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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Dec 08. 2015

#30. 세계 IT 시장을 보다

우물안 개구리였구나...

모든 게 새롭다

첫 해외여행이다. 태어나서 타보는 첫 비행기이기도 했다. 여권도 새로 만들었다. 캐리어 가방도 장만했다.


굉장히 설렜다. 미국이라니. 그것도 라스베이거스다. 영화에서나 봤음직 한 그런 곳. 현란한 네온사인이 있고 도박(?)의 도시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 온갖 액션 영화의 배경이 된 바로 그곳!!! 언제 다시 가볼까 라스베이거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설렘은 그대로다. 내 생에 첫 비행기 륙! 비행기가 뜰 때의 두려움과 설렘은 아직도 생생하다.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 마치 바이킹을 탔을 때 느꼈던 그 느낌! 첫 경험은 무엇이든 아찔하고 오래 기억된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난생처음 가보는 인천공항. 눈앞에서 본 비행기의 웅장함. 마치 TV 속에서나 봤을 것 같은 공항 내 외국인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티켓팅을 하고 출국 심사대를 거칠 때의 긴장감. 죄지은 것도 없는데 뭔가 무서웠다. 세관 직원들의 제복에 기가 눌렸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심사대를 지나니 면세점이 펼쳐졌다. 당시만 해도 난 백화점 명품관조차 가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크고 화려한 명품 간판을 본 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처음이었다.


귀인의 조언

거기서 난 한 선배를 졸졸 쫓아다녔다. 내 생에 귀인이었기에 '귀인'이라고 부를 것이다. 내 기자 삶의 롤모델이기도 한 그 선배는 지금도 내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삶이 우울하고 답답할 때면 전화를 걸어 토로한다.


귀인 선배는 지금의 딱 내 연차 정도였다. 훤칠한 키에 부(富)티가 났다. 아는 것도 많았고, 집안·학벌 모두 빠지는 게 없었다. 내게 연예인과 같은 존재였다.


'아 이 선배는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봤구나'


면세점을 마치 동네 가게처럼 휘젓고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선배가 바로 전편에 내가 언급한 귀인 선배다.


이 선배는 나를 친동생처럼 대해줬다. 함께 출장을 가기 전까지 몇 차례 인사를 한 적은 있었지만 아주 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 홀로 멀고도 낯선 미국이라는 곳으로 가야 했기에 귀인 선배를 쫓아다녔다. 마치 강아지가 어미 개를 졸졸 쫓아다니듯...


귀인 선배는 경험이 적었던 내게 면세점 상식 등 이런저런 많은 조언을 해줬다. 여자친구 선물 살 때는 스와로브스키가 괜찮다 등등... 당시 여친은 없어 참고만 했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귀인 선배의 조언으로 어려웠던 국장, 부장, 팀장의 선물은 마련했다. 또한 첫 출장인 만큼 가족 선물도 고심해서 골랐다.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최신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동안 못 봤던 최신 영화를 몰아서 봤다. 보다가 졸리면 자고 깨면 다시 영화 보기를 반복했다. 11시간의 비행기 여행...


LA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에 왔으니 뭔가 새로운 걸 먹을 줄 알았다. '미쿡' 현지 음식을 기대했다. 영화에서 봤음직 한...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제대로 실망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유명인이 운영 중이라는 한식집이었다. 미국에서 먹어보는 불고기는... 한국에서 먹었을 때랑 같았다... 이걸 먹으러 미국까지 왔나 싶었다...


다시 버스에 올랐다. 허허벌판인 사막을 지나 라스베이스거로 향했다. 6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솔직히 좀 무서웠다. 미국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고속도로에 우리 버스만 덩그러니 달리고 있었다. 주위엔 차가 거의 없었다. 인적도 드물고. 마치 영화 보는 듯했다. 공포영화...


'영화에 보면 이렇게 한적한 곳 주유소에 가면 거기서부터 공포가 시작되던데... 만약... 여기서 누군가 우리 버스를 세우고 강도질을 하기라도 한다면....'


 이런 뻘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방송 소리에 잠에서 깼다. 내 기억으로는 밤에 도착한 것 같다... 화려한 네온사인만 봐도 여기가 라스베이거스임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매년 1월 초 국제가전쇼(CES)라는 것을 한다. 세계의 전자제품 제조사가 올해 선보일 제품을 미리 선보이고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당시 3D TV와 아몰레드(AMOLED) 기술이 주목받고 있었다. 기자들의 관심사도 단연 3D와 아몰레드 화질이었다.


여독을 풀기 위해 휴식을 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전시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곳이 바로 CES 현장

웅장한 전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세계인이 집중하는 전시장이구나란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전시장에는 외국인이 설명을 해줬다. 간간이 한국인도 보였다. 난 영어울렁증이 있었으므로 귀인 선배 옆에 꼭 붙어있었다. 고목 위에 매미처럼...


전시장에는 내가 아는 브랜드도 있었지만 생소한 브랜드도 많았다. 한국에서 내가 봤던 세상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래서 해외에 많이 다녀야 한다고 사람들이 했던 거구나'


내가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제품에만 몰두하는 사이  귀인은 내게 조언했다.


크게 봐야 해. 제품 하나하나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세계적인 분위기를 보렴.

현재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이 우수한 것은 맞지. 그런데 그 주위로 부스를 꾸린 중국 제조사들을 봐봐.

그들은 비록 지금 조금 거칠고 조잡한 제품을 선보였지만 내가 보기엔 머지않아 삼성과 LG를 위협할 수준이 될 것 같아.

기사를 쓴다면 이런 분위기를 놓치면 안 되겠지?


주옥과도 같은 말이었다. 사실 그랬다. 특히 전체적으로 한국과 일본 전시장을 중국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 중국 제조사는 삼성이 내놓은 제품 대부분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선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록 조잡하긴 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시장 취재는 빡셌다. 일정이 굉장히 빡빡했다. 개인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난 정신없이 기자회견을 쫓아다니며 타이핑해댔다. 어쩌면 다시 못 올 이곳을 기록하기 위해... 매 순간 뛰어다녔다. 조금이라도 더 살펴보기 위해...


갑자기 기자 선배 몇몇이 한곳에 모여 상기된 얼굴로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난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뭔가 특종이 있는가 싶은 마음에...


"전시장 옆에 가봤어"


"뭔데요?"


"지금 전시장을 나가서 바로 옆 전시장을 봐봐. 지금 다들 거기 간다고 난리야!!!"


선배는 뭔가 신시장이라도 개척한 듯했다. 출장 기자에게 특종은 못하더라도 낙종(남들 다 처리한 기사를 나만 모르는 경우)만은 피해야 했다. 낙종을 하는 건 아닌가란 두려움에 달려갔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거기엔 성인물 19금 콘텐츠 전시장이었다. 그것도 3D!!!!!!!!!!!!!!!!!


아쉽게도 난 거기에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너무 부끄러웠다. 다른 선배들도 쉽게 용기를 내지 못했다. 취재하러 경험하러 들어간다는 명분은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엔...


만약 지금이라면 들어가서 보고 왔을 텐데란 아쉬움이 크다......


에필로그

지금도 매년 열리는 CES는 IT기자에게 아주 중요한 전시회입니다. 이곳에 가면 한 해의 가전 트렌드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출시되기 전 제품도 만져볼 수 있습니다. 미리 학습됐으니 기사를 쓸 때도 더 깊이 있는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내년 CES에 어떤 제품이 선보일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현재까지 나온 기사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갤럭시S7 등 차세대 프리미엄폰과 보급형 스마트폰이 소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소니와 샤오미의 전략 제품들도 볼 수 있을 듯하고요.

특히 이번 CES에서는 자동차 기술에 대한 것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난해 행사 때보다 전시 규모를 25% 정도 확장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볼거리가 풍성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을 정도예요.  

우연히 오늘 식사를 함께 한 지인분이 내년 CES에 가신다고 하셔서 부탁했습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영상 좀 찍어 보내달라고 말이죠. ^^ 지인분이 현지에서 시간이 허락된다는 조건에서 말이죠. 기회가 된다면 브런치로 내년 CES 현장을 중계해보겠습니다.

이처럼 제게 CES는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 역시도 남다릅니다. 미국에 대한 동경이나 사대주의가 아닙니다. 그냥 제가 첫 해외여행을 갔다는 의미에서입니다. 

가끔 생각이 납니다. 저녁에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나와 찾아갔던 한인 순댓국집, 새벽 라스베이거스에서 거리에서 만난 노숙인의 모습, 노숙인은 한 학생과 토론을 하는 듯했습니다. 진지한 대화를 하는 듯했습니다.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호텔 로비에서 만난 금발의 미녀들도 잊지 못합니다. 말은 못 걸어봤지만 영화 속 모습은 그대로였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약 7년 동안 아내와 다녀온 하와이, 괌, 폴란드, 두바이 등 다양한 나라를 다녀봤지만, 그때만큼 제게 설렘을 주는 나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첫 경험이라서 더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는 만큼 알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의 참 의미를 해외를 다니면서 알게 됐습니다. 비록 취업하기 전에는 수도권을 벗어난 적조차 없지만, 이 말에는 깊이 공감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을 다녀보고 싶고, 그 지역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깨닫고 싶다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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