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기도...

- 2025년 6월 13일 금요일 -

by 최용수

♡ 가브리엘 포레(Gabriel Urbain Fauré, 1845~1924)

<'레퀴엠' 중 '자비로우신 예수' Op. 48-4 /Requiem, Op. 48-4. 'Pie Jesu'>


* 그림 이미지 : <한국에서의 학살>(1951), 파블로 피카소


https://www.youtube.com/watch?v=OOvyjk8qgRQ&list=RDOOvyjk8qgRQ&start_radio=1


제 국제뉴스에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로 구호품을 싣고 가던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탄 요트가 이스라엘 군에게 나포돼 툰베리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 중 일부는 추방되고 일부는 추방을 거부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대원들의 끔찍한 습격 사건(당시 축제를 즐기던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이 살해당하고 251명이 인질로 잡혀갔었다.)에 대한 복수로 가자 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지상군을 동원한 전투를 벌여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 2만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유엔과 세계 각국의 구호단체 물품의 반입마저 막아서자 세계 각국은 비인도적인 행동에 분노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요지부동이다. 하마스의 잔인한 습격사건이 현재 이 끔찍한 전쟁의 발단처럼 보이지만, 사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을 빼앗아 그들의 정착촌을 넓혀왔고 종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완전히 이 땅에서 축출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보복과 살인이 반복되는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역시 어린아이와 여성들이었다. 하마스는 여성과 어린아이들을 방패 삼아 이스라엘군에 대항하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이런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살인 전쟁을 결코 멈출 생각이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벌써 3년을 넘기면서 점차 민간인과 공공시설에 대한 공격까지 늘어나며 서로 돌이킬 수 없는 분노의 골짜기로 들어서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NATO 가입을 희망했다는 이유로 시작된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만 벌써 13,000 명에 이르고 양국 병사의 사상자만 100만에 다다르고 있다. 자국 영토의 20% 이상을 러시아에 빼앗긴 우크라이나에게 더 이상 전쟁을 위한 지원이 힘들다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강요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에서는 강력한 불법이민자 단속에서 시작된 연방정부(트럼프 대통령)와 주정부(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배스 LA시장)의 충돌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주지사의 동의 없이 주방위군까지 투입돼 시위가 진압되자 이민자 단체들은 물론 미국의 각종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당장 내일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벌어질 워싱턴 DC에서의 군대 열병식에도 시위가 예고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진압을 예고하면서 미국은 지금 폭풍 전야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전쟁과 안타까운 희생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 금요일 아침...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추모와 평화에 대한 희망을 담아 포레의 『레퀴엠』 중 '자비로우신 예수'(Pie Jesu)를 선곡했다.




'레퀴엠(requiem)'은 라틴어 'requies'에서 유래한 '안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가톨릭 교회에서 주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미사음악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미사곡의 제일 처음 나오는 입당송(Introitus) 가사의 첫마디가 'Requiem æternam(영원한 안식을) …'으로 시작되었던 이유로 진혼 미사곡을 통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전통적인 가톨릭 교회의 레퀴엠은 미사의 시기와 장소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기도문과 전례문을 뜻하는 '통상 부분(Ordinarium)'과 전례주년(대림, 성탄, 사순, 부활절 등)과 성인의 기념일, 이외 특별한 일정에 따라 바뀌는 기도문과 전례문을 뜻하는 '고유 부분(Proprium)'으로 나뉜다.


통상 부분은 1. 자비송(Kyrie eleison)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2. 대영광송(Gloria in excelsis Deo) -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3. 신경(Credo) -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또는 사도신경, 4. 거룩하시도다(Sanctus) -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5.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구성되고,


고유 부분은 1. 입당송(Introitus): 죽은 이의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과 빛을 청하는 곡, 2. 화답송(Graduale): "Requiem aeternam"(영원한 안식을), 3. 연송(Tractus): "Absolve Domine"(주님, 용서하소서) 또는 "De profundis"(깊은 곳에서), 4. 부속가(Sequentia): Dies irae(진노의 날) - 최후의 심판을 노래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5. 봉헌송(Offertorium): "Domine Jesu Christe"(주 예수 그리스도여) - 죽은 이의 영혼을 하느님께 바치는 곡으로 구성된다.


가톨릭 교회에서 부속가 'Dies Irae(진노의 날)'은 전통적인 레퀴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는데, 이 곡은 프란치스코회 수도사 첼라노 사람 토마소가 지었다고 알려진 라틴어 찬송가로, 늦어도 13세기부터 불려진 것으로 보인다. 가사는 구원받을 자들은 천국으로 가고 구원받지 못할 자들은 영원한 불길 속으로 던져지는 심판의 날 마지막 나팔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모차르트와 베르디의 레퀴엠에서 이 부분이 특히 유명하다.(우리에겐 CF에도 가끔 들어서 익숙한 베르디의 레퀴엠 중 '진노의 날' 을 들어보자)

https://youtu.be/cHw4GER-MiE?si=EjONu7mLbi_odVvN


포레의 레퀴엠은 기존의 가톨릭 교회의 레퀴엠과는 다른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포레는 '진노의 날(Dies Irae)'을 생략하고 대신 오늘 소개하는 'Pie Jesu'를 삽입했다. 이러한 선택은 당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포레 레퀴엠만의 독창성을 만들어낸다. 포레의 레퀴엠은 모두 7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입당송과 키리에(Introit et Kyrie): 금관의 무거운 전주로 시작하여 죽은 이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한다.

2. 봉헌송(Offertoire): 죽은 자의 영혼을 죄와 지옥에서 구해달라는 기원문이다

3. 상투스(Sanctus): 하프와 바이올린 반주로 천상의 세계를 그린다

4. 피에 예수(Pie Jesu): 소프라노 독창으로 이뤄지는 가장 아름다운 악장이다

5. 아뉴스 데이(Agnus Dei): 가요적인 선율로 구성된 합창곡이다

6. 리베라 메(Libera me): 바리톤 독창으로 영혼의 구원을 갈망한다

7. 천국에서(In Paradisum): 기쁨으로 죽음을 맞이하려는 작곡가의 의도가 담긴 마지막 악장이다


'자비로우신 주 예수여'라는 뜻의 'Pie Jesu'는 포레 레퀴엠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악장으로 현악기의 피치카토 반주와 함께 소프라노 독창이 애절하면서도 절제된 감정으로 죽은 이의 안식을 노래한다. 이 악장의 가사는 매우 간결한데, "Pie Iesu Domine, dona eis requiem"(자비하신 예수여,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의 반복되는 구조다. 포레는 이 부분에서 여성 독창자를 선호했는데, 호흡 조절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레의 레퀴엠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아마도 1998년 테런스 맬릭 감독의 영화 《씬 레드 라인(The Thin Red Line)》일 듯하다. 이 영화에서는 포레의 레퀴엠 중 'In Paradisum(천국에서)'이 사용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과달카날 전투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전쟁이 닥치기 전 남태평양 섬에서 아이들이 평화롭게 놀고 있는 장면에 포레의 'In Paradisum(천국에서)'이 흐르면서 전쟁의 참혹함과 대조를 이룬다. 최근 넷플릭스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도 'Pie Jesu'가 사용되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s89MCDC5Y0&list=RDxs89MCDC5Y0&start_radio=1


포레가 레퀴엠 작곡을 착수한 때는 그의 부친이 사망했을 무렵인 1885년 부터였다고 하는데 이해 7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1887년 새해 전날에는 어머니마저 잃으며 그는 큰 상실감을 겪어야 했다. 이 시기 포레는 파리 마들렌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당시 프랑스는 제3공화국 시대로 독일과의 전쟁으로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었던 데다 교회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포레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포레는 이런 상황에서도 작곡과 연주 활동을 이어가며 오히려 음악적으로는 큰 자산을 쌓아가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포레 자신은 레퀴엠의 성공 이후 작곡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제 레퀴엠은 어떤 특별한 이유로 쓰인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할까요!"라며 쿨하게 작곡의 이유를 말했다고 하는데, 이 당시 음악에 대한 포레의 열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포레는 1871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이후 프랑스 음악계가 독일 음악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음악적 르네상스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데 카미유 생상스가 1871년 2월 창설한 소시에테 나시오날 드 뮤지크(Société Nationale de Musique)에서 포레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Ars Gallica(프랑스의 예술)"라는 모토 아래 새로운 프랑스 음악 어법의 개발을 주도했다. 이 운동은 독일의 형식주의에 대항하여 섬세함, 우아함, 뉘앙스를 중시하는 프랑스적 특성을 강조했고, 후에 드뷔시와 라벨의 인상주의 음악의 토대가 되었다.


■ 레퀴엠의 7번째 곡으로 영화《씬 레드 라인(The Thin Red Line)》에 쓰인 'In Paradisum(천국에서)'을 영화 OST 버전으로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765902Tra6M


■ 포레의 레퀴엠 전곡은 앙드레 코르보즈(합창단)과 미쉘 코르보즈(오케스트라) 지휘로 1972년 파리에서 녹음된 연주버전으로 감상해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flboe048gn4



♡ 담쟁이 덩굴


- 공재동


비좁은 담벼락을

촘촘히 메우고도

줄기끼리 겹치는 법이 없다.

몸싸움 한 번 없이

오순도순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진초록 잎사귀로

눈물을 닦아주고

서로에게 믿음이 되어주는

저 초록의 평화를

무서운 태풍도

세찬 바람도

어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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