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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서글픔의 연못이자
그리움의 텃밭입니다

당신은 서러움에 밤새 우는 눈물겨운 한 걸음입니다

당신은 서글픔의 연못이자 그리움의 텃밭입니다


자투리 시간에도 바람에게 하소연하지만

손톱만 한 희망의 꼬리를 잡고 

경칩을 간신히 지나며 한 눈 팔다 만난

당신은 힘겹게 언덕을 오르며

한 겨울에도 뜨거운 배기가스로 

세상의 온도를 높이는 낡은 트럭의 몸부림입니다


살아가는 일이 힘겨워 

살아내기 위해 진저리의 바다에서

실마리를 잡고 진리를 캐내려는 당신의 몸부림은

먹이 제 살을 갈아 한 휙을 그으며

족적을 남기려는 안간힘입니다



계단을 수직 상승할 수 없어서

단계적으로 올라가다 

무릎에 걸린 하중이 내뱉는 신음에 놀란

당신은 높이 올라갈수록 책임이 막중함을 깨닫고

자기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서러움에 밤새 우는 눈물겨운 한 걸음입니다


길 모퉁에 돌아가다 수줍은 듯 피어나는 

구절초의 우여곡절 삶에 눈길이 간

당신은 으스러지도록 빛나는 달빛의 우수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밤길에도 재촉하며

새벽을 잉태하는 적막한 방랑객입니다



절뚝거리며 다가서는 어둠의 불빛에

한 글자라도 더 보겠다고 활자의 바다에서

표류하던 당신은 언제 나올지 모를 결론 앞에서

서성거리며 구슬프게 내리는 소낙비에 젖어드는

어쩔 수 없는 어제의 추억 한 페이지입니다


언제 걷힐지 모를 먹구름 속에서 

시름시름 세상의 아픔을 온몸으로 앓던 

당신은 비구름으로 돌변해도 당황하지 않고

수직낙하의 위험을 무릅쓰고 

막막한 세상을 건너가며

대책 없이 등불을 밝히는 철부지 예술가입니다



비에 젖은 낙엽이 어쩌다 맑은 하늘 공기 마시며

바싹 마른 희망의 전주곡을 듣고 있을 때

당신은 바스락거리며 들려주는 소리에 놀라

뒤꿈치에 실려 닳고 닳은 삶의 무게조차

팽개치고 어제를 살았던 추억으로

오늘을 버텨보려는 앓음다운 일기장입니다


허공에 매달린 고독의 손길을 붙잡고

혹한의 눈보라와 한기도 잊은 채

아직 깨어나지도 못한 새벽잠에게 

안부 물어보던 당신은 바람결에 날아가다

아스라한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새벽의 찬이슬입니다



외로움도 숙성되면 

나뭇가지에 매달려 고독이 된다며

휘둘리는 바람의 절규에 빠져드는

당신은 간절함의 무게도 울부짖음에 견디지 못하고

허기 속에서도 용기를 발휘해 보려는 진저리 속에서

스치다 결국 스며드는 속 깊은 문장과 문장의 행간입니다


기대를 했지만 시간 속에서 숙성되어도

희망보다 절망과 원망으로 얼룩진 삶을 한탄하던

당신은 타성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버리다

몸의 구석구석 박히는 깊은 상처의 통곡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으로 말아 넣어 

앓음다운 나이테를 만들어내는 오기의 나무입니다



어디로 갈지 오르는 막막한 암담함에 

살아갈 길의 방향을 바람의 혀로 더듬다 

문득 생각에 잠긴 당신은

갖가지 희소식을 품고 

빨랫줄에 걸려 기웃거리던 새벽의 절박함이

배달되는 신문지에 누워 자는 한 순간의 휴식입니다


수소문을 다해도 먹고살 길을 찾지 못하던 차에

불어 재끼는 바람에 모른 척 숨소리 죽이며 

제 살을 태워 지금 여기를 밝히는 촛불에 

빠져버린 당신은 되새김질하며 

지금 여기서의 삶의 의미를 

침묵을 깨는 목소리로 물어보는 외마디 비명입니다



변함없이 바위에게 다가와 몸을 풀던 파도가

바위의 무뚝뚝함에 상처받으며 

그물코에 걸린 사투의 외피에 주목하다 누군가를 만난

당신은 언제나 시시각각 난파되는 파도의 위용 때문에

숨기고 숨죽이다 걸린 새벽의 위대한 창작자이며

땀 흘리며 봉사하는 이름 모를 쭈글 한 기억입니다


정리해고 통지를 받고 절망적인 절벽에 서 있다

만난 절벽의 소나무가 

새벽의 기적을 바라며 위용을 자랑하다 마주친

당신은 그 순간 지나가다 바람에 멱살 잡힌

어제의 추억이 기억을 더듬다 만난

숙연한 반성이자 속 깊은 성찰입니다



먼 산을 바라보다 먼지에 뒤덮인 시선을

깊은 상처로 옮겨가 바라보다 우발적으로 마주친

당신은 언저리에서 동심원을 그리다 동심에 빠진

발걸음의 한탄이며 뿌리 없이 흔들리다

마주친 출구 없는 경탄의 메시지입니다


곡선의 물음표가 의문을 품고 한 낮을 방황 하다

통발에 갇힌 오징어의 한 많은 세월에 

빠져버린 당신은 이미 구조조정의 물망에 오르내리며

목숨이 위태로워 한숨조차 맘대로 쉬지 못하는

웅크린 별들의 향연입니다



사막에 맞이한 지평선의 침묵이 

소멸을 만나 속삭이는 동안

열기와 폭염의 시달림에 몸을 맡긴 당신은

그늘에 가려져 녹지 않고 절치부심하던 잔설이

햇빛의 두려운 출연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오후 세 시의 처절한 항거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몸으로 거부하던

낯선 과거의 한 친구가 현재를 점령하며

불구의 몸으로 현재를 지키려던 

당신은 발에 밟히던 지난날의 앓음다운

미래의 좌표이자 미지의 하늘을 

대각으로 건너는 대책 없는 바람의 용기입니다



파도가 잉태한 바다의 이름 없는 거품이

갯내음 한가득 품고 하품으로 전락하기 전에

휘날리는 깃발에 휘말린 당신은

행간 사이에 익어가는 성숙한 메시지가 

차마 할 말 못 하고 안으로 부서지며 숨기는

애달픈 통곡이자 울부짖음의 증표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터널의 중간에서

성에 낀 마음의 주름을 털어내며

막막함의 강도를 조정하던

당신은 올곧은 길을 거부하고

우여곡절의 삶을 살다가 우연히 마주친

서글픔의 연못이자 그리움의 텃밭입니다



가까이서와 멀어서, 

얕아서와 깊어서

좁아서와 넓어서가 만나 

평온함의 여유를 만끽하다 

절벽의 소나무가 전해 준 

아름다운 조율에 빠져버린 당신은 

시간의 모서리에서 안아주던 시간의 추억 속에

도둑맞은 인생의 한 많은 애당초입니다


순간적으로 흔들리다 이내 중심을 잡고

세상의 앓음다움을 만끽하다

빛에 눌려 기세가 꺾인 손가락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 당신은

시심에 젖어 밤샘을 거듭하다

힘겨움의 강도를 조절하며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언어의 향연이자 익숙한 단어들의 낯선 결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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