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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Mar 07. 2024

#3. 아이도 적응하느라 나름 애쓰고 있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어느덧 입학식을 하고 4일째다.


이제 아침에 아이는 그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분주히 준비한다.


아이는 전과 달리 혼자서 학교 갈 준비를 착착 하고,


아침밥도 매우 잘 챙겨먹는다.


그리고 본인이 활동하기 편한 옷을 골라서 제법 번듯하게 갖춰 입는다.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아이 손을 붙잡고 즐겁게 학교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아이는 이제 등굣길이 익숙한지 제법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나는 마음이 앞서서 저만치 앞으로 달려가는 아이를


여유롭게 적당한 거리에서 떨어져서 걷는다.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이가 날 원하면


얼른 몇 걸음 달려가서 곧바로 아이를 붙잡을 수 있는 거리.


어쩐지 이 정도의 거리가 


이제 초등학생이 된 나와 아이에게 딱 적절한 거리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가 있는 교실의 본관동이 보이자,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아이에게 넌지시 당부를 건넨다.


-엄마가 오늘도 마중나가긴 할 건데,


혹시 엄마가 기다리는 장소에 없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학교 정문쪽으로 걸어나와.


그리고 우리 집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와.


그러면 돼 ^^-


그러자 아이가 내게 정문이 어디인지를 두 어차례 확인하더니


씩씩하게 학교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점차 멀어져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향해 


혹시나 아이가 뒤를 돌아볼까 싶어서


활짝 웃으면서 열렬히 손을 흔들었다.


-네가 앞만 보고 걸어가다 잠시 멈춰서도 괜찮아.


그러다가 두려워져서 다시 뒤돌아오고 싶어도 괜찮아.


엄마는 여기 서서 널 기다리면서 널 응원하고 있을게.


그러니까 힘내.-


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그렇게 또 초등 새내기인 우리 아이의 하루가


여물어간다.


나도 초등학생 학부모로서 하루 더 경험치가 쌓였다.


언젠가는 


이 모든 순간들이 다 지나간 추억이 되어


가만히 떠올리면서 덤덤히 미소를 지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지금 내가 느꼈던 이 감정들을 생생히 기록해두고 싶다.


난생 처음 초등학생이 된 아이와, 학부모가 된 나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때론 부끄럽고 실수하기도 했던 그 모든 순간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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