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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는 공짜인가?”…기술 개방의 오해와 진실

AI 시대, 오픈소스의 정의와 전략적 진화…무조건 '무료'는 아니다

by 광화문덕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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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eta가 자사 AI 모델 ‘Llama’를 오픈소스로 배포하면서도, 특정 기업에는 수익 분배형 라이선스를 적용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오픈소스의 개념과 상업적 활용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많은 기업과 사용자들이 ‘오픈소스’라는 표현에 대해 ‘자유롭고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라이선스 조건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거나 상업적 제한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오픈소스 운동의 출발
자유 소프트웨어에서 시작된 철학


오픈소스의 기원은 1980년대 중반, MIT의 해커 리처드 스톨먼(Richard Stallman)이 주창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Free Software Movement)’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사용자에게 소프트웨어를 실행, 복사, 수정, 재배포할 수 있는 자유(freedom)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985년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을 설립하고, GNU 프로젝트와 GPL(General Public License)을 발표했다.


이후 1998년, 기업 친화적이고 상업적 활용에 유리한 새로운 개념으로 ‘오픈소스(Open Source)’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오픈소스 이니셔티브(OSI)가 설립됐다.


오픈소스는 자유 소프트웨어가 가진 철학적 이상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성과 기업 수용성을 높인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게 된다.


오픈소스는 무료라는 건 오해


오픈소스란, 소스 코드가 공개되어 누구나 접근하고 수정 및 배포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체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공개'와 '무료'는 동일하지 않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복제와 변경은 허용하지만, 상업적 활용에는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오픈소스 라이선스로는 MIT, Apache 2.0, GPL, AGPL 등이 있으며, 각각의 라이선스는 사용 방식, 수정·배포 조건, 상업적 이용 가능 여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GPL, AGPL은 코드 공유를 강제하는 강한 오픈소스(Copyleft) 정신을 반영하는 반면, MIT, Apache는 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상업적 활용에 유리한 구조다.


최근 AI 기업들은 대부분 Apache 2.0 또는 자체 커스텀 라이선스를 채택해 상업화 여지를 확보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왜 돈이 되는가


과거에는 오픈소스가 비영리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지금은 대형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오픈소스를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Google은 Android를 오픈소스로 제공하면서도, Google Play 서비스와 API 라이선스를 통해 수익을 확보한다. Red Hat은 오픈소스 기반의 리눅스 배포판을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유료 기술 지원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해왔다.


AI 분야에서는 Stability AI, Hugging Face, Meta 등 주요 기업들이 ‘조건부 오픈소스’ 모델을 통해, 기술의 확산과 수익의 균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모델과 데이터셋을 오픈하지만, 기업 전용 고성능 API는 유료로 운영하며 오픈소스 기반의 이중 수익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소스가 기술을 전파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 확보, 커뮤니티 개발 유도, 경쟁사 견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오픈소스, 기술 민주화 vs 플랫폼 전략


오픈소스는 기술 민주화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생태계를 장악하고, 커뮤니티 개발자를 통제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AI 오픈소스의 경우, GPU 자원, 클라우드 인프라, 유통 경로 등이 특정 기업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오픈소스를 활용해도 실질적인 종속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곧 기업의 영향력 확대 전략으로 활용된다.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공개하되, 핵심 기능은 유료로 제공하거나, 상업적 사용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Red Hat은 리눅스 배포판 ‘RHEL(Red Hat Enterprise Linux)’를 중심으로, 오픈소스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기업 고객에게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코드는 공개하되, 공식 지원과 유지보수, 보안 패치를 제공하는 구독 모델이 핵심 수익원이다. 이 방식은 오픈소스를 중심에 두고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개발 생태계를 장악한 플랫폼이 오픈소스를 통해 자사 표준을 확산시키고, 커뮤니티의 개발 노력을 자사 제품에 통합하는 방식도 일반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술은 공개되지만 통제권은 여전히 특정 기업에 귀속되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오픈소스, 진정한 자유 vs 선택적 개방


AI 시대 오픈소스는 사실상 ‘조건부 자유’로 변화하고 있다.


특정 조건 하에서만 무료로 제공되며, 기업 이용에는 제약이 많고, 플랫폼을 통해 통제되는 경우가 많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혁신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불명확한 라이선스와 법적 책임 문제로 리스크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Hugging Face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오픈소스 AI 모델 허브를 운영하며, 오픈 협업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고객을 위한 고성능 추론 플랫폼 ‘Infinity’ 및 기업용 API, 모델 파인튜닝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커뮤니티 기여를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생태계와 상업 모델이 공존하는 형태로 평가된다.  


오픈소스에 대한 오해: “공짜니까 쓰면 된다”는 착각


오픈소스 도입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라이선스 조건, 기술 의존성, 유지보수 책임, 장기적 운영 전략까지 포함된 복합적 결정이다.


특히 상업적 프로젝트에 오픈소스 코드를 사용할 경우, 의도치 않게 전체 코드 공개 의무에 노출될 수 있다.

기술 공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 기반이 특정 기업의 플랫폼 위에서 이루어질 경우, 실질적 통제력은 공개 기업에 있다.


예를 들어, Meta의 Llama는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대기업이 상업적으로 사용할 경우 라이선스를 따로 체결해야 하며, 이는 오픈소스를 수익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Stability AI의 경우에도 텍스트-이미지 생성 모델 ‘Stable Diffusion’을 비롯해 다양한 모델을 공개하고 있지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는 상업용 라이선스를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오픈 모델의 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수익 기반을 마련하려는 이중 전략으로 해석된다.


자유 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의 경계


‘Free Software Foundation’이 주장하는 자유 소프트웨어는 사용, 수정, 배포의 완전한 자유를 보장한다.

반면, 오픈소스는 기술적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상업적 제한을 포함할 수 있는 ‘실용주의적 개념’으로 진화해왔다. AI 산업에서 오픈소스 논쟁이 뜨거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Harvard Business Review》(2023)는 오픈소스를 “공공기술(public good)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민간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정의하며, 기업 중심 오픈소스 모델이 전통적인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철학과 충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오픈소스가 기술 공유를 넘어서, 특정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료 시대를 끝내고 조건부 개방 시대로 간다


AI와 SaaS 산업의 확장과 함께, 완전한 자유 대신, 부분적 오픈 + 상업적 옵션 제공 방식이 주류가 되고 있다. 기업은 커뮤니티를 통해 혁신을 흡수하고, 핵심 기술은 유료 상품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오픈소스 라이선스 이해는 단순한 개발 기술이 아닌 경영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다.


기업들도 기술 확산과 생태계 확장을 위해 오픈소스를 활용하되, 수익화 가능한 경계선을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AI, 클라우드, 개발 툴 등 디지털 플랫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부분 유료화(Premium Open Source)’ 모델이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과 정부는 ‘오픈소스 독립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특정 기업의 오픈소스를 사용할수록, 그 생태계에 종속될 위험도 커진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디지털 주권 확보, 기술 독립성 확보를 위해 오픈소스 의존도를 관리할 전략이 필요하다.


AI, 블록체인, IoT 등 핵심 기술의 오픈소스 활용은 반드시 법적 분석, 커뮤니티 의존성, 장기 유지계획과 함께 평가돼야 한다.


AI 모델을 포함한 오픈소스 기술을 도입할 때, 단순히 ‘무료’라는 이유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픈소스의 라이선스 조건, 상업적 제한, 장기적 변경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법적 안정성과 공급망 리스크까지 포함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오픈소스는 과거의 순수한 ‘자유 기술 운동’에서, 오늘날에는 복잡한 라이선스와 전략적 상업화가 공존하는 산업적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AI 시대의 오픈소스는 단순한 코드 공유가 아니라, 기업 생태계의 중심축이자 플랫폼 전략의 핵심 수단이다.


따라서 오픈소스를 도입하거나 활용하는 모든 개인, 기업, 정부는 ‘무조건 무료’라는 환상을 버리고, 기술적 장점과 법적·경제적 조건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오픈소스는 더 이상 ‘모두에게 열려 있는 무료 자원’만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오픈소스는 기술 확산과 수익 창출, 커뮤니티 활성화와 플랫폼 종속, 자유와 제약이 복합적으로 얽힌 전략적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AI 시대의 오픈소스는 그 활용 가능성만큼이나, 사용 조건과 상업적 제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과 개발자 모두 기술뿐 아니라, 라이선스와 권리 구조를 이해하는 법적 감수성을 가져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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