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외면' 사태 발발

또 잔소리할까 생각이 많아졌던 거구나

by 광화문덕
놀이터에서 마주친 아들과 나

요즘 이래저래 그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오고 있다. 난 심적으로는 부담은 크지만, 아내와 아들은 해가 뜰 때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가 반가운 모양이다.


그렇게 한 달 여가 흐르면서 오히려 아들과 사이는 점점 더 나빠진 것 같다. 이를 짐작케 한 사태가 있었으니, 일명 '아들의 외면 사건'이다.


일찍 들어온 나는 아들과 마주할 시간이 많아졌다. 이는 그만큼 내가 아들의 행동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상황도 많아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1)


"이제 집에 가서 밥 먹을 시간이야"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아들에게 큰 소리로 부른다. 아들은 대답한다.


"조금만 더 놀고"


"안돼. 지금 들어가야 해. 어서 와"


"싫어"


"뭐라고?"


"조금 더 놀래"


그럼 결국... 난..... 버럭 큰소리로.....

"어서 와 들어가게. 들어가서 밥 먹어야 해"

예를 들면... (2)


같이 저녁을 먹는다. 아들 표정이 시큰둥하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밥을 먹기 싫어 딴소리도 많이 하고 갑자기 놀이를 하자고 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 돌아다닌다. 밥을 먹는 시간이 아직도 1시간 이상 걸린다.


그러다 결국 밥그릇을 엎어뜨리거나, 밥을 먹으려다 떨어뜨리거나 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식탁이며 바닥이며 밥과 반찬으로 엉망이 된다.


그럼 또다시.. 난..... 버럭 큰소리로.....

"밥을 먹을 땐 가만히 앉아서. 제대로 먹어야지"


예를 들면... (3)

아들이 놀이하느라 거실과 자기 방을 엉망으로 해놨다. 그리고는 나가서 놀겠다고 때를 쓰기 시작한다. 엄마를 올라타거나 엄마를 이제 좀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거실에 네 장난감 정리하고 놀아"


"옷은 빨래통에 잘 넣어놔야지"


"네 방 정리는 다 했어?"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엄마한테 매달리면 엄마 허리 다쳐. 그만해"


"이제 잘 시간이야. 어서 자야지"


아들에게 내가 던지는 말들을 보고 아내가 한마디 한다.


"여기가 군대는 아니야... 당신은 너무 아이를 통제만 하려고 하는 것 같아..."


"........."


생각해보니 최근 한 달간 아이에게 난 놀아주는 아빠가 아닌 통제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것저것 같이 해주려고 했지만 그런 모습보다 잔소리가 훨씬 아주 훨씬 더 많았던 것 인정한다.

그 결과

어제의 일이다. 퇴근하고 놀이터를 지나는데 아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아빠를 보면 저 멀리서 나를 보며 손을 크게 흔들거나 달려오던 아이였다.


"아빠다~~~ 아빠~~~~"하고 말이다.


그런데 어제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본체만체한다. 눈이 마주쳤음에도...


굉장히 서운했다. 아주 많이...


놀라기도 했고 어색하기도 하여 아들에게 "잘 놀다 들어와"라고 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들을 살펴봤다.


어느 순간 아빠의 눈치를 엄청 보고 있는 아들을 발견하게 됐다. 밥을 먹을 때에 바닥에 흘리면 얼굴이 굳어 바로 떨어진 걸 재빠르게 주워 올린다.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내가 너무 과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아이인데...'


"아들, 아빠 옆에서 자"


"아빠 내일 회사 안 가?"


"응 내일 쉬는 날이야. 아빠 옆에서 자"


"알았어. 그래 줄게"


마지못해 해 준다는 뉘앙스지만... 암튼 옆에 누운 아들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까 아빠 왜 모른척했어?"


"음.... 모르겠어"


"혹시 아빠가 요즘 너무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많이 해서 별로야?"


"응"


굵고 단호한 대답... 역시 그랬구나... 예전에는 같이 놀아주는 아빠여서 마냥 좋았던 것 같은데 집에 일찍 들어오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엄마의 부드러운 훈육과 상반된 아빠의 강한 잔소리가 아들에게는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미안하다 사과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지

다행히 오늘이 휴일이라 아들에게 지난 한 달 동안 아빠가 과하게 잔소리했던 부분을 대화를 통해 풀어보려고 한다. 아들 입장에서 내가 너무 과했던 게 있었고 그게 아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그 부분은 사과하고 아들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도 할 생각이다.


또한 앞으로 아빠와 아들 우리만의 약속을 만들어 내가 큰소리를 치지 않고 서로의 규칙 안에서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볼 생각이다. 아들은 규칙을 좋아한다. 물론 자기 마음대로 규칙을 변형하는 꼼수를 자꾸 써서 그게 문제지만...

가정에서도 필요한 규칙

세상에는 헌법이란 상위 개념이 있고 법률, 규칙, 시행령 등 세부적인 룰이 있다. 지켜야 하는 것에 관한 서로의 약속이다.


가정도 하나의 공동체이고 사회이다. 아내와 나 그리고 아들.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그 누구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되는 규칙이 필요함을 배웠다.


혹시나 아들 네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들 미안하다. 혹시 내가 네가 성인이 됐음에도, 혹은 되는 동안 잔소리를 많이 해서 우리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면.... (부디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 아빠도 잘해보려고 그랬던 거라는 걸 알아주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너도 나중에 커서 아이를 키우게 되면... 조금씩 아빠를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올 거야... 나도 서른 전까지는 내 아빠, 너에겐 할아버지를 무척 싫어했는데 서른이 넘어가고 너를 낳고 하면서 아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더구나... 그리고 지금은 아빠를 보면 측은한 마음이 더 커서 늘 안쓰러운 마음이야... 나도 언젠가 내 아빠처럼 8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거동도 힘들고... 아니 어쩌면 그전에 한 줌의 흙으로 될 수도 있겠지만.... 암튼 내가 너에게 잔소리했던 건....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란다... 네가 아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음을 꼭 이해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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