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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Mar 06. 2024

#2.아이도 초1이 처음이기에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믿었을 때, 비로소 허점이 보인다.

분명 아이의 입학식 준비물을 챙기던 날,


나는 연필 4자루와 빨간 볼펜. 네임펜과 지우개와 자가 든 필통을 가방에 넣어서 보냈다.


그런데 입학식을 치르고 온 아이의 가방을 살펴봤더니


아이가 필통을 가방에 넣어서 가져오지 않았다.


아이에게 필통을 학교에 놔두고 온 것이냐고 물으니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나는 내일 교실에 가면 사물함과 책상 서랍을 잘 찾아보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여분의 다른 필통에 부랴부랴 필기구들을 챙겨서 가방에 넣어 보냈다.




그 다음 날, 


학교를 다녀온 아이에게 조심스레 필통의 행방에 대해서 물었으나


아이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어디갔는지 모르겠어. 잃어버렸나 봐. 안 보여.'



순간 가슴이 따끔거렸다.


아주 조금은 아이에게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어째서 자기 물건을 똑바로 야무지게 챙기지 못하는 걸까.


그러나 애써 그런 속내를 감춘 채 아이에게 부드럽게 타일렀다.


다음 번에는 물건을 잘 간수하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그래놓고 보니,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이제서야 아이의 새 필통에 15센치 자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


따지고 보면 나도 얼마나 '허술한' 엄마인가!


아마 담임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를 보고 엄마가 집에서 잘 안 챙겨줬노라고 속으로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다..ㅠㅠ


학기 초부터 거슬리는 아이가 되고 싶진 않았건만.


새삼 아이탓만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다시 교단에 서게 되었을 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와 학부모님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뭐든 직접 경험해보는 게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기에 가장 좋은 것 같다.



이전 01화 #1. 입학을 준비하는 엄마의 손길은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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