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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06. 2022

고요한 밤 별이 내리고

아들아, 스스로 빛을 내어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항성이 되렴

아들, 별 보러 갈까?

요새 아들은 우주항공에 관심이 많다. 지난주에는 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 돔으로 된 멋진 상영관을 통해 별자리를 알게 됐고, 그 경이로움에 흠뻑 빠져버렸다. 내가...


이번 주에는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지역 아버지 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분이 예전에 추천해주셨던 곳이 생각났다. '송암 스페이스센터'.


주중 날씨가 봄 날씨처럼 따뜻했던 것이 너무 포근했던 기억이어서 나들이를 가고 싶었다. 이런 날씨를 이대로 집에서 보내면 안 된다는 죄책감까지 들었다고 할까.


아들은 별 보러 가자는 내 의견에 격하게 찬성을 외쳤고,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의 '달려라 이클아' 소재가 될 '송암 스페이스센터'로 이클이를 타고 출발했다.

노원구에서 30분 거리!!!
놀라운 근접성

양주시 장흥면에 위치한 송암 스페이스센터는 노원에서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도로 확장을 하여 예전만큼 교통지옥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차량행렬을 소화하기에 버거워하는 동부간선도로가 아무리 먹통이 되어도 말이다.

물론, 이날 난 초행길답게 빠져나가는 길을 놓쳐서 좀 뺑 둘러서 오긴 했지만 ㅎㅎㅎ 그것 역시 추억 아닐까....


송암스페이스센터 도착

광활한 대지에 멋지게 자리하고 있는 곳. 저 멀리 보이는 산 정상에는 천문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별 표시 아래 보이는 건물이 송암 천문대다. 이곳을 가려면 스페이스센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어 아들이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날은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대로 올라가지는 못했다....

자 이제 스페이스센터에서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해볼까나

스페이스센터 앞에 주차를 마치고 입구로 들어가면 우리를 반기는 우주인들.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대를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내부 직원분들께서 끊임없이 논의하고 계셔서 일단 우리는 디지털 플라네타리움 입체영상관과 별자리 성도 수업, 태양 관측 이렇게 3가지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비용은 성인 1만 1000원, 소인 1만 원이다.

태양을 직접 보면 눈이 다칠 수 있어요

망원경이 놓여있고, 직원 한 분이 직접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면서 아들이 태양을 안전하게 관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태양을 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들에게는 놀랍고 신기한 체험이었던 것 같다.

별자리 이야기는 너무도 설레요

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도 그랬고 여기서도 너무 좋았던 부분이 별자리를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체험이었다. 특히 내게 말이다.


페가수스, 안드로메다, 시리우스 등 많이 들어 이름은 익숙하지만 사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별의 등급과 찾는 방법 그리고 단순히 외워서 알려주는 큐레이팅이 아니라, 별자리 전문가가 초보자도 정말 별자리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해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구연동화를 듣는 느낌이어서 내겐 정말 너무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의 경험은 경이로웠고, 그것이 별자리에 대한 얕지만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배경지식이 되어서였을까. 송암 스페이스센터에서 들은 별자리 성도 수업은 어렵지 않았다.


'아 이렇게 별자리가 계절별, 시간대별로 우리의 머리 위에 나타나는구나' 그런 느낌이었다.

아들아 마음껏 뛰어놀아라

스페이스센터에서 잠시 내려오면 광활한 운동장이 펼쳐진다. 바람이 많이 불고 날이 차지만, 아이들의 에너지를 어찌 막으랴.


이날 아들과 난 '아빠 잡아라'를 하면서 30여분을 뛰어다녔다. 난 금세 방전이 났지만 아들은 여전히 에너지가 끓어올랐다...


'아들... 아빠 체력이.... 미안하구나....'


체력이 고갈돼 만신창이가 됐지만, 덕분에 뱃살이 조금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며 우리는 스페이스센터에 있는 2층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아빠 별은 언제 보러 가?

아들은 연신 별 보러 언제 가냐는 질문을 내게 해댔다. 천문대에 별 보러 가는 것에 대한 기대보다는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대를 간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큰 듯했다.


'아.... 정말 이제 밤이 내려오는구나'

오늘 케이블카 이용은 안될 것 같아요

결국 이날 강한 바람으로 케이블카는 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이스센터 직원분들의 배려로 오후에 달렸던 운동장에 달과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됐다. 망원경이 설치되는 동안 영상을 통한 별자리 설명이 진행됐다.


처음에는 그냥 영상인가 싶었는데, 스페이스센터에서 관측되는 실제 모습이었다. 인공위성이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알게 됐다. 신기했다. 그리고 달을 줌을 하니 무지 크게 보였다. 달 표면까지 보이는 듯해서 너무도 신기했다.


이제 달과 별을 직접 관측할 차례다. 우리는 고요한 밤 한가운데 섰다. 달이 내려가고 있었다. 초승달이다. 스페이스 센터 하늘 위의 별자리에 대한 선행학습 덕택에 고개를 들자, 별들이 반짝이며 나를 반겼다. 그리고 강의 시간에 들었던 별들이 내 마음으로 파고들었다.


'그래... 저기 2 등성 별 3개가 나란히 있는 저 별!!! 오리온!! 오리온 옆에는 제우스가 변신했던 황소의 모습이라는 황소자리 별이 있지. 시리우스가 있는 큰 개 그리고 그 위에 작은 개, 그리고 작은 개 옆에 쌍둥이 별자리!!! 자 이제 북극성을 찾아볼까. 북극성을 찾으려면 주변 1 등성 별 데네브를 찾아야지. 그래그래 저거겠구나!!!'

이날 아이들에게 멋진 밤하늘 별자리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관측할 수 있도록 해주신 직원분들께 이 공간을 빌어 감사 말씀 올린다.
고요한 밤 별이 내리고

바람이 강해 춥긴 했지만, 밤하늘의 별자리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고왔다. 이렇게 수많은 별들이 내 머리 위에 떠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모를 감동이 온몸을 휘감았다. 별이 내린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 정도였다.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근교에서 이렇게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경외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아들의 마음속에도 아들의 꿈이 자라는 별이 하나 싹트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들이 커서 나중에 아들이 성인이 됐을 때 마음속 별도 함께 커 아들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의 대부분은 항성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라는 말이다. 기도했다. 고요한 밤, 별이 내리는 이 순간 내 옆에 서 있는 아들도 항성이 되게 해달라고 말이다. 내가,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 작더라도 선한 영향력을 베풀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아빠보다 더 잘, 그리고 멋지게, 더 의미 있게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서다.

다음에 또 보자
멋진 경험이었어

마지막 프로그램은 로봇댄스였다. 로봇 저마다 재미난 특기(?)를 가지고 있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날이 포근해지면 한 번 더 찾아가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아들과 밤하늘의 별을 세며 밤을 지새 봐야겠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곳이
이 우주 속 지구 아니겠습니까
광활한 우주공간 속에서 나라는 존재
인간으로서의 현주소를 자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지요

송암스페이스센터는 운영주체는 민간이었다. 궁금해졌다. '어떤 분이 이런 공간을 왜 만들었을까?', '어떤 가치를 후대에 남기고 싶었을까'하고...


서울 중심에서 약 20km 남짓한 곳에 있는 송암스페이스센터는 한일철강 회장을 지낸 송암 엄춘보 선생이 400억 원의 사재를 들여 만든 사설 천문대다. 송암스페이스센터는 천문과학 교육장인 스페이스센터와 해발 443m의 계명산 형제봉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천문대로 이루어져 있다. 스페이스센터에는 사계절의 신비한 밤하늘 별자리를 생생한 입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플라네타리움’과 미 항공우주국의 전직 우주 조종사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우주학습공간 ‘챌린저 러닝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천문대는 스페이스센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그곳에서는 국내 기술로 만든 첫 번째 60㎝ 리치크레티앙식 망원경을 비롯 반사식, 반사굴절식, 굴절식 등 다양한 성능의 망원경으로 먼 우주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만날 수 있다.
▲ (왼쪽)한일철강 창업주 고 엄춘보 명예회장
송암스페이스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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