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세계'는 끝나는 건가?

- 2025년 6월 16일 월요일 -

by 최용수

♡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1685~1759)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 HWV 7a/ "Lascia ch'io pianga" from 『Rinaldo』, HWV 7a>


* 사진 이미지 : "평화"라는 꽃말을 가진 '샤스타 데이지'(Shasta daisy, 여름 구절초)

* 출처 : Unsplash의 micheile henderson


https://www.youtube.com/watch?v=u-74WzKsFzI (카운터 테너, Philippe Jaroussky)


지난 6월 13일 새벽 이스라엘의 이란 내 핵시설 공습으로 촉발된 분쟁으로 주말 내내 전 세계의 시선이 중동으로 쏠렸다. 치열한 공방전(거의 일방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끝에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자신들의 대응 공격도 멈출 것이라고 교전 3일 만에(우리시각 오늘 새벽)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성명을 내놓았지만 이스라엘은 오히려 추가공습을 예고하는 등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 의해 방공시설이 거의 궤멸된 듯한 이란으로서는 테헤란 상공이 이스라엘 전폭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에서 그들이 입은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확전 여력은 부족해 보인다.(여전히 파괴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은 제외하더라도 지상의 핵연료 농축시설과 관련 부대시설들이 파괴되었고, 핵 개발 핵심 과학자 9명 사망, 혁명수비대 총사령관과 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군수뇌부 상당수가 사망하며 인명 피해가 무려 사망 128명, 부상 900여 명에 이르고, 원유 저장소와 정제시설까지 일부 피격돼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이스라엘 또한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사망 13명, 부상 380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오늘 아침 6시 현재)


세계 각국은 이번 이스라엘의 자위적(!) 선제공격에 대해 여러 가지로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당장 아랍 국가들의 경우, 그동안 미국의 대 중동정책의 결과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 노력이 진행되어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연한 UN회원국이자 이슬람(비록 종파는 다를지라도) 형제국인 이란에 대한 예고 없는 침략에 분노하면서도 즉각적인 비판 이외의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이스라엘 영토 내 팔레스타인 자치국가 수립)없이 이스라엘의 국가 인정은 어렵다는 사우디아라비아에겐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 한 켠에 중동의 패권자 이란의 핵무장 우려를 덜었다는 점과 더불어 중동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는 이란과 그의 전쟁대리 세력(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후티반군)이 약화됨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중동질서를 구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사실 이번 이스라엘 군사행동의 방조 내지는 동조자로서 이란과의 핵협상이 실질적으로 물 건너 간 상황 - 2018년 미국의 트럼프는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합의한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실질적을 막을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탈퇴, 이란의 핵 개발을 부추긴 면도 있다 - 에서 실제 핵무기 제작이 가능한 우라늄 농축이 임계치에 이러렀다 보고 공공연히 이란의 핵시설 파괴에 대해 경고한 바도 있었다. 따라서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상황을 지켜보며 멀게는 이란의 정치체제 재편까지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과 달리 자신들에게 통보조차 없이 세계 경제를 혼돈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군사행동이 못내 불편하지만, 이 사태에 개입할 실질적인 힘과 능력도 없다는 점에서 좌절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금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 상황을 보면서 이제 정말 '평온한 세계'가 끝나는 건가? 가뜩이나 우리 에너지의 92%를 떠맡고 있는 중동의 불안한 정정은 당장 우리나라에 어떤 피해를 가져올 건가" 하는 복잡한 심경에 오늘 아침은 어떤 음악도 썩 마음내키지 않는다.

그러다 여름을 재촉하는 스산한 빗방울이 마치 희생자들의 생기잃은 눈물같아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를 골라 듣다가 마음이 먹먹해진다.




하필 오페라 『리날도』의 배경이 11세기 제1차 십자군 원정 당시의 예루살렘이다. 십자군 전쟁은 훗날 역사가들에게 종교전쟁을 빙자한 유럽의 가장 치욕스럽고 탐욕스러운 전쟁으로 평가되지만 그나마 1차 십자군 전쟁(1096~1099년)은 실제 '성지 회복'이라는 종교적 신념과 목표를 달성한 유일한 전쟁으로 당시 유럽에서 명성이 높았던 레몽 백작, 고드프루아 공작, 보에몽 공작 등이 이슬람의 사라센 제국과 맞서 1099년 7월 예루살렘을 수복했다.


바흐와 함께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 헨델은 1685년 지금의 독일 할레 지방에서 태어났다. 이 지역을 관할했던 작센 선제후국의 외과의사였던 아버지 게오르크 헨델은 음악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는 아들 헨델을 할레 대학의 법학부에 입학시켜 버렸다. 하지만, 그의 아들 헨델은 숨겨진 음악 재능을 감출 수 없었는지 법학 대학을 그만두고 할레 대성당의 오르간 주자로 취직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뜻이 아닌 자신의 꿈과 재능을 쫓아 본격적인 음악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선진 음악의 중심이었던 터라 헨델은 21살이 되던 1706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다.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닌 4년 동안 헨델은 피렌체, 로마, 나폴리, 베네치아 등을 돌며 이탈리아 음악의 정수를 경험하게 되는데, 당시 명성을 떨치고 있던 A. 스카를라티(Alessandro Scarlatti), D.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 가스파리니(Gasparini)로부터 오페라, 오라토리오, 실내 칸타타, 협주곡, 독주 소나타, 트리오 소나타 등의 작곡기법을 제대로 배우게 된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이탈리아 유학 중에 두 편의 오페라 '로드리고'(1707, 피렌체)와 '아그리피나'(1709, 베네치아)를 쓸 정도로 뛰어났는데, 두 작품 모두 성공하면서 일약 그의 이름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에까지 알려지게 된다. 특히 오페라 '아그리피나'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27회나 무대에서 공연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런 성공에 힙임어 헨델은 1710년 하노버 선제후(훗날 영국의 조지 1세)의 궁정악장으로 발탁된다. 그리고, 그해 말 그는 휴가차 영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이 여행은 헨델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당시 영국에서는 1701년 조반니 보논치니의 오페라 '카밀라'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탈리아 오페라와 성악가들의 인기가 높아져 이탈리아어 오페라가 오페라의 기준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런던의 초기 오페라들은 대부분 개작과 모방작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신작을 쓸 수 있는 작곡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영국을 방문한 헨델에게 이러한 영국 음악시장 상황은 그에겐 더없는 기회였다. 영국으로 건너온 다음 해인 1711년, 헨델은 토르콰토 타소(1544~1595)의 서사시 《구원된 예루살렘》를 이탈리어 대본 작가 조코모 로시에게 의뢰해 받은 『리날도』의 대본을 바탕으로 2주 만에 3막 구성의 오페라를 완성한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오페라를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이전에 썼던 멋진 선율들을 『리날도』에서 재활용했기 때문인데, 오늘 소개하고 있는 아리아 "울게하소서"의 선율 또한 헨델이 1705년 오페라 '알미라'에서 사라방드로 처음 사용한 적이 있고, 1707년 오라토리오 '시간과 진실의 승리'에서도 똑같은 아리아로 사용된 적이 있다.)

이렇게 완성된 오페라 『리날도』는 헨델의 영국에서의 첫 상연작품이 되었고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헨델은 영국 앤 여왕의 눈에 들게 되고 이후 그녀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여러 작품들을 써 영국 정부로부터 매년 200파운드의 보조금까지 받는 특권도 얻게 된다. 영국 데뷔 첫 해만에 영국의 오페라계는 물론 음악계 전체의 거물로 우뚝 선 셈이다.(영국에서의 엄청난 성공은 훗날 앤 여왕의 사망과 함께 그를 다시 큰 위기로 내몰긴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소프라노 아리아 '울게 하소서'는 오페라 『리날도』 제2막 4장에 등장하는데, 지금까지도 헨델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 중 하나로 카스트라토의 비극적 일생을 다룬 영화 '파리넬리'(1994, 감독 제라르 코르비오)에서 주인공 파리넬리(스테파투 디오니시 분)가 부르며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아리아다.

(영화클립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JIr9v4gK4Uk )


오페라 『리날도』는 앞서 밝힌 대로 11세기 제1차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십자군 사령관 고프레도가 젊은 영웅 리날도에게 사라센 왕 아르간테가 점령한 예루살렘을 탈환하면 딸 알미레나와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다마스쿠스의 여왕 아르미다(그녀는 아르간테의 정부情婦이자 마법사다)는 아르간테를 위해 십자군을 패배시키기 위해 리날도의 연인 알미레나를 마법으로 납치해 마법의 성에 가둔다. 감옥에 갇힌 알미레나를 사라센 왕 아르간테가 유혹하는데, 이때 알레미나는 그의 구애를 거절하며 자신의 잔혹한 운명을 한탄하며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를 부른다. 한편 연인을 구하러 나선 리날도는 아르미다의 유혹에 빠져 위기에 처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힘으로 마법을 물리치고 알미레나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마침내 리날도가 이끄는 십자군은 아르간테의 대군과 아르미다의 마법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다. 두 연인은 결혼을 허락받고 아르간테와 아르미다는 기독교로 개종하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이 오페라가 유럽에서 성공리에 공연될 당시 오스만 제국에선 과연 이런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현재의 이란-이스라엘 갈등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이전의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의 전쟁 당시 이란은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하자 이슬람 국가 중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독립국가로 인정한 나라가 이란이었다), 이는 종교적 대립이 정치적 갈등으로 발전한 전형적인 사례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을 "작은 사탄"으로, 미국을 "큰 사탄"으로 부르며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종교적 사명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마치 오페라 『리날도』에서 기독교 십자군이 이슬람 세력을 악으로 규정했던 것과 정반대의 관점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패자 敗者는 이슬람이다. 그러나 역사 기록을 보면, 사라센 제국 치하에서 유대인들은 일정 부분 자치권을 누리며 종교적, 문화적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학문, 의학, 철학 분야에서는 유대인 학자들이 사라센 제국에서 활약하며 이슬람 문화와 제법 활발한 교류도 했던 것으로 나온다. 지금은 불구지대천의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이슬람 국가들과 유대인들에게 이런 과거의 역사는 기억되고 있을까? 만약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에게 자행된 끔찍한 홀로크스트가 없었다면, 이스라엘이 지금 그 땅에 건국하지 않았다면 세계사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 쓸데없는 상상이라는 듯이 TV에서 살벌한 공습화면과 함께 격앙된 리포터들의 목소리들이 아침을 깨우고 있다. ㅠㅠ


■ 앞서 현재 최고의 카운터 테너 중 한 명인 필립 자루스키의 연주로 감상했다면, 이제는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의 메조 소프라노 세실리아 바르톨리의 연주로도 감상해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sk2kwH1maKI


■ 같은 곡을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연주로도 감상해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yOVksFhflHE



♥ 평화로 가는 길은


- 이해인


이 둥근 세계에

평화를 주십사고 기도하지만

가시에 찔려 피나는 아픔은

날로 더해 갑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먼가요.


얼마나 더 어둡게 부서져야

한줄기 빛을 볼 수 있는 건가요.


멀고도 가까운 나의 이웃에게

가깝고도 먼 내 안의 나에게

맑고 깊고 넓은 평화가 흘러

마침내 하나로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울겠습니다.


얼마나 더 낮아지고 선해져야

평화의 열매 하나 얻을지

오늘은 꼭 일러주시면 합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7화평화를 위한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