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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4시간전

성과 평가로 혼란에 빠진 회사, 어떻게 살릴 것인가

경영 컨설턴트로서 도약을 위한 광화문덕의 X 스토리, 성과연봉과 주인의식

비가 내렸다.


낙엽은 젖어 길 위에서 질척거렸고, 사무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공기의 무거움을 더했다.  경영 컨설턴트 X는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을 찾아온 기업의 대표를 마주하고 있었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슈였다. 성과 평가. 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된 회사 내부의 혼란과 갈등.


“성과를 내지 않으면서 월급을 받으려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대표는 참을 수 없는 듯 질문을 던졌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은 익숙한 고민이었다. 성과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직원들은 이를 공정하지 않다며 불만을 표했고, 관리자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결국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회사는 방향을 잃어가고 있었다.


X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당신이라면, 성과 없는 직원에게 계속 월급을 줄 수 있겠습니까?”


대표는 잠시 침묵했다. 어쩌면 스스로도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직원들에게 던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문이 열리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성과 연봉제 때문에 회사가 혼란에 빠졌어요. 직원들은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이고, 관리자들은 평가 기준을 못 정하겠다고 난리입니다. 저희 회사, 정말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요?”


X의 눈앞에 앉은 사람은 A기업의 인사 총괄 임원이었다. 중견 IT 기업으로 매출도 안정적이고 직원 수도 500명이 넘는 탄탄한 회사였다. 그런데 이 성과 연봉제 도입 이후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생산성과 사내 분위기 모두 악화됐다는 게 그의 고민이었다.


X는 간단히 물었다.


“직원들이 뭐라고 합니까?”


“회사가 성과만 강요한다는 겁니다. 기준이 애매하고,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많아요.”


“그렇다면 관리자는요?”


“관리자들은 실적만 강조하다 보니 팀 내 갈등이 커졌다고 하소연하죠. 매출, 매출, 매출... 그것만 생각하라는 식으로 접근했으니까요.”


그 순간 이미 문제의 윤곽이 잡혔다.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기준을 정의하는 것이다


잠시 후 A기업의 대표와 주요 임원진을 한 자리에 모였다.


“성과 평가 기준을 만들 때 중요한 건 단 하나입니다. 회사의 목표와 직원의 역할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 회사는 직원들에게 단순히 ‘매출’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든 직무가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표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X는 화이트보드에 A기업의 핵심 부서인 영업, 마케팅, 기술 개발, 고객 지원의 이름을 적었다.


“영업팀은 매출을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개발팀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이 더 적합한 기준이겠죠. 고객 지원팀은요? 고객 만족도와 재구매율로 측정해야 합니다. 이처럼 부서별로 성과 지표를 다르게 설계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듣던 고객 지원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매출만 강조되니, 우리 팀의 역할이 무시되는 것 같았어요. 고객 불만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게 우리의 성과인데, 그걸 인정받지 못하니 팀원들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성과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이유는 그들이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으로 기여를 입증할 수 있을까요?”


 X는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덧붙였다.


“문제는 공정함입니다. 직원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간단해요. 그들에게 성과와 목표의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성과는 숫자와 데이터로 증명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언제나 같습니다. 회사는 방향을 잃고, 직원들은 동기를 잃죠.”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 회사처럼 다양한 직무가 있을 때, 어떻게 성과를 숫자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X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미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해 왔다.



지멘스의 스마트공장과 주인의식 혁신


몇 년 전, 독일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지멘스(Siemens)는 제조업 경쟁 심화 속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기존의 생산 방식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생산성은 정체되었고, 품질 문제는 반복되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직원들 사이에는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는 무책임한 태도가 퍼져 있었다.


지멘스의 리더십은 이를 방치할 수 없었다. 당시 CEO였던 Joe Kaeser는 결단을 내렸다.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지금까지의 방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


그는 스마트공장 기술 도입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생산시설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시스템이었다. 스마트공장 도입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이런 기술이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겠느냐"라고 우려했고, 또 다른 일부는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스마트공장이 도입된 후 몇 달이 지나자 변화는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암베르크(Amberg) 공장에서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공장은 약 10,000개의 원재료를 활용해 950가지 이상의 제품을 생산했으며, 생산 효율은 99%에 달했다. 불량률은 100만 개당 10개로 감소하며, 전 세계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지멘스의 성공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조직 전체가 하나의 비전을 공유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직원들은 더 이상 “내 일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회사의 목표와 자신들의 역할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회사의 성과에 능동적으로 기여하기 시작했다.



맥킨지의 성과 평가 실패와 회복 이야기


미국의 대표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 역시 성과 평가와 보상 체계의 변화를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인 사례로 꼽힌다.


과거, 맥킨지는 주로 영업 실적에 기반한 평가 방식을 채택했으나, 이는 다양한 부서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IT 지원팀과 연구개발팀은 매출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지만, 회사 운영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내부적으로 불만을 초래했다.


IT 지원팀은 "우리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보상받을 기회가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고, 연구개발팀은 "혁신적인 프로젝트보다는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일만 하라"는 요구에 반발했다. 이로 인해 이직률이 증가하고, 조직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맥킨지는 부서별로 특화된 성과 지표를 재설정했다. 연구개발팀의 경우, '특허 획득 건수'와 '신제품 개발 주기 단축'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았으며, IT 지원팀은 '시스템 오류 발생률 감소'와 '내부 고객 만족도'를 성과 측정의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 변화 이후 직원들의 불만은 줄었고, 회사는 다시 회복 궤도에 올랐다.


맥킨지 사례는 성과 평가와 보상 체계가 조직의 특성과 부서별 역할을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조직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성과 평가, 그 이상을 추구하라


대화를 마친 뒤, CEO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성과 평가가 단순히 숫자만을 따지는 게 아니라,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창밖의 비가 잦아들고 있었다. X는 CEO를 배웅하며 말했다.

“성과는 숫자로 측정되지만, 주인의식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옵니다. 당신의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자신의 비전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것이 회사와 직원 모두를 성장으로 이끄는 길입니다.”


그날 이후, 그 회사는 성과 연봉제를 재정비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성과는 회사와 직원의 공통 목표


상담을 마친 X는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살폈다. 빗줄기가 어느새 잦아들고 있었다. 흐릿한 하늘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보며, 방금 전 CEO의 마음도 그러하길 바라는 마음이길 바랐다.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을 찾으면, 다시 밝은 길이 열리니...


X는 생각했다.


'성과 평가는 회사와 직원 모두를 위한 공통의 언어다. 직원들이 회사의 목표를 이해하고, 자신의 역할이 그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깨닫는다면,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주인의식이 회사를 살릴 것이다'




에필로그 : 성과 평가의 본질은 공존이다


성과 평가는 단순히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다. 직원들에게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과정이다.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려면, 먼저 공정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질문해야 한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지금 당신에게 똑같은 보상을 줄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돈을 낭비하겠습니까?”


사장뿐 아니라 직원 모두가 함께 성과와 평가, 그리고 보상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 공존할 수 있다. 그게 본질이다.


"지금 당신과 당신의 회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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