처럼 스르르 잠에서 깨는 날은 부드러운 알람이 효과 만점이야. 눈을 뜨기 전부터 기분이 좋으니까.

더도 덜도 말고 딱 적당히 피로가 가신 아침, 여유롭게 나갈 준비를 하고

비싼 토스터기마냥 쓰고 있는 에어프라이어에 빵을 몇 개 넣었어.

나 사실 빵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이 집 빵은 진짜 맛있어.

밤새 따끈해진 방구석에 앉아 쏟아지는 아침뉴스를 보면서 요기를 했다.

난 뉴스를 보는 일 자체가 좋아. 

내게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게, 스스로에게 그런 시간을 준다는 게 조금은 숨통 틔우며 살고 있구나 싶어서.

그리고 널 만나러 여기까지 오는데 지하철도, 신호등도 다 착착착 내 걸음에 맞춰주더라고.

랜덤으로 틀어둔 이어폰 속 음악도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어. 

우리 꼭 와보기로 했던 이 카페도 제일 마음에 드는 자리가 딱! 비어 있더라고. 

어쩜 이렇게 몽글몽글한 하루가 다 있냐.

덕분에 뭐에 홀린 사람처럼 콧노래 부르면서 너한테 편지도 쓰고 말이지. 

온우주한테 말해야겠어. 오늘 내 기분은 '좋음'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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