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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23. 2022

식사하며 미안함을 느낀 날

[어쩌다 강화도 여행기] 셰프님의 요리 진정성을 맛본 날

어쩌다 강화도 기행

요즘 아내의 쉼에 고민이 많은 날들이다. 가정의 평화란 먼 곳에 있지 않음을 깨닫고 있어서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들은 엄마를 따르고 좋아하기에... 아내를 쉬게 하는 것이 가정의 평화의 지름길임을 늘 깨닫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그동안 내가 게을렀기 때문임을 인정한다. 주중에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에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아내의 여행 계획에 맞춰서 살아왔음을 고백하고 회개한다.


사실 내가 이렇게 깨닫게 된 계기는 팀장님과의 대화 속에서였다.


지난 금요일 오전 팀장님과 회의를 하던 중 팀장님께서 내게 툭하고 질문을 던지셨다.


"이번 여름, 여행 계획 세웠어?"


"아니요;;; 아직... 전 아내가 계획 세우면 그것대로 하거든요"


변명하듯 팀장님의 물음에 답했지만 내뱉고 나니 내가 생각하기에도 굉장히 궁색해 보였다.


"에이... 그럼 안되지. 여행 계획을 세워봐야지. 늘 그렇게 편하게 여행하러 다닌 거였어? 여행 계획 세우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데"


그랬다. 실제로 생각해보니 난 늘 아내가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한다는 핑계로 나 자신의 편안함을 추구해왔었다. 그러면서도 난 늘 내가 가족을 위해 잘하고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해왔던 것 같다.


팀장님과의 대화 속에서 나의 부족함, 지난날의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급하게 이번 주말에 다녀올 수 있는 펜션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대부분 괜찮은 곳은 전부 다 예약 마감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쉴 새 없이 검색했다. 그러다가 정말 놀랍게도 가성비가 좋은 강화도에 위치한 펜션 한 곳을 찾았고, 야놀자 앱에서 1만 원 할인까지 받아 예약에 성공했다. 심지어 이곳은 호텔스닷컴에서 강화도에의 수영장이 있는 3대 펜션이라고 홍보글도 나온 곳이었다. 실제로 나는 아들에게 '수영장 있는 펜션에 가자'며 이걸 무기로 같이 놀러 가자고 꼬셨다.


하지만 도착하니 아쉽게도 수영장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고, 아들과 아내는 실망스러운 듯 나를 쳐다봤다. 여행 계획 세우고 사전에 꼼꼼하게 챙기지 않은 내 탓이니... 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저녁 준비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짐한 이유는 당연히 아무런 저녁 식사 준비도 없이 온 나 자신 때문이었다.


트렁크에는 저녁 식사를 위한 그 어떤 것도 있지 않았다. 그 흔한 햇반, 라면, 삼겹살 따위는 있지도 않았다.


'에휴......'


수영장이 운영하지 않는다는 비보에 열심히 검색했다. 하필 차에 기름도 간당간당한 상황이 됐다. 진짜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나 차에 기름 좀 넣고 근처 하나로마트 가서 저녁에 먹을 신선한 고기랑 야채 좀 사 올게"


마치 신선한 고기를 구워주고 싶어서 계획한 것처럼 아내와 아들에게 번지르르하게 말을 하고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펜션에서 약 3km 가면 휘발유가 리터당 1995 원 하는 주유소가 한 곳 있다. 그게 가장 가까운 거리다. 그리고 그곳에서 12km 정도 더 가면 하나로마트가 있었다.


그랬다. 준비성이 없이 강화도에 온다면 여러모로 애써야 한다. 강화도에는 펜션과 숙박업소가 참 많지만 하나로마트와 주유소는 드문드문 있어 찾아가는 것도 일이다. 기름은 미리 채워 들어가는 것이 좋고, 고기와 먹을거리 등도 미리 준비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요새 기름값이 고공행진인데 아휴....


펜션 사진은 없다. 사실 여행기를 쓸 생각이 없었기에 펜션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다름 아닌 다음날 아침 아내와 아들과 아침 식사를 위해 찾은 '행복한시골밥상'에서 받은 감동과 나 스스로 느낀 미안함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서두가 길었지만 이 글에서 펜션은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한 '마중물'에 불과하다...

정성 가득 차려준 밥상을 보니
셰프님의 마음이 전해져 오네요

우연히 저녁 먹을거리를 사러 펜션에서 하나로마트로 가는 길에, '시골밥상'이란 간판을 봤다. 그리고 생각났다. 결혼 전 데이트할 때 아내가 좋아하던 반찬 많이 나오는 한식 식당 간판의 공통점 '시골밥상'이란 문구가 있었던 것이 말이다. 간판을 보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내가 밥이 먹고 싶다면 하면 같이 가봐야겠다고 말이다.


"어제 고기에 김치사발면 먹었으니, 아침에 시골밥상 어때?"


"여기 근처에 그런 곳이 있어?"


"응 요기 바로 근처에 있더라구. 어제 하나로마트 다녀오다가 봤어"


"아들 된장국이랑 불고기에 밥 괜찮아?"


"응 그럼 된장국엔 밥이지!"


아내와 아들 모두 흔쾌히 아침 식사로 밥 먹는 것이 좋다고 했고 우린 바로 출발했다. 그렇게 도착한 시골밥상! 자세히 보니 '행복한시골밥상'이었다. 이곳은 샐러드바가 있었고, 귀한 나물들을 손님들이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셨다.


오픈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지만, 차갑게 내치지 않으시고 따뜻하게 반겨주셨다. 물론 오픈 시간 이전에 찾아간 것이 실례인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식사 언제쯤 되는지 여쭤보고 10분 뒤에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셔서 우리 가족은 주차장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오너 셰프 계동훈님이
더 잘 되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제 본론이다. 마음껏 이날 내 마음을 울린 이야기를 쏟아내 보리라!!!


나는 메뉴를 내어주며 요리를 설명해주는 곳이 너무 좋다. 게다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까지 손수 알려주신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예를 들어, 다 같은 된장찌개라고 하더라도 분명 셰프님 나름의 된장찌개에 대한 철학이 있을 것이다. 신념 말이다. 그렇다면 그 신념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할 것이다.


오며 가며 우연히 찾은 손님은 그 방법을 알 길이 없다. 그냥 된장찌개거니 하고 대충 먹고 배 채우기에 급급할 수 있다. 결국 셰프의 신념은 손님에게 전해지지 못한다. 그럼 다른 된장찌개와 다를 바 없다. 그냥 뻔하기 뻔한 된장찌개, 아니면 조금 더 맛있었던 된장찌개 정도로 기억될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곳에서 우렁강된장을 맛있게 먹는 방법과 오너 셰프에 대한 이야기가 테이블마다 적혀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셰프님 소개 글에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요리에 대한 본인의 진정성을 말이다.

고구마가 들어간 타락죽이에요

주문을 받으시고 음식을 내어주시는 분께서 요리 하나하나를 설명해주셨다. 또 하나 이곳에서는 매실쑥차와 강화약쑥차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아내와 아들은 매실쑥차를 좋아했다. 난 강화약쑥차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음식을 준비하는 이의 마음을
음식을 마주하는 나의 소양이
따라가지 못해 한탄할 수밖에

밥을 먹으면서 계속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경건한 마음으로 앉아 음식을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음식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을 대할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셰프님의 요리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느끼고 싶었다.


이곳 식당에서 내 앞에 놓여진 요리들, 그리고 샐러드바에 자리하고 있는 나물들과 가지런하게 놓인 쌈채소들을 보면서도 정성이 느껴졌다. 음식을 준비하는 이의 마음으로 가득 담은 정성이랄까.


특히 마지막에 디저트로 꺼내 주신 '쑥찹쌀아이스크림'은 내 편견과 싸우게 했다.


'쑥'이라는 단어에 안 먹고 그냥 갈까도 싶었지만, 여기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있을까란 기대감이 들어 한 입 맛보는 순간 알게 됐다. 쑥이란 단어만 듣고 먹지 않고 지나쳤다면 난 후회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쫀득쫀득한 젤라또 같은 느낌이면서도 아이스크림인데 아주 차갑지도 않아 좋았다. 그리고 단맛을 싫어하는 내게는 건강한 단맛이 있어 참 좋았다.

'쑥'이라는 단어만 듣고 편견에 사로잡혀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꼭 한입은 맛보시길 셰프님을 대신해 제가 부탁드립니다.
행복한시골밥상에서 느낀 마음을 담고 싶어
강화도 여행 후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번 글은 온전히 '행복한시골밥상' 식당 덕택이다. 이곳은 하나하나 그 모든 것이 모두 진정성인 것 같아서다.


글을 쓰기 위해 '행복한시골밥상' 네이버 플레이스를 찾아보는데, 여기에 올라온 가게 소개글에도 셰프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더욱 좋았다. 이건 정말 혼자 읽기 아쉬울 정도였다.


셰프님의 글에 난 이렇게 답을 하고 싶다.

셰프님 멋진 요리 잘 먹고 갑니다. 셰프님과 '행복한시골밥상'에 계신 모든 분들도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기도할게요! 무엇보다 늘 건강하세요.
강화도 여행에서
옥토끼우주센터가 빠지면 섭섭할 듯

이 글을 보고 강화도 '행복한시골밥상'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다면, 이곳도 다녀오시길 추천한다.


사실 나는 아무런 정보가 없이 아내가 가보자고 해서 찾아간 옥토끼우주센터였음을 고백한다. 아무런 정보가 없기에 입구에서 가격표를 보고 '뭐 이리 비싸'라고 생각했지만, 들어간 순간 불만은 만족으로 가득 찼다. 정말 알찬 시간들이었다. 비싼 게 아니라 이 체험존을 모두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비용이라면 오히려 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아이가 여러 명이라고 한다면 고민이 들 수 있다. 비용이 꽤 클 테니 말이다.


이곳 역시 글로 남기려고 찾은 곳이 아니었기에 브런치 글쓰기용 사진을 별도로 찍지 않고 아들과 체험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우주 관련 체험존도 환상적이었고, 무엇보다 비행기 부품과 우주 관련 장비(?) 등을 직접 만져볼 수 있고 타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뿐만 아니라, 보트 타기, 썰매장, 풍선 터트리기, 물대포 등은 아들에게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준 놀이기구(?)였다. 강화도를 찾았다면 여기도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맛있는 커피와 빵 그리고 멋진 쉼 공간
신문리 미술관 '조양방직'

서울로 돌아오기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찾아간 커피숍(?)이다. 이곳도 이미 관광객들에게 성지가 된 곳이었지만, 일요일 오후 늦게 찾아가서 인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 커피와 맛있는 빵을 먹으며 편히 쉴 수 있었다.


이곳 역시 체험형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좋았다. 아들은 특히 전시된 버스 안에서 운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커피와 빵을 주문해서 들어가면 정원처럼 멋지게 꾸며놓은 카페 내부가 보여서 정말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생각지도 못한 강화도 속 알찬 여행
아내 덕택에 가능했던 여행이었다

사실 이렇게 알차게 여행을 하게 되리라고는 출발하면서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1박 하고 쉬다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펜션을 예약한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번 강화도 여행이 알차게 된 것은 모두 아내 덕택이었다. 아내가 아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검색하고, 후기를 보면서 검증하고 하면서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엄선해서 골랐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이번에도 난 아내 덕택에 멋진 추억을 쌓고 왔다.  오는 동안 아내와 아들은 잠들었다. 서울로 들어와 고가도로를 지나는데 노을이 진다. 큰 태양이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 가족을 비춰주는 것 같아 마음속 울림이 일어 잠시 교통체증을 틈타 한 컷 찍었다. 아쉽게도 커다란 태양은 찍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때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사진으로 이번 '어쩌다 강화도 여행기'는 마무리 지으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내 마음속 한 문장을 남긴다.


'당신과 아들이 있어 참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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