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
"생각 좀 하고 말해"
사람들이 질책하듯이 말을 하고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해봤고 누군가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봤다.
'사람이 말을 할 때 생각하지 않아도 말이 입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드문드문하다가, 오늘은 갑자기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상대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 귀로 빨려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왜 이런 말을 한 거지? 왜 나는 이런 쓸데없는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무의미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단어들을 내 입 밖으로 내뱉고 있는 거지?'
후회했다. 생각해 보니 이게 바로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한 경우'였다. 뇌를 거치지 않고 그냥 제멋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 말들. 무책임하고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 상대방에 대한 배려 따윈 없이 그냥 즉흥적으로 떠들어대는 소음 같은 말들.
누군가는 그런 말들을 '스낵토크'라고 포장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스낵토크'는 서로의 관심사라는 대화의 맛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뇌를 거치지 않고 떠들어대는 입 밖으로 나오는 소음 같은 말들'을 '스낵토크'라 포장하는 것은 그 역시 무책임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오늘은 내가 내뱉는 말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이유는 없다. 내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이 상대에게 향하지 않고 내 귀로 들어왔기에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뿐이다.
글이 좋은 건 쓰면서 고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고 글을 내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키보드에 손을 얹고 마구잡이로 마구 쳐댈 수는 없으니 말이다.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하는 것을 굳이 글을 쓰는 행위에 비유한다면 이런 소음이 되지 않을까.
시끄러운 청축키보드를 신나게 타이핑한다. 그냥 내 기분에 맞춰 주변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그냥 신나게 치고 싶은 대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쳐댄다. 자음과 모음 조합 따윈 고려하지 않는다. 정말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쳐댄다. 청축이니 소음이 심하다. 그게 바로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쓸 때 나는 소음일 것이다.
생각하지 않고 말을 내뱉는 행위에 대해, 내 모습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더 나은 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