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잠을 자느라 종일 누워만있었어. 그 사이 눈이 내렸나보더라. 문득 엄청나게 눈이 쏟아졌던 그 날이 떠올라 편지를 쓴다.
너는 눈이 싫다고 했지. 얼면 미끄럽고 녹으면 지저분하다고. 그런 너와의 첫 여행에서 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졌으니, 내가 그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넌 모를거야.
혹시라도 네가 불편할까봐 널 차에 모시고, 실내에 넣어두고 고이고이 여행을 다녔다. 하얗고 예쁜 눈만 너의 눈동자에 담기길 바라면서 그렇게. 너는 미안한듯이 웃으면서 '그래도 오늘 내린 눈은 좀 마음에 드는데'라고 말했지. 그게 무슨 엉터리 같은 소리냐. 나도 덩달아 바보같은 웃음을 지어버렸다.
사실 눈이 내릴 때마다, 널 생각하고 또 편지를 썼어. 한번도 전한 적은 없지만. 널 떠올렸어.
우리의 지난 마음은 얼어버린걸까, 녹아내린걸까.
아직까지도 질척이는 내 모습을 보면 적어도 내 마음은 녹아버렸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