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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광화문덕
Dec 10. 2024
거리에 장작 냄새가 난다
어릴 적 기억 속 한 장면을 내 마음 앞으로 데려왔다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를 걷는다. 발끝이 닿을 때마다 눈이 바스락거리며 꺼지고,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온다.
코끝이 얼어붙을 듯 찬데, 그 속에서 묘하게 따스한 냄새가 스며든다. 나무 장작 타는 냄새다.
순간,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다.
어딘가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올 것만 같은데, 보이는 건 끝없이 이어진 하얀 거리뿐이다.
장작
냄새가 어릴 적 기억 속 한 장면을 내 마음 앞으로 데려왔다.
"불장난, 왜 그리도 좋았을까?"
문득 혼잣말이 새어 나온다. 답을 찾기 위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잠자고 있던 기억 속 풍경을 떠올려 본다.
그때는 늘 추웠다. 겨울날의 온기는 항상 부족했다.
내 손은 두꺼운 장갑을 끼어도 차가웠고, 두꺼운 외투 안에서도 내 몸은 얼어붙는 듯했다. 그래서 우리는 온기를 찾아 헤맸다.
나뭇가지와 성냥을 모으는 손길엔 작은 기대가 담겨 있었다. 불을 붙이면 세상이 달라질 것만 같았다.
처음 성냥불이 나뭇가지 끝에 닿아 불꽃이 피어날 때, 친구들과 나는 숨을 죽였다.
작은 불꽃이 깜빡거리다 살아나면, 마치 우리가 세상에 무언가를 창조한 것처럼 신기하고 설렜다. 그 불길이 나뭇가지를 서서히 삼키며 커지면, 모두 손을 내밀어 따뜻함을 나눴다.
뺨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손끝이 녹는 그 순간, 추위는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땐 그게 전부였지.’
그땐 온몸에 탄 냄새가 배는 것도 몰랐다. 옷자락이 그슬리고, 손끝이 그을려도 그저 좋았다. 불길 앞에서 느끼던 따스함과 친구들과의 웃음소리, 그것들이 모든 걸 압도했다.
“이 냄새, 그때와 똑같아.”
혼잣말이 다시 흘러나왔다.
거리에는 어디론가 목적지를 향해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로 바쁘게 움직인다. 사람들 사이로 눈발이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듯 정신없이 흩날린다.
어쩌면 불장난을 하면서도 불꽃에 담긴 온기만큼이나, 친구들과 나눴던 그 순간들이 소중했던 걸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 속에서 불은 우리가 찾은 작은 세상이었다. 불꽃은 단순히 따스함을 넘어, 우리가 함께 만든 온기였다고. 거기서 우리는 추위를 이길 힘을 얻었고, 세상을 잠시나마 잊었다.
눈 덮인 거리를 걷다 보니, 장작 냄새는 희미해지고 어느새 차가운 공기만 남았다.
하지만 마음속엔 작은 불씨가 남아 있었다. 타들어가며 내게 따스함을 전했던 그 기억의 불꽃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채로 나와 함께 걷고 있다.
‘겨울은 여전히 춥지만, 그 시절의 불꽃은 내 안에서 계속 타오르겠지.’
혼잣말로 마무리하며, 나는 다시 길을 걸었다. 눈이 더 깊게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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