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절반으로 줄이고 긍정은 두 배로 늘린다
‘걱정’은 절반으로 줄이고 ‘인정(긍정)’은 두 배로 늘린다
‘아마도(島)’ 섬에 설립된 「걱정대학교 부정학과 자포자기 전공」
‘아마도’라는 섬에는 ‘아마’라는 종족과 ‘설마’라는 종족이 대대손손 후손을 이루어가면서 살아가는 ‘그럼에도’ 섬의 속국이나 마찬가지다. ‘아마족’과 ‘설마족’의 종족 간 결합으로 최근에 새롭게 탄생한 종족이 바로 ‘무마족’이다. ‘무마족’은 ‘설마족’과 ‘아마족’간 영토나 이권 싸움이 일어날 때 출현해서 두 종족 간 갈등을 완화시키고 협상을 중재하면서 ‘무마’시키는 일을 주로 맡은 종족이다. ‘아마’는 ‘설마’에 비해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추측이 담겨 있으며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자신감이 스며들어 있다. ‘설마’는 그럴 리야 없을 것이라 마음을 놓거나 요행을 바라는 데에서 탈이 난다는 뜻으로,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있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예방해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설마족’이 주로 쓰는 ‘설마’라는 말은 ‘설마하니’, ‘설마한들’처럼 실제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상황에 대한 부정적 추측의 표현이다. “그가 아무리 돈이 급하다고 해도 설마 도둑질이야 하겠습니까?”, “설마 이 밤중에 나한테 주례를 서 달라고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 “설마 너까지 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겠지?” 등과 같은 표현에 활용되는 적절한 말이다.
‘설마족’은 ‘아마도’라는 섬에 살면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버릇과 습관을 버리기 어렵기 때문에 몇 사람을 빼고는 ‘아마도’라는 섬에서조차 육지로 영원히 추방되는 경우가 많다. ‘설마 설마’하면서 생각이나 행동은 변화되지 않고 막연한 미래를 막연하게 기대하는 생활을 계속 한다. ‘아마도’ 섬에 사는 ‘설마족’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경우가 많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가 예기치 못한 현상이 발생할 경우 “설마가 사람 잡았다”고 불평불만을 터뜨린다. ‘아마족’이 나타나서 ‘설마족’의 찍힌 발등을 보고 무척이나 마음 아파하면서 위로와 격려의 말을 보내주지만 자신의 미래예측이 왜 맞지 않는지에 대해서만 치유될 수 없는 비난의 화살을 날린다. ‘설마족’은 미래에 대한 어떤 준비나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제까지의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그럴 리가 없다”는 주장만 내세운다. ‘아마족’의 ‘설마족’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도 불구하고 ‘설마족’은 막무가내다.
‘아마도(島)’라는 섬에는 「걱정대학교」가 있다. 이 학교에는 두 가지 전공 트랙이 있다. ‘부정학과 자포자기전공‘과 ‘호시탐탐학과 절치부심 전공’이 그것이다. ‘호시탐탐학과 절치부심 전공’은 학부 2학년 과정까지만 있다. 2학년을 마치고 「들이대학교」로 편입학 시험에 합격하면 ‘그럼에도’ 섬의 「들이대학교 저질러학과 뒷수습 전공」으로 편입하고, 시험에 불합격되는 학생들은 「걱정대학교」 ‘부정학과 자포자기 전공’으로 트랙을 바꿔야 한다. 「걱정대학교」는 희망을 아예 포기하고 매사에 불평불만을 보다 강하게 표출하고 싶은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대학이다. 「걱정대학교 부정학과 자포자기전공」은 「절망 대학교 투덜학과」, 「배째라 대학 한탕학과」, 「얌체대학 뺀질이 학과」라는 이름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천되면서 2020학년도 봄학기에 새롭게 결정된 이름이다. 특히 「걱정대학교」의 ‘포기학과 자포자기 전공’ 학생들은 매사가 불만이고 누구를 만나든 불평으로 시작한다. 시도해 보기도 전에 무조건 안 된다고 우기거나 도전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습관이 오랫동안 몸에 배어있는 학생들이다.
이 학교에서는 에너지 뱀파이어나 노노스처럼 에너지 흡혈귀로 주목받은 학생들이 특별 관리대상의 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는 특별전형도 실시된다. 주로 이 학교 학생들은 '아마족'과 '설마족', ‘무마족’, 그리고 ‘낙마족’의 후손들이 다니는 학교다. ‘아마도’ 섬에 살고 있는 ‘아마족’은 엄격한 심사와 검증과정을 거쳐 ‘그럼에도’ 섬에 있는 「들이대학교」로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족’의 약 50% 정도는 「들이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아니면 「걱정대학교」의 ‘호시탐탐학과 절치부심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걱정대학교」는 정부의 특별지원으로 등록금과 입학금의 절반을 지원받는다. 입학금과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이유는 재학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받은 절반을 돌려주면서 향학열을 불태우기 위한 국가 정책적 배려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섬의 「걱정 대학교」 ‘호시탐탐학과 절치부심 전공’ 학생들은 ‘아마 그럴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확신과 자신감을 더욱 단련시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호시탐탐학과 절치부심 전공」학생들은 주로 ‘아마족’ 출신이 많은데 이들은 「걱정대학교」 재학 중 성적이 우수할 경우 「들이대학교」 3학년으로 편입학이 가능하다. 「들이대학교」로 편입학을 시도하는 학생들은 주로 ‘아마도’ 섬에서 직접 ‘그럼에도’ 섬에 있는 「들이대학교」로 입학하지 못했던 「걱정대학교」의 ‘호시탐탐학과 절치부심 전공’ 학생들이다. ‘호시탐탐학과 절치부심 전공’ 학생들은 비록 한 때 인생에 대한 회의감으로 「걱정대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들이대학교」로 편입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 비록 ‘호시탐탐학과 절치부심 전공’ 학생들은 같은 「걱정대학교」 소속이지만 ‘부정학과 자포자기 전공’ 학생들과는 재학 중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는 ‘부정학과 자포자기 전공’ 학생들과는 약간 다른 교육과정이 제공된다. 이들이 주로 수강하는 과목은 1학년 때 ‘인생회고론’, ‘도약의 발판론’, ‘좌절금지론’, ‘희망 프로젝트’, 2학년 때 ‘갱생 프로젝트 추진론’, ‘그럴 수도 있지 사례연구’, 교토삼굴(狡免三窟)․권토중래론(捲土重來論), ‘기사회생(起死回生) 연습’, ‘인생기획론’, ‘편입학시험 준비 과목’을 이수한다. 이에 반해서 「걱정대학교」의 ‘부정학과 자포자기 전공’ 학생들은 주로 1학년 때 ‘걱정심리학 개론’, ‘부정조직학 원론’, ‘분위기 다운학 개론’, ‘한탄학 개론’, ‘의심학 변론’, 2학년 때는 ‘우왕좌왕․지지부진 개론’, ‘불평불만 폭발론’, ‘책임전가학 개론’, ‘절망․좌절학개론, ’3학년 때는 ‘무조건반대 노하우 세미나’, ‘시비걸기개론’, ‘부정적 정서론’, 4학년 때는 ‘비전학(悲田學) 연습’, ‘절망리더십특강’, ‘동분서주․지리멸렬 원론’, ‘약점발굴 실습’을 차례로 이수하게 된다.
‘부정학과 자포자기 전공’ 학생들은 타성(惰性)에 물들고 통념에 젖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학과에는 주로 ‘설마족’과 ‘낙마족’이 주로 많이 다닌다. 본래 아마족과 설마족 간에 일어나는 종족 간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했던 무마족은 타성은 습관에 젖어 더 이상 문제의식이 없을 때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성질이다. 타성에 빠지면 삶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없어지고 그냥 이대로 사는 현실안주적 자세를 취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냥 그대로가 좋다. 타성(惰性)은 타성(打性), 즉 내 안의 현실안주적 안이한 자세를 내외부적 자극으로 때릴(打) 때 비로소 극복될 수 있다. 타성은 관성(慣性)을 아주 좋아한다. 관성은 습관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성질이다. ‘습관적’이라는 말도 ‘습관’이 ‘적’이라는 말이다. 타성이 관성을 만나면 치유불가능해질 수 있다. 관성과 타성은 ‘습관’의 ‘적’에 의해 압도당해 손을 쓸 수 없는 속수무책의 길로 빠지는 마음이다.
타성에 젖어 사는 사람들은 주로 고정관념을 먹고 산다. 고정관념이 고정본능으로 바뀌어서 거의 회생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또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무조건 안 된다고 포기하고 매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언제나 표정이 어둡고 회의적이며 꿈이 없다. 걱정하다 열정을 잃어버린 사람, 부정하다 긍정의 놀라운 에너지를 소실한 사람들, 영원히 육지로 추방되기 이전에 ‘아마도’ 섬에서 인생 반전과 역전의 기회를 영원히 잃은 사람들은 또다시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는 영원히 주어지지 않는 것일까? 육지로 추방된 사람들 중에 정말 대오각성하고 다시 아마도 섬으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도 한 두 명씩 늘고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들려오고 있음은 천만다행이다. 정직한 절망만이 소망을 낚을 수 있고, 소망에 열망을 추가한 사람들이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전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음은 다행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 티베트 속담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거의 없다. 걱정해도 어쩔 수 없는 일, 걱정해 봐야 소용없는 일을 붙잡고 걱정에 걱정을 거듭해도 머리만 아플 뿐, 긍정적으로 나아지는 게 없다. 걱정대학교에 입학해서 인생 후반전을 매사를 부정하고 자포 자기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럼에도 섬에 설립된 들이대학교 입학하자.
‘그럼에도(島)’ 섬의 「들이대학교 저질러학과 뒷수습 전공」
‘그럼에도’ 섬에는 유일하게 「들이대학교」라는 인생 대학교가 있다. 이 대학은 입학금이나 등록금은 전혀 없고 모든 학생들이 장학생이다. 「들이대학교」는 본래 「긍정대학교」, 「용기대학교」, 「도전대학교」라는 이름으로 여러 번 대학명칭이 바뀌어 오다 2020년 봄 새롭게 제정된 대학명칭이다. 「들이대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학자격이나 자질은 긍정성, 도전, 불굴의 의지나 용기다. 이 대학교의 유일한 학과인 ‘저질러 학과’, 그 학과의 유일한 전공인 ‘뒷수습 전공’이 있을 뿐이다. 「들이대학교」는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고민만 하지 않고 시련과 역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어진 현실을 긍정하면서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강한 의지를 길러주는 대학이다. 「들이대학교」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나 시도해 보기도 전에 한계선을 긋는 학생들은 절대로 입학할 수 없다. 「들이대학교」 학생들은 ‘도전’에 ‘한계’를 두지 않고, ‘한계’에 ‘도전’을 즐기는 학생들이다. 「들이대학교」의 ‘저질러 학과’가 의미하는 ‘저질러’는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저지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저질러’의 의미는 전후좌우를 조목조목 따져보되 고민만 하고 행동하지 않거나, 다음에 실천으로 옮기겠다고 차일피일 미루는 나약한 사람들을 경계하는 말이다.
일단 행동으로 옮겨가면서 의도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초기의 계획을 수정하면서 다시 추진해도 늦지 않다. ‘저질러 학과’ 학생들의 전공은 ‘뒷수습’이다. ‘뒷수습’은 무조건 일을 저지른 다음 후회하면서 사후 처리하는 습관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뒷수습’이라는 말에는 할까 말까 망설이거나 “다음에 하자”고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행동으로 옮겨보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사람은 시도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보다 시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뒷수습’이라는 말에는 할까 말까 망설이다 통곡하면서 지나가는 시간을 보고 안타까워하지 말고 일단 한번 시도해 보고, 잘 안되면 뒷수습하면서 다시 계획을 수정하면서 실천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그럼에도’ 섬에는 금광이 하나 있다. ‘황금’이나 ‘순금’ 또는 ‘백금’을 캐내는 광산이 아니라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금’과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지금’을 캐내는 광산이다. 「들이대학교」학생들은 오로지 ‘지금’이라는 ‘금’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재학기간 내내 ‘지금’이라는 광산에서 한 학기에 한번 이상은 ‘지금’ 바로 실천에 옮기는 실습을 해야 졸업자격이 주어진다. 「들이대학교」 학생들은 ‘대로 법칙’과 ‘되고 법칙’을 거의 철칙처럼 가슴에 품고 학업에 정진한다. ‘대로 법칙’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고, 실천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되고 법칙’은 돈 없으면 돈 벌면 되고,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되고, 절망하면 희망을 찾으면 되고, 꿈을 잃으면 다시 꿈을 찾으면 되고처럼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고민만 하지 않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다 잘 안되면 다시 도전하겠다는 긍정과 도전의지의 표현이다.
「들이대학교」 1학년에는 ‘긍정심리학 특강’, ‘희망학 원론’, ‘신바람학 특강’, ‘긍정적 조직학 원론’ 등을 배운다, 2학년 때는 ‘불가능 도전학 세미나’, ‘칭찬학 명사 특강’, ‘YES MAN 원론’, ‘긍정적 일탈론 사례연구’를 배우고, 3학년 때는 ‘긍정언어학 세미나’, ‘경청비법 특강’, ‘걸림돌 제거 비법학 세미나’, ‘역발상 각론’ 등을 주로 배우게 된다. 그리고 4학년 때는 ‘긍정적 리더십 명사초청 특강’, ‘한계도전 인턴십’, ‘불장난 실습’, ‘강점강화 실습’ 등을 배우면서 「들이대학교」 ‘저질러 학과 뒷수습 전공’ 학사 학위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들이대학교는 아무렇게 혼자 들이대는 막무가내식 들이대 정신을 가르치는 대학이 아니다. 들이대학교는 가슴으로 다가온 느낌이 머리로 올라가 계산을 시작하기 전에 들이대고 저지르면서 비록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경험해도 그런 체험이 내 삶의 소중한 깨우침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함께 공유하는 대학이다.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들이대학교는 ‘학습찬양가’라는 교가를 제정했다. 모든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교수와 학생은 학습찬양가를 부르고 다양한 교수-학습활동을 전개한다.
학습은 언제나 오래 참고
학습은 언제나 온유하며
학습은 언제나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학습은 언제나 무례히 행하지도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도 않으며
학습은 성내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네.
학습은 모든 것 감싸주고
학습은 영원토록 변함이 없네.
믿음과 소망과 학습은
이 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믿음과 소망과 학습가운데
그중에 제일은 학습이라.
들이대학교 교목(校木)은 주목(朱木)이다.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산다는 나무다. 평소에는 거의 자라지 않다가 주변 나무가 고목이 되어 없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자라면서 사람들의 주목(注目)을 끈다고 해서 주목(朱木)이다. 들이대학교의 교초(校草)는 잡초(雜草)다. 잡초는 온실 속에서 재배되는 화초와는 다르게 모진 비바람을 견디면서 자란다. 잡초는 겉으로 보이는 줄기와 가지보다 아래로 뻗은 뿌리가 훨씬 깊고 길게 뻗어 있다. 잡초를 뽑아도 계속 살아남은 비결은 바로 보이지 않는 뿌리의 경쟁력에 있다. 들이대학교의 교화(校花)는 개나리다. 개나리는 장미꽃이나 모란꽃처럼 혼자 화려함을 뽐내지 않는다. 개나리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장미꽃이나 모란꽃처럼 혼자 아름다움을 뽐내는 데 있지 않고 여럿이 모여서 봄날의 따뜻한 기운을 온 세상에 퍼뜨리기 때문이다. 장미꽃이나 모란꽃은 독창성(獨創性)을 혼자 뽐내면서 추는 독무(獨舞)를 즐기지만 개나리는 여럿이 함께 집단적으로 추는 군무(群舞)를 즐긴다. 개나리는 장미꽃이나 모란꽃처럼 혼자 자신을 드러내는 일보다 여럿이 힘을 합쳐서 협동의 창의성을 발휘하기를 즐긴다.
들이대학교의 교수(校獸)는 코뿔소다. 코뿔소는 눈앞에 공격 대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결정을 한다. 공격할지 말지, 둘 중의 하나. 공격한다고 결정하면 온몸을 던져 돌격한다. 그렇지 않으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의사결정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신속하게 하느냐에 따라 의사 결정된 결과의 효력이 달라진다. 하나의 사안을 갖고 너무 오랫동안 검토하다 실기(失機)하는 경우가 많다. 코뿔소처럼 긴박한 사안을 눈앞에 두고 너무 오랫동안 검토하다 눈앞의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 있다. 신속한 판단과 과감한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들이대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를 하기로 결정하면 있는 힘을 다해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결과에 관계없이 도전은 아름다운 여정이다.
들이대학교의 교식(校食)은 잡곡밥이다. 음식이 지식을 결정한다. 프랑스 미식가 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당신이 먹는 음식을 말해 달라. 그럼 내가 당신이 누구인지를 얘기해주겠다.“ 들이대학교 학생들은 편식하지 않으며 특히 다양한 잡곡을 어우러진 밥과 하늘이 내려준 자연의 음식을 즐기면서 건강한 몸을 가꾸어 나간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는 내가 어떤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결정한다. Fast Food를 많이 먹으면 깊은 생각 속에서 성숙된 사유를 통해 숙성된 지식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참을 수 없는 인식의 가벼움이 느껴질 정도로 곳곳에 떠돌아다니는 단편적인 정보와 이미지에 너무 많이 노출된 나머지 진정으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보를 내 삶의 문제 상황에 적용해서 땀과 정성이 담긴 나만의 지식을 창조하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
들이대학교 학생들은 음식도 편식하지 않고 잡식을 하듯이 지식도 어느 특정 분야의 전공지식만 편향적으로 습득하지 않고 확실한 자기 전공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문사회과하적 지식은 물론 자연과학적이고 공학적인 원리와 지식을 습득, 인간적 삶의 조건개선과 삶의 변화에 직접 적용한다.
들이대학교를 졸업하면 받는 학위는 잡사(雜士)다. 잡사는 특별한 전공 없이 이것저것 적당히 잘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자기 분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은 물론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인접 유관분야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안목을 지니고 있는 General Specialist 또는 Special Generalist다. 들이대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적 체험과 직접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터득하는 지식은 앎과 삶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체득한 지식이다. 들이대학교 학생들에게 삶은 곧 배움이자 앎이고 그 앎이 곧 삶이다. 이들에게 앎과 삶과 옳음은 따로 놀지 않는다. 삶 속에서 앎을 배우고 앎 속에서 삶을 일궈나가는 들이대학교 학생들은 꼭 학교에서만 배우는 활동을 전개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앎은 삶과 더불어 언제나 일어나는 활동이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성장도 멈추고 인간적 성숙을 기대할 수 없다.
삶은 모든 배움의 무대다. 그래서 배우는 배우는 사람이다. 책상에서 원대한 깨달음을 얻었지만 일상적 삶을 근간으로 잉태되고 실천된 앎이 아니라 삶이 배제된 진공관 속의 앎이 현실변화에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들이대학교 학생들의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삶으로서 앎을 증명해 보겠다는 실천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이들에게는 알고 행하겠다는 선지후행(先知後行)의 문제가 아니라 앎과 삶의 합일, 즉 지행합일(知行合一)의 문제다. 행동하면서 깨닫고 그 깨달음의 결과가 다음 행동에 다시 반영되어 부단히 선순환하는 앎과 삶의 구조다.
중년 이후 절반으로 줄여야 할 가장 최우선의 대상 중의 하나가 바로 걱정이고 두 배로 지금 당장 늘려야 할 것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가급적 긍정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들이대학교」 ‘저질러 학과 뒷수습 전공’을 선택, 지금까지와 다르게 몸을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지 않고 편안해질수록 우리는 안락사로 가는 지름길을 선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걱정대학교와 들이대학교 갈림길에 서서 더 이상 고민하고 검토를 거듭하지 말고 지금 당장 들이대학교에 입학원서를 내자. 그리고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나가자.
"그래요, 당신은 나를 그 잘난 머리로 이해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딴 놈은 틀렸다.....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당신 팔과 가슴을 봅니다. 팔과 가슴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침묵한다 이겁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흡사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322쪽).“
- 니코스 카잔 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