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편지
팀장님, 잘 지내시죠?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셨다는 소식 들었어요. 지옥에서 탈출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가끔씩 생각이 났는데, 심지어 카톡에 생일 디데이 뜬 것도 봤었는데 정신차려보니 해가 지나갔더라고요...? 늦었지만 생일도 축하드려요. 진짜로 축하드렸어요. 헤헤
딱 작년 이맘때쯤이네요. 회사생활로 힘들어하던 저를 어여삐 여기시고, 세심하게 신경써주신 거 잊지 않고 있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든든했고요. 막판에는 퇴사한다는 저를 어르고 달래서 팀까지 바꿔주셨죠. 한 달 남짓 이었지만 팀장님네 막내로 있던 그때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운이 맞아서 처음부터 함께했더라면 참 좋았겠지만요. 음...그건 또 아니었으려나요?
탕비실에서 내려주시던 커피가 처음엔 어색하고 잘 구별도 안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제가 핸드드립커피를 기웃거리고 있더라고요. 특히 향긋하고 기분이 좋았던 시다모와 아리차, 카페에서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커피 한 잔에 추억이 깃들고, 그 때문에 웃을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해요. 그저 한 모금인데.
눈 내리는 이 겨울에 방구석에서 드립백을 내리다가 팀장님 생각이 나서 주저리 써보았습니다. 조만간 팀장님 회사 근처로 찾아뵐게요. 저랑 맛있는 것 먹고 맛있는 커피 마셔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