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지친 이들을 위한 위로

-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

by 최용수

♡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위로(또는 위안)', S.172 No.1~6 / Consolations, S.172 - No.1~6 >


* 그림 이미지 :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1818) /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作


https://www.youtube.com/watch?v=iWYdl5OkvSk (3번, 조성진 연주)


제목처럼 이 곡들은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은 '위로'와 '위안'을 전하기 위해 작곡된 곡이다. 혼돈스런 세상의 번잡한 소식들과 해가 보이지 않는 흐린 하늘을 보며 이 곡을 골랐다. 위로와 위안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는 아침이 되길 희망하며...




이 소품집의 작곡자 리스트는, 쇼팽과 함께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현대의 아이돌 스타처럼 유럽 각국에 엄청난 팬덤을 거느리며 있었던 유럽 사교계의 기린아 같은 존재였다.

특히 그의 첫 번째 사랑이었던 7살 연상의 마리 다구(Marie d’Agoult, 1805~1876) 백작부인과의 불같은 사랑은 당시 유럽의 중심, 파리 사교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는데, 마리 다구 백작부인은 당대 조르주 상드(쇼팽의 연인이자 후원자였던)와 함께 파리 사교계를 대표하던 아름답고 지적이며 수많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었던 여성이기 때문이다.


리스트와 마리 다구 백작부인은 서로 첫눈에 반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떠돌며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며 자식도 무려 3명이나 낳았다. 하지만, 불안한 사랑의 여정 때문이었을까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와 둘째 아이는 일찍 세상을 떠나버리고 둘째 딸 코지마만 장성해 이후 리스트를 존경하고 따랐던 지휘자 한스 폰 뷜로(1830~1894)의 아내가 되었다.(하지만 뷜로와 코지마의 사랑도 오래가지 못하고, 코지마는 리스트보다 고작 두 살 어린 바그너의 두 번째 부인이 된다.)

그리고, 리스트와 마리 다구 백작부인과의 사랑도 결국 뜨거운 불꽃이 식어버렸는지 10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1844년에 끝나고 만다. 마리 다구 백작부인과 결별 이후 3년 동안, 빈 공백이 주는 허무함 때문이었을까 리스트는 더 많은 여성을 만나며 교제와 이별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1847년 다시 파리 사교계는 리스트가 만나고 있는 여인의 이야기가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그 대상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옛 키예프) 지역을 다스리고 있던 니콜라스 비트겐슈타인 공작의 부인 카롤리네 비트겐슈타인(1819~1889)이었다.


마리 라구 백작부인이 파리 사교계에서 가장 빛나는 화려한 장미 같은 존재였다면, 카롤리네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은 철학과 종교에 관심이 많은 우아한 여성이었다. 리스트는 마리 라구 백작부인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의 그녀에게 빠져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생활도 접고 바이마르의 궁정악장이 되어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 당시 카롤리네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은 남편과의 이혼 소송 중으로 별거 상태에 있었다.

그녀 덕분에 리스트는 연주생활보다는 작곡 활동에 더 전념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사랑의 꿈(Liebestraum)'을 비롯해 수많은 명곡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사랑의 꿈(Liebestraum)'은 원래 '테너 또는 소프라노를 위한 3개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이 무렵 작곡된 가곡이었는데 3년 뒤인 1850년 이 세 가곡을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해 '3개의 녹턴'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는데 '사랑의 꿈(Liebestraum)'은 이 세 곡 중 한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rvYwmLcVuw


카롤리네와 비트겐슈타인 공작의 이혼 문제는 당시 유럽 외교계에도 큰 이슈가 되었는데, 비트겐슈타인 집안이 차지하고 있던 우크라이나의 영지가 너무 넓어서 만일 이혼을 통해 그 많은 영지들이 타국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한 러시아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861년 이 이혼문제를 심의하고 있던 로마 교향청은 무려 12년간에 걸친 심리 끝에 혼인무효 판결을 내렸다. 당시 50세였던 리스트는 이에 바로 카롤리네와 로마에서 결혼식을 올리려 했지만, 두 사람은 끝내 결혼식을 올릴 수 없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혼'이 아닌 '혼인 무효'로 판결이 나자 리스트와 카롤리네의 결혼을 막기 위해 카롤리네의 외동딸이었던 마리를 이용해 두 사람의 혼인 이의신청을 로마 교황청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외동딸 마리의 결혼반대 소송에 카롤리네는 결국 모든 소송을 포기하고 결국 수녀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의 충격으로 리스트도 1863년 몬테카를로의 마돈나 델 로사리오 수도원으로 입회 후 수도자로서 종교음악을 쓰면서 생을 마감하였다.


이 곡 <위안(consolations)>은 이 무렵 이혼 소송은 무위로 끝나고 피부병까지 얻어 힘들어하던 카롤리네를 위해 리스트가 작곡한 피아노 소품들이다. 1번은 '기도', 2번은 '아베 마리아', 3번은 '고독 속의 신의 축복', 4번은 '죽은 자의 기도', 5번은 '주의 기도', 6번은 '잠에서 깬 아기를 위한 찬가'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는데 곡들은 전부 리스트가 종교적인 주제를 다룰 때 사용한 마장조(E Major)와 내림 라장조(Db major)로 되어있어 그의 간절한 기도의 마음이 느껴진다. 6곡 중에서도 특히 3번 '고독 속의 신의 축복'(Lento plcido)이 가장 자주 연주된다.


■ 이 곡은 수많은 비루투오소들이 연주한 곡들로 앞서 조성진의 연주로 3번을 먼저 들어보았다면,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 호로비츠의 실황연주로 3번을 비교감상도 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XIaa1qZB7FE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릴리야 질베르스타인의 녹음연주로 전곡도 감상해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sUDqX4AZL7w



♡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ㅡ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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