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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pr 18. 2022

그래! 장사는 배짱이지!

레고랜드 인근 배짱두둑한 춘천닭갈비집 사장님 응원합니다

2022년 4월 17일
레고랜드 프리오픈

지난 17일 레고랜드 프리오픈 행사에 다녀왔다. 5월 5일 정식 오픈에 앞서 1st To Play 연간이용권 소지자에 한해 사전 오픈 이벤트 행사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는 브릭토피아·브릭스트리트·레고시티·레고닌자고월드·해적의바다·레고캐슬·미니랜드 등 총 7개 테마구역으로 조성됐다.


국내에 글로벌 테마파크가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아시아 최대 규모로 들어선다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이번 레고랜드 개장으로 춘천은 미국 캘리포니아·플로리다·뉴욕, 말레이시아, 두바이 등에 이어 레고랜드 리조트가 들어선 10번째 도시가 됐다.

레고랜드가 춘천에 생기면서 일어날 일

우선 레고랜드가 있는 춘천으로 가면서 든 생각은 춘천 하면 닭갈비 그 이상은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제 춘천 하면 대표할 만한 새로운 하나의 이미지가 생겼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대학생 시절에는 강촌과 대성리를 다녀온 것 이외, 춘천닭갈비를 정말 제대로 먹어보자는 취지에서 갔었던 것 이외에는 춘천을 가야 할 이유가 솔직히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용인은 에버랜드, 과천은 서울랜드와 과천과학관 등이 있어 랜드마크가 되었고, 아이와 자주 들르는 하나의 명소가 된 지 오래다.


경제적 관점으로만 놓고 따지면, 춘천에는 이제 레고랜드가 들어서면서 외국인뿐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들 관광객 유입이란 호재가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광객의 유입으로 주변 상권은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고, 결국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 없었던 레고랜드라는 글로벌 기업의 유치로 춘천시민의 일자리 창출이 일어날 것이고, 그로 인한 가계 수입 증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레고랜드는 강원도 소재 대학들과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내년 대규모 채용 때는 우선적으로 강원도민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레고랜드를 시작으로, 디즈니랜드를 개최할 도시가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도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꽉꽉 채워 놀고
배를 채우러 검색해서 찾아간
숯불닭불고기집

춘천에 왔으니 당연히 춘천닭갈비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검색했고,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는데, 바로 ‘원조숯불닭불고기’ 집이었다. 1961년 오픈했다는 말에 찾아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레고랜드에서 멀지 않은 거리여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허름한 가게 외형과는 달리, 웨이팅 고객을 위한 최첨단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어 놀랐다.


뿐만 아니라, 백종원의 3대천왕, 수요미식회, 허영만의 백반 기행뿐만 아니라 블루리본부터 출입문에 붙어있는 수많은 인증 스티커가 숯불닭불고기집의 아우라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에는 기다리는 이들을 초상권 문제로 갤럭시 기본 앱 AI지우개로 지워서 보이진 않지만, 이날도 우리 앞에는 4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배고파요 ㅠ_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도 대충 먹고 열심히 레고랜드를 뛰어다닌 아들의 배고픔이 심각했다. 4팀을 기다릴 만큼의 인내를 하기엔 아들의 배고픔이 너무도 심각했다.


그러다 발견한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닭갈비집이었다. 그리고 이 문구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방송 출연은 절대 하지 않는 진정한 맛집
이건 도발일까? 진심일까?

문구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내가 오버하는 것일 수 있지만, 저격성 문구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그러다 잠시 문구 앞에서 글자를 곱씹으면서 읽다 보니 이 지역을 잘 모르고 기껏해야 1년에 한 번 정도 아니 몇 년에 한 번 오는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호소하는 느낌으로 읽히기도 했다.

저희 양념은 고추장을 쓰지 않아요

아들의 배고픔을 우선 채워야겠기에 가게에 들어가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께 " 간장맛을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맛인가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쭈니 내게 돌아온 답변이다.


어쩌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어 우리는 도전해보기로 했다. 맛집 옆 배짱 두둑한 닭갈비집에서 말이다.


"어휴 이 정도 아이면 충분히 먹어요. 저희 일반 맛은 색깔은 빨간색이지만 맵지 않아서 아이들도 잘 먹어요"


이곳은 어머님과 아들이 하는 식당이었고, 남자 사장님(아들)은 우리 아이를 보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아빠 간장맛 먹고 싶어요

그래도 혹시 몰라 안전하게 간장맛 닭갈비를 2인분만 먼저 주문했다. 그리고 막국수와 주먹밥을 시켰다. 된장찌개는 서비스로 나왔다. 된장찌개는 일반 된장찌개가 아니라 시래깃국이나 우엉 된장국 같은 느낌이었다.


막국수는 너무 배가 고파서 나오자마자 먹어버려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일단 닭갈비를 주문하면 기본 세팅이 이렇게 나오고, 남자 사장님이 오며 가며 하시면서 타지 않게 자주 뒤집어 주라고 말씀해주신다.


남자 사장님의 조리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첫 불판에서 닭갈비는 자르지 않고 계속 뒤집어 가면서 굽는다. 가위를 먼저 주지 않는 것도 나름의 배려였다. 하지만 난.... 바쁘셔서 가위를 안 주신 줄 알고 그냥 가지고 와서 잘랐다....


남자 사장님께서 "가위가 어디서 나셨어요? 일부러 안 가져다 드린 건데"라고 하신 뒤에야 내가 마음이 급했음을 깨달았다.


노릇노릇 닭갈비가 익어가고 불판을 갈 때가 되면, 남자 사장님이 불판을 갈아주시며 말씀하신다.


"이제 잘라서 드시면 돼요. 그리고 여기 김치에 싸서 드시면 더욱 맛있어요!"


사장님의 설명 속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닭갈비를 판다는 느낌보다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내가 그 작품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이곳 닭갈비는 이곳 사장님들의 애정이 듬뿍 담긴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져서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아들 혼자 닭갈비 2인분을
단숨에 먹어치웠다

배가 고파서였다기 보다 간장닭갈비가 그만큼 맛있었다. 우린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2인분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장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닭갈비를 구웠다.


이번엔 여자 사장님께서 손수 구워주셨다. 남자 사장님과 달리 여자 사장님(어머님)의 조리법은 화끈했다. 불을 키워 활활 타오르는 불판에서 시원하게 휘저으니 닭갈비는 금세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우리 닭갈비는 이렇게 구워도 타지 않아요. 그게 우리 닭갈비의 노하우예요. 이렇게 구워야 하는데 아들이 손님들이 혹여나 태운 고기를 드실까 봐 불을 자꾸 약하게 낮춰놔요"


남자 사장님은 분주히 움직이셨다. 이날 테이블은 꽉 찼는데 일하는 이는 여자 사장님과 남자 사장님 둘 뿐이었다. 외지 손님이 대부분이니 설명도 해야 하고, 한 손님은 연신 이것저것 물어보고 주문하고 하다 보니 사장님들은 더욱 바삐 움직이시느라 정신없어 보이셨다.


"주먹밥에 메밀이 들어가서 이렇게 불판에 올려놓고 구워서 먹으면 더 맛있어요"

우리 오늘 정말 잘 팔았다 그치?

정말 맛있게 한 끼 식사를 마치고 나오려고 자리를 일어서는데, 남자 사장님이 여자 사장님께 뿌듯한 목소리로 하루 장사를 마무리하며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


이날은 일요일이어서인지 8시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저녁에 소주 한잔 하러 오는 손님분들께는 8시에 문을 닫아서 술을 드시러 오시는 분들께는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일을 하는 모습에서 정이 느껴져서 더욱 마음이 따뜻했던 식당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그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기분 좋게 채워진 배를 두둘 기며 식당 사진을 찍었다.

사장님의 가게에 적힌 문구는 진심이었구나
방송 출연은 절대 하지 않는 진정한 맛집

직접 식당에서 맛있는 한 끼를 먹고 나오니 그 글에 적힌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외지인들이 검색을 통해서 찾는 것이 맛집일 수도 있지만, 하루하루 성실하게 그리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모자가 준비한 정성스러운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담긴 문구였다.


검색하고 찾아와서 기다리는 손님에게 여기도 닭갈비집이고, 이곳에서 한 끼 식사를 먹는다 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배짱 좋게 써놓은 한 문장이었다.


저격글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의 닭갈비에 자신 있다는 자부심 가득 담긴 마음이었다. 내겐 도전이고 모험이었지만, 겪어보니 만족이고 감동이었다.


자신의 주관적인 입맛을 마치 객관인양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나이지만, 이곳은 추천하고 싶다. 닭불고기집의 기다림이 지루하다면 옆에 배짱 좋은 닭갈비집에서 한 끼 식사를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이다.


배짱 좋은 사장님이다. 온갖 미디어에서 극찬하는 닭불고기집 옆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닭갈비 소신을 지켜나가며 장사를 하고 있는 사장님의 자부심이다. 들어오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굽는 방법, 먹는 방법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사장님의 작품 설명 역시 멋있었다. 사실 난 요리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레이팅만 멋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요리에는 요리를 만든 이의 정신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 요리를 만든 이의 정신, 그리고 그 요리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장님의 배짱, 그리고 닭갈비에 대한 자부심! 응원합니다!!!
건강하시고 번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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