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ley Feb 16. 2021

왠지 선배는 뭐든 알고 있을 것 같아

스물여덟 번째 편지

왠지 선배는 뭐든 알고 있을 것 같아.

그래서 힘이 들고 막막할 때는 선배 생각이 나요.

알고 지낸 지 십 년이 다 되어가서, 만날 때마다 서로의 나이를 헤아리는데

선배는 그럴 때마다 아직도 그거밖에 안 먹었냐며 놀라잖아요.

나는 그럴 때마다 새삼 거리감을 느끼면서도

어릴 적부터 참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그런 운 하나 정도는 내게도 있었구나 생각했어요.


만약 요즘 같은 때라면 선배는 어떻게 하겠어요?

지구가 터지거나, 내가 증발하거나 둘 중 뭐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꾸 들 때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나는 홀로 가만히 고민하다가

선배라면 어땠을까도 상상해봤는데

이제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처음엔 강하고 멋지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요즘은 한없이 기대고 싶어요.

마음 같아선 틈나는 대로 아주 가볍고 쓸모 없는 얘기를 늘어놓고 싶어요.

물론 그 어떤 것도 행동으로 옮기진 못하지만, 그냥 생각만으로도 위로가 돼요.

그래서 괜찮아요.

이전 27화 고개도 들지 못하고 필기만 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