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편지
그 피자 먹었어?
가끔씩 물어보고 싶어.
내가 작년 이맘때쯤 카톡으로 보내 준 기프티콘 있잖아.
그거 라지 사이즈 아니었나? 라지가 좀 더 비싼데. 그거 나름 맛있다고 유명한 피자던데. 콜라도 같이 주는 거였을걸? 큰 걸로.
남들은 무슨 피자냐고 할 거야.
아프고 힘든 사람에게 왠 피자냐고 하겠지.
그래서 나는 더 으쓱으쓱했어.
언젠가 크게 아파서 밥도 제대로 못 먹던 당신이 배달시켜 먹은 게 피자였다는 걸,
그것만이 아니라 아프면 피자를 먹고, 그러면 힘이 나더라는 걸 아는 건 나뿐이었으니까.
산적 같던 그 떡대가 잔뜩 움츠러든 걸 도저히 못보겠더라고.
당신 때문에 곤란해진 내 사정을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이상하게 당신만 보면 농담이 먼저 나오고 마음이 시큰해져서.
그렇게 장성한 어른이 되도록 아름다운 꿈을 꾸는 당신이 멍청하고 고마워서
엄청 고심하며 고른 거라구. 그거.
진심을 꾹꾹 담은 장문의 카톡을 곁들여 쓰면서
나는 당장이라도 마주 앉아 같이 피자를 먹고 싶었어.
모두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먹으면서, 나는 끝도 없이 생색을 내면서,
그러다 눈을 마주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금방 올 줄 알고.
이제 와 밝히지만 그건 너무 많이 아픈 나를 달래려는 선물이었어.
멀지 않은 날에 웃으면서 나를 다시 만나줄래?
어디 적어두지도 않은 이 말이 당신에게 닿길 바라며 보내는 편지였어.
당신이라면 알아 보지 않을까, 그런 말도 안되는 헛된 기대를 하면서 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