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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03. 2022

맛집이 별거 있나?!

한 끼 기분 좋게 먹었으면 그게 바로 맛집이지!

뙤약볕이라 한적했던 것이었을까?
뭐든 탈 수 있는 기회의 날이구나

오늘은 그야말로 한여름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기분이 꿉꿉한 그런 뜨거움이 아니라 그야말로 단어 그 자체... 땡볕... 뙤약볕이었다. 사전적 풀이로 단어를 풀어서 쓰면 '되게 내리쬐는 뜨거운 볕'이다. 되게 정말로 매우 매우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마주한 날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덕택에 레고랜드는 한가로웠다. 오전에는 대기시간 없이 거의 모든 놀이기구를 마음만 먹으면 무한 반복하며 지낼 수 있었다. 실제로 레고랜드의 롤러코스터인 '드래곤코스터'를 오전에 3번 연속해서 오후에도 아쉬운 마음에 2번 연속 탈 수 있었다. 오후에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대기를 5~10분 정도 해야 했지만. '해상경비아카데미'도 3번을 탔음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사실 그냥 지나쳤던 '드라이빙 스쿨'도 오늘은 대기 없이 즐겼다. 그야말로 오늘은 아들과 우리 가족에게 레고랜드는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땡볕이었지만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시티 경찰서', '빌드 앤 테스트' 등이 있어 그 안에서 무더위를 잠시 피하며 놀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이번 레고랜드에서의 시간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지 탈 수 있는 그런 하늘이 준 기회였다고 할까.


'4D' 영화도 마음껏 봤고, '4D' 연극인 닌자고 라이브도 가장 좋은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아들은 정말 원 없이 타고 즐기고 체험했다.

우리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난 저녁에 뭐 먹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실 레고랜드 내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다 보니 맛있게 먹는다는 의미보다는 오후 마감시간까지 놀기 위해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배 채우기랄까...


우리가 고민한 곳은 두 곳이었다. 숯불 닭갈비를 먹으러 갈 것인가 아니면 국수를 먹으러 갈 것인가다. 지난번 왔을 때 춘천 이마트 앞에 있는 '멸치국수가 참맛있는집'을 갔었는데 국수가 정말 맛있었다. 이마트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때우고 가려고 찾았다가 그날따라 푸드코트에 음식들에 마음이 가지 않아 가까운 곳을 검색해서 무작정 갔었는데 대박집을 발견한 셈이었다.

아내와 난 오전까지만 해도 '멸치국수가 참맛있는집'이 1순위였다. 그러다 점심에 돈가스를 먹고 나서 닭갈비에 막국수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아들도 국수보다는 닭갈비가 낫겠다고 의견을 보태 만장일치로 저녁식사를 위해 레고랜드에서 약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낙원동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더 이상 손님을 안 받는대

일단 지난번에 먹어보려고 도전했다가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 포기했던 '춘천 원조숯불닭불고기집' 식당을 찾았지만, 우린 이번에도 먹을 수 없었다. 앞에 손님까지만 받고 더 이상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그렇게도 맛있다는 하는 그 맛이 도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하지만... 이번에도 맛볼 수 없게 됐구나...'


사실 그렇다고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 옆에 있는 배짱으로 장사를 하며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닭갈비 집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거기도 만석이었다.

요앞 '낙원동'이란 숯불닭갈비 식당이 있고
저기에도 낙원닭갈비라고 적힌 간판이 있네

나는 아내에게 주변에 보이는 닭갈비 식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여기 가볼까?"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 가까운 '낙원동'이라고 적힌 숯불닭갈비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장님이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주셨다.


"사장님 저희 숯불닭갈비 2인분 하고요 막국수 하나 부탁드려요"


다짜고짜 주문하는 내게 아내가 물었다.


"여기 닭갈비에 간장이라고 따로 적힌 게 없어서... 사장님께 닭갈비 중에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게 있는지 여쭤봐야 하지 않을까?"


"아... 그렇네.. 미안... 잠시만...."


우리가 주문한 것을 정정해야 하기에 주문을 받고 카운터로 가시는 사장님께 재빨리 달려가서 여쭸다.


"사장님 혹시 여기 숯불닭갈비가 매울까요?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수준 인가 해서요"


"네 저희는 빨간 양념만 있어서요"


친절하셨고 분위기도 꽤 괜찮았지만, 사실 나나 아내에게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맛있게 먹는 것보다 아들이 맛있게 잘 먹는 것이 중요했기에... 사장님께 거듭 양해를 구하고 나와야 했다.

그리곤 우린...
낙원 닭갈비집으로 향했다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닭갈비가 있는지부터 먼저 검색했다. 다행히 간장 닭갈비가 있었다. 검색하다 알게 된 또 하나는 우리뿐 아니라 참 많은 사람들이 '원조숯불닭불고기집'에서 닭불고기를 먹으러 왔다가 이곳을 방문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여기 그렇게 하여 후기를 올리는 저도 한 명 추가입니다'

가게에 들어서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깔끔함'이었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테이블과 바닥 등 모든 것이 정말로 깨끗하게 준비되어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일하시는 분들 모두가 앞치마에 모자까지 청결함에 있어서 완벽을 기했다고 할까. 사실 밖에서 검은색으로 꾸며진 외관만 보고는 그냥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식당이겠거니라고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다가 너무도 (긍정적인 측면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음식 먹는 법을 알려주시면
사랑할 수밖에요

숯불닭갈비를 굽는다는 것은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적어주시면 그래도 내가 맛있게 잘 구울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은 좀 누그러진다. 숯불닭갈비를 내어주시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한 번 더 해주셔서 용기를 얻고 '잘 구울 수 있는 이'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또한 굽다 보면 석쇠에 검고 딱딱하게 막이 생긴 것이 보이게 된다. 그걸 마주하게 되면 석쇠가 탔으니 교체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하지만 친절한 안내장 덕택에 처음 굽는 이도 검은 막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 막 덕택에 닭갈비가 타지 않고 더 노릿노릿하게 구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여기는 세트가 있어 세트로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닭갈비'라고만 적힌 세트메뉴여서 여쭤보니 숯불닭갈비도 세트로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여 간장 숯불닭갈비 2인분에 음료와 막국수 소(小)자가 포함된 것으로 주문했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을 참고하여 자주 뒤집고 살짝 익은 상태에서 잘라서 더 익혔다. 석쇠에 검은 막이 생겨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뒤집었다.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또 우리의 하루가 지나갔다. 닭갈비를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아내는 잠이 들었다. 아들은 태블릿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영상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춘천의 낙원동 또는 낙원길이라는 곳에 내가 찾은 숯불닭갈비집은 4곳이었다. 그중에서 한 곳은 너무도 유명한 곳이어서 전국에서 몰려올 정도의 거물이다. 어쩌면 외국인들에게도 춘천 레고랜드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맛집 성지로 알려졌을 수 있다.


그리고 난 생각했다. 그런 엄청난 거물급의 닭불고기집 바로 옆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숯불닭갈비' 가게에도 생존을 위한 무언가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춘천시 낙원동에서 숯불닭갈비에 대한 철학과 요리 비법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는 모든 사장님들을 응원한다.


물론 다음달이든 다다음달이든 레고랜드를 방문하게 되면 '숯불닭불고기집'을 찾아가 볼 것이다. 정말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다. 그것 뿐이다.

닭갈비에 얽힌 이야기를
생략하면 아쉽겠지?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숯불 닭갈비'가 맛있다며 맛봐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 닭갈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터라 닭갈비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오해했다.


닭갈비에 대해 알아보니 숯불 닭갈비는 초창기 닭갈비의 모습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철판으로 된 넓은 불판에 닭갈비와 떡, 야채를 매운 양념에 볶아 먹는 것은 1980년대 후반에 등장했고, 숯불 닭갈비는 그 이전 초기 형태였다.


1950년대 말 무렵 강원도 춘천의 한 술집에서 술안주로 닭의 갈빗살을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구워 먹던 것이 경제가 발전하면서 두툼한 닭다리의 살코기 살로 발전한 것이다.


값이 싸고 양이 많아 인근 군부대 장병들에게 인기를 끌며 전국적으로 퍼저나가며 전성기를 맞았고, 1970년도 초에는 '서민 갈비', '대학생 갈비'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숯불 닭갈비가 춘천 전역으로 퍼진 후 각종 야채와 우동 사리를 넣어 양을 늘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숯불 석쇠보다 대량 조리에 용이한 원형 철판으로 조리 도구의 형태도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춘천 닭갈비가 유명해지며 서울에 전래되자 뼈 없이 살코기만 있는 닭갈비가 생겨났고 매운 양념을 중화시킬 수 있도록 치즈를 곁들여 먹는 형태도 나오게 됐다고 한다.


'잠시만...  닭갈비 유래를 알아보고 나니 의아한 점이 있다. 왜 춘천 낙원동 유명한 식당은 왜 '숯불닭불고기집'이라고 적어놓을 것일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춘천 닭갈비의 역사는 1960년대 말 선술집에서 숯불에 굽는 술안주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김영석(金永錫)씨가 중앙로에 돼지구이를 팔다가 어느 날 닭 2마리를 사서 돼지갈비처럼 양념에 재웠다가 숯불에 구워 ‘닭불고기’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1970년대 들어 춘천의 명동 뒷골목을 중심으로 닭갈비집이 많이 생겨서 휴가 나온 군인, 대학생들로부터 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각광받았다. 당시 닭갈비 1대 값이 100원 정도로 저렴하여 별명이 ‘대학생갈비’, ‘서민갈비’라 불렸다.

춘천에서 닭갈비가 발달한 연유는 당시 춘천지역에서 양계(養鷄)가 성해서 도계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무위키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닭갈비라는 이름에 대한 여러 썰이 있다. 첫째로는 닭갈비라는 명칭의 유래가 원래는 글자 그대로 닭의 갈빗살이었다는 것. 둘째로 숯불 돼지갈비처럼 화롯불에 구워 먹으며, 뼈가 붙어있고 양념이 되어있는 형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실제 닭의 갈비가 시초가 된 요리이지만, 이후 다른 고기들의 갈비 요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닭갈비로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서는 닭불고기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이마트에서 닭불고기라고 파는 그것이 이것이다.
여담으로

'물 닭갈비'라는 것도 있다. 이는 강원도 태백시와 삼척시 일부에서 시작된 닭갈비의 한 종류다. 국물이 자박자박하게 있고 거기에 냉이를 듬뿍 올린 것이 특징인데, 석탄 캐던 광부들이 국물을 찾으면서 생긴 조리법이란 설이 있다.


아래는 2020년 1월 엄청 고생고생하면서 맛봤던 태백닭갈비.... 

사실 그날 경험을 떠올리면 그닥.... 주차하는 것도 너무 애를 먹었고... 정말 너무도 오래 기다렸고... 먹는 동안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신경이 쓰여서 좌불안석했던 기억.... 맛이 어떤지 음미하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다. 이날 내게 일어났던 제반 환경들이 참 힘들었다. 확실한 건 내겐 그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2020년 1월 강원도 태백시 태백닭갈비 본점에서 맛본 태백닭갈비 
광화문덕의 닭갈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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