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19일 목요일 -
♡ 에드워드 엘가(Edward William Elgar, 1857~1934)
<수수께끼 변주곡 중 9번 '사냥꾼' / 'Nimrod' from Enigma Variations>
* 사진이미지 출처 : 더밀크(https://www.themiilk.com/articles/a222a07a0) 화면 캡처
■ https://www.youtube.com/watch?v=7iM5dymBBI4
트럼프, "이란 공격할 수도, 안할 수도"... 하메네이 "항복 안 할 것" (서울신문, 6.19)
일어나자마자 켠 컴퓨터 모니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던진 고약한 수수께끼가 눈에 들어온다. 다행히 이 수수께끼는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반대하는 그의 지지자들과 미국 국민들에게 참전여부에 대해 첫 번째 수수께끼를 던졌고,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비밀리에 미국과 협상하며 두 번째 수수께끼를 이란 군대와 국민에게 던졌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스태프들은 생각보다 이번 사태의 엄중함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고, 하메네이와 이란의 수뇌부는 이란 국민들에게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자신들을 믿고 따를 의지가 있는지 적어도 한 번은 자존심을 걸고 그 투쟁의 각오를 물어봐야 했을 것이다. 고약한 것은 이스라엘이다. 연정의 붕괴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뒤 주변을 살펴볼 여력이 없어서인지, 오로지 이번 사태 해결을 힘으로 해결하고 싶어 한다. 전 세계가 혼돈의 나락 앞에서 골치 아픈 수수께끼를 풀고 있는 이 세 나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침 클래식 음악 곡들 중에 '수수께끼'라는 제목을 가진 곡이 있다. 원제는 "관현악을 위한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Variations on an Original Theme for Orchestra)"인데, 악보의 첫 페이지에 ‘수수께끼(Enigma)’라고 표기되어 있어, 그냥 별칭으로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s)"으로 불리다가 이제는 이 명칭이 일반화되었다.
이 곡은 에드워드 엘가를 세계적인 음악가 반열에 올린 대표작으로 그의 나이 42세 때인 1899년에 완성되었다. 총 14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변주는 엘가 자신과 아내, 그리고 친구 12명을 묘사하는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곡은 엘가가 바이올린 수업을 끝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한 어느 날, 피아노 앞에 앉아 그냥 떠오르는 악상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면서 시작되었다. 우연히 이 멜로디를 듣고 있던 그의 아내 엘리스 엘가는 이 곡이 너무 맘에 든다며 엘가에게 더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고, 아내의 권유와 격려에 힘을 얻은 엘가는 처음 떠올랐던 악상을 변주해 보면서 그와 아내, 그리고 친구들을 떠올리며 각각의 주제를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모두 14곡으로 이루어진 그의 인생작 '수수께끼 변주곡'이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출판되자마자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엘가를 단숨에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만들어주었다.
그중 9번째 변주 '님로드(Nimord)'는 엘가의 절친한 친구이자 출판사 노벨로의 음악담당 편집자였던 아우구스트 재거(Augustus Jäger, 1860~1909)를 묘사한 곡이다. '님로드(Nimord)'는 구약성서 창세기 10장에 나오는 인물로, 함의 자손이며 용감한 사냥꾼이었다. 엘가가 이 제목을 붙인 이유는 '재거(Jäger)'가 독일어로 사냥꾼을 뜻하는 말이어서, 같은 의미의 '님로드'라고 장난스럽게 부른 일종의 언어유희 같은 것이었다.
특히 14곡의 변주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잘 알려진 곡이 이 9번째 '님로드(Nimord)'인데 이 곡의 주인공인 재거는 엘가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로 엘가가 실의에 빠져 작곡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엘가에게 찾아와 청각 장애의 역경을 이겨낸 베토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를 격려했다고 한다. 이때 재거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의 주제를 노래로 들려주었는데, 이에 큰 위로를 받았던 엘가는 이 곡을 작곡하면서 당시 재거가 들려준 비창 소나타 2악장의 선율의 일부를 '님로드'의 첫 부분에 인용했다고 한다.
'님로드'는 14개의 변주 중에서 마지막 변주와 더불어 가장 길고 가장 아름다운 악장이다. 피아니시모의 아다지오로 출발하여 점차 작은 개울이 모여 강이 되듯 큰 흐름으로 발전하여 감동적인 음악으로 완성되는데 약 4분 정도의 짧은 연주시간이지만, 듣고 있으면 친구와의 우정, 역경을 이겨낸 베토벤,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내의 격려가 묘하게 신비롭고 숭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이 곡만 따로 자주 연주된다.
엘가의 아내 사랑은 유별난데, 엘가가 우스터 고등학교의 바이올린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피아노 과외교습을 하러 다닐 때 그녀를 처음 만났다. 앨리스 엘가(결혼전 이름 캐롤라이나 앨리스 로버츠, 1848~1920)는 엘가보다 9살 연상으로, 우스터 지역의 귀족집안 출신이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문학은 물론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까지 익힌 재원이었으며, 결혼 전 소설을 펴냈던 작가이자 시인이기도 했다.
당시 앨리스의 집안은 영국 성공회를 믿는 귀족가문으로 천주교를 믿는 하층계급(!, 영국은 의외로 계급의식이 사회전반적으로 여전히 강하다고 한다) 출신 엘가와의 약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크게 반대했다. 하지만 엘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앨리스는 가문도 종교도 버리고(그녀는 가톨릭으로 개종한다) 1889년 엘가와 단촐한 가톨릭 예식을 올리며 엘가의 아내가 되었다. 이때 엘가가 아내 앨리스를 위해 곡을 만들어 헌정했는데, 그 곡이 바로 그 유명한 '사랑의 인사(Salut d'Amour)'다. 가난한 엘가의 가장 멋진 결혼 선물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XLOF-z5Zlk)
엘가에게 아내는 음악에 대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비평가인 동시에 훌륭한 조언자였다. 엘가가 작곡을 위해 몇 달 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 채 몹시 지쳐 있던 때가 있었다. 마침내 곡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을 때 엘가는 아내에게 그 부분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아내는 묵묵히 그의 연주를 들어주며 좋으니 이제 그만 자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의 격려에 엘가는 마침내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엘가는 악보 위에 놓인 아내의 다정한 쪽지를 발견했다. "여보, 어제는 당신에게 충고보다는 휴식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아무 말하지 않았어요. 제 생각에는 다 잘되었고 그대로 해도 좋겠지만 마지막 부분을 한번 더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라는 내용이었다. 엘가는 아내의 조언대로 곡을 마무리하였고, 충분한 휴식 덕분이었는지 곡은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다. 그 곡이 오늘 소개하는 '수수께끼 변주곡'이다.
훗날 엘가는 이 곡의 변주곡의 제목에 대해 이 곡에는 두 가지의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두 가지의 수수께끼의 첫 번째는 각 변주에서 작곡자와 친한 지인들의 성격을 묘사하고 있어 이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두 번째 수수께끼는 전곡에 걸쳐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주제'인데, "그것(숨은 주제)은 연주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첫 번째 수수께끼는 연구자들에 의해 각각의 곡이 누구를 의미하는 지 쉽게 밝혀졌는데, 숨어있는 선율적 수수께끼에 대해서는 정확히 어떤 선율인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불안한 중동의 정정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에도 태양은 뜨겁게 하루를 열고, 거리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으로 빠르게 차 간다. 세상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트럼프와 하메네이가 정말 잘 그들에게 주어진 수수께끼를 풀길 바라는 마음이다.
■ 알랭 알티노글루의 지휘와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의 연주로 14곡 변주곡의 전곡을 감상해 보자.
https://youtu.be/RTa8fY1z3aA?si=1KzB_044AHElPx4m
♡ 길
- 고 은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미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미지까지
그 뒤의 어둠까지이다
어둠이란
빛의 결핍일 뿐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다
그리하여
길을 만들며 간다
길이 있다
길이 있다
수많은 내일이
완벽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