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다 똑같은 거겠지
지하철로 이동하다 떠오른 마음의 조각
지하철 안이다. 업무 미팅을 위해 이동하는 중이다.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났다. 한 정거장이 지나 문이 열리고 할머님께서 들어오셔서다. 자리를 양보하니 마음이 편해 좋다.
불편하실 수 있으실 듯하여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서 업무 협조 메일을 보내고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보며 저마다 무료할 수 있는 이동 시간을 나름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어제 본 웃긴 글이 생각났다. 90년대에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란 제목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려져 있었다. 모두가 가만히 만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땐 그게 당연했는데 시간이 지나 지금 관점으로 보면 그게 신기할 법하다.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난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 주변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자 때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좋은 기사를 쓰려면 관찰력이 중요하다. 좋은 글을 쓰려면 주변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그러다 자리를 양보해 드린 할머님을 보게 됐다. 할머님은 셀카를 찍고 계셨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본인 사진을 필터를 입혀가며 예쁘게 편집하고 계신 듯했다.
10대 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 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2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멋진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 상상했다. 군대 갔다 오면 어른이 될 거라 생각했다. 내가 처한 상황이 모든 게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
20대엔 30대가 되면 멋진 직장에 다니고 멋진 차를 타고 다니고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내가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30대엔 40대에 중후한 그리고 50대엔 많은 분들로부터 존경받는 그런 사람...
10대 때는 언제나 나이 든 후의 내 모습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나이가 들면 몸이 늙듯 마음도 늙는지도 너무도 궁금했다.
이젠 답을 알고 있다. 마음은 늙지 않는다.
셀카를 찍으시는 할머님도 그런 마음이시지 않으실까...
나도 할머님처럼 백발이 되어도 10대 때처럼 20대 때처럼 30대 때처럼 40대 지금처럼 셀카를 찍으며 카메라에 찍힌 내 모습을 편집하고 있지 않을까..
몸은 늙어도 멋지게 보이고 싶은 내 마음은 그 시절 그 마음과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