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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30. 2024

당신의 톤앤매너, 안녕하십니까?

경영 컨설턴트로서 도약을 위한 광화문덕의 X 스토리, 비즈니스와 톤앤매너

날씨는 흐렸고 바람은 쌀쌀했다. 회색빛 하늘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바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사무실 창밖을 잠시 바라보며,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에 다시 고개를 묻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다. 하지만 이런 일상이 익숙하다는 듯, 나는 그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동료에게 내부 공지를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 공지 좀 부탁드릴게요.”


간단한 메시지를 보냈다. 별다른 문제가 생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돌아온 답장은 짧고도 강렬했다. 나는 얼음물 한 통을 뒤집어쓴 듯했다. 


“그건 우리 일이 아닙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차가움과 단정적인 어조가 날카롭게 가슴을 찔렀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답장을 보지 못했다. 당황스러움, 화, 그리고 실망감이 뒤섞인 감정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물론, 모두가 바쁘다. 하지만 나는 이 한 문장에서 상호 존중이나 협업의 흔적을 느낄 수 없었다.


‘우리 일이 아니고 말고를 누가 정하지? 그는 도대체 자신이 무슨 권한으로 이렇게 말하는 걸까?’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나는 곧 나 자신을 다독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내 깨달았다. 이 상황은 단순히 화로 풀릴 일이 아니라, 내가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


그날 퇴근 후, 기분을 풀고자 헬스장을 찾았다. 런닝머신 위에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한 문장이 맴돌았다. 


‘내가 뭘 잘못했지? 이게 단순한 오해였을까? 아니면, 그 사람의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다른 사례들이 스쳐 지나갔다. 



넷플릭스의 피드백 문화


넷플릭스는 투명성과 직접적인 피드백 문화를 조직의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 회사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더 많은 자유를 통해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단순히 자신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조직 전체의 성과를 고민하며 서로에게 정직하게 피드백한다.


과거 넷플릭스의 한 프로젝트에서, 팀원이 무책임한 태도로 임하는 모습을 보고 동료가 “당신의 태도가 팀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라고 직접 피드백했다는 사례가 있다. 처음에는 당사자가 불편해했지만, 이후 문제를 인정하고 태도를 바꾸면서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 사례를 떠올리며 나는 깨달았다. 말 한마디가 단순히 관계를 망치는 도구가 아니라, 제대로 쓰면 조직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운동으로 마음을 비워내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정말 황당한 일이 있었어.”


친구는 익숙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일이었는데?”


나는 차분히 상황을 설명했다.


“내부 공지를 부탁했더니, ‘그건 우리 일이 아닙니다’라고 딱 잘라 대답하더라. 나 정말 이해가 안 돼. 그냥 부탁이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했을까?”


친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요즘 다들 예민하고 힘든가 보네. 너무 신경 쓰지 마.”


친구의 말은 위로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에 깊은 찜찜함을 남겼다. 단순히 피곤한 문제만은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태도에서 풍겨 나오는 무심함과 단정적인 어조는, 그가 나와의 소통에서 결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비즈니스의 톤과 매너


며칠 뒤,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업무상 관계로 알게 된 사람이었다. 기껏해야 온라인 회의를 몇 번 같이 한 정도의 사이. 하지만 그와의 회의는 매번 불편했다. 그는 늘 단정적인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통보하듯 말했다.


“이건 이겁니다.”


그 단순한 말투에 담긴 권위적인 태도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단체 채팅방에서는 사전에 논의도 없이 중요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행동할까? 모든 결정에는 배경 설명이 필요하지 않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태도가 정말 적절한가?’


나는 그 상황이 불쾌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역시 이런 태도를 고집하게 된 건 아닐까? 나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든 톤앤매너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까?’


나의 말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까?


내가 느낀 불쾌감은 상대방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결국은 말과 태도의 문제였다. 상대방의 말투가 단순한 소통을 넘어, 나와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사람의 말은 짧았지만, 그 무게는 나의 감정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퇴근길에 나는 다시금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혹시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한 적은 없었을까?’

‘내 말과 태도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비즈니스에서 말과 태도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조직 문화의 일부분이 되고, 더 나아가 회사의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즈니스에서든 개인적인 관계에서든, 말과 태도는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말투 하나가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작은 태도가 서로의 관계를 바꾸고, 때로는 갈등을 피하거나 깊은 이해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


그날 밤, 나는 나 자신과 약속했다.


‘앞으로는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더 신중히 고민해야겠다.’


창밖의 밤하늘은 잔잔했고, 가로등 불빛이 흔들리는 나뭇잎을 비추고 있었다. 말 한마디가 만들어내는 세계를 곱씹으며,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려 애썼다.


서재에 앉아 오늘을 기록하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잔잔한 가로등 불빛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진정한 변화는, 말 한마디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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