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텅 빈 마음 한 켠에는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린 말들이 사라지듯 내 마음속 단단함들도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대화를 멈추고 창밖의 눈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 말들은 나를 부수고 있다. 그 말들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혹은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면서 나를 점점 더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말은 단순히 내가 소유한 것이라 아니었다. 말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꺼내어지는 것이었고, 나는 그 깊은 곳을 지나치게 소모하고 있다.
내 말들은 가볍고, 때로는 쓸모없으며, 심지어 나 자신조차 지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입은 마치 고장 난 샘처럼, 멈출 줄 모르고 말들을 흘려보내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발은 더욱 거세졌다.
거리는 조용했고, 새하얀 길 위로 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나는 그 발자국들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던진 말들이 발자국처럼 어딘가에 남아 있다면, 그것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흔적을 남길까? 혹시 그 발자국이 너무 깊어서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면 어쩌지? 아니면, 너무 가벼워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나는 무엇을 남긴 걸까?'
나는 눈을 맞으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말이 많으면, 마음이 텅 비어버린다.”
말은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고요를 무너뜨리고 있다. 내 안에 있어야 할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외로움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빈 마음을 가득 채우고 싶다는 욕구가 무의미한 말들로 표출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결과는 내가 바랐던 것과는 정반대가 된다. 내가 쏟아낸 말들은 누군가를 채우지도 못했고, 나를 더 공허하게 만든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눈밭 위에 선명한 내 발자국을 바라보았다.
눈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내리고 있다. 그 차분함 속에서 나는 나를 바라보고 싶었다.
'말은 눈처럼 조용히 내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말의 무게다. 말은 많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적어야만 그 말의 진정성이 빛난다'
사람의 마음을 덮고 따뜻하게 녹아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말은 허공을 떠도는 잡음에 불과할 것이다.
나는 고요 속에서 다짐했다.
'말을 줄이고, 마음을 깊게 하겠다고. 쓸데없는 말들로 내 마음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술에 취해 수다를 늘어놓기보다는, 조용히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겠다고. 눈처럼 가벼운 말들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다정함으로만 가득한 말이어야 한다'고.
물론 나는 쉽게 변하지 않을 테니, 이 다짐도 언젠가 바람에 흩어지는 한낱 메아리로 사라질지 모른다.
하늘에선 여전히,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다.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향하고 있다. 나는 내 발자국 위로 다시 걸음을 내디딘다.
'말이 많지 않아도, 진심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 말이 적을수록, 마음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단순한 진리가 내겐 마치 손끝에서 자꾸 흘러내리는 물처럼 잡히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