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편지
잘 들어갔어? 나 집에 들어오자마자 뻗어서 방금 전에 일어났어.
8시간짜리 낮잠자고 자니까 다시 잘 시간이야 ㅋㅋ 근데 방금전에 하품한 거 있지... 이 정도면 무섭다.
나 진짜 오랜만에 쇼핑한거야. 특히 너랑은 정말, 이렇게 돌아다닌게 몇 년 만인 지 모르겠더라.
요즘은 온라인 쇼핑을 훨씬 많이 하기도 하고, 사실 우리 둘 다 쇼핑 자체를 즐기는 편은 아니니까. 만나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일은 잦았어도 무언가를 구경하고 만져보고 사는 건... 진짜 언제가 마지막인 지 모르겠네. 아, 혹시 두 시간 짜리 쇼핑인데 내가 너무 난리법석인 건 아니겠지...? 그래도, 진짜 드문 일이잖아.
또 열심히 벌어서 필요한 물건이 생겼을 때 같이 나가자. 돈 쓰는 건 늘 재미있어.
마지막에 네가 만지작거렸던 옷, 한 번은 입어보라고 할 걸 그랬나봐.
남은 겨울동안 바짝 입어야 뽕뺄 수 있는 옷인데. 마침 네가 러닝에 재미 들렸기도 하고, 추울 때 걸치기엔 딱 좋아보였거든. 우리 일주일만 고민해보고 자꾸 어른거리거든 곧장 출발하자. 분명 괜찮은 소비일거야.
나 또 졸려. 이제 체력과 시간을 지출할 때 느껴지는 부담감이 장난 아니다.
피로 없이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때는 언젠가 지나가버렸나봐.
그래도 일요일 저녁이니까 이렇게 잠들면 안되겠지? 어떻게든 맥주 한 캔에 영화 한 편은 임무완수해볼게.
푹 자고 내일도 열심히 돈 벌어보자!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