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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pr 16. 2016

#47. 국장의 퇴사

날 그토록 아껴주던 이가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

#38. 메이저 매체서 국장이 오셨다, #39. 신입 교육을 맡다 편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적응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이어졌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그걸 토대로 기사를 쓰고... 기사 쓰는 데에도 어느 정도 숙달이 됐다. 기자라는 직업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부장들이 요구하는 기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소화해내며 사내에서 인정을 받으며 성장해갔다.

얘기 들었어?

메신저가 왔다. 선배가 생뚱맞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너 못 들었구나 국장 나가셨대"


"네??? 왜요?"


"못 버티신 거 아니겠어?"


대충 짐작은 갔다. 국장은 매체의 성장성을 보고 오셨다. 좋은 매체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으리라. 다른 이들보다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이들을 잘 가르쳐 메이저 기자 못지않은 기자로 성장시켜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짐작하건데... 대표는 국장에게 원한 것은 기자의 질적 성장은 아닌 듯했다. 메이저 매체 국장의 영업력을 원했던 것 같았다. 메이저 매체에서 다양한 인맥이 형성돼 있었을 테고, 그는 이것을 이용해 매체 매출 증가를 꾀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쉬움...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다는 것이 너무 속상했다. 그만두셨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는 게 죄송했다.


기자들의 자질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이셨던 분이셨는데... 너무 아쉬웠다. 글도 정말 잘 쓰시고 인품도 인자하신 분이셨는데... 조금 건방지게 이야기하면 동네 어르신 같았던 후배들에게 참 편한 분이셨는데...

한 달 후...

국장께 작별인사도 못 했다는 것은 내게 늘 죄책감으로 남아있었다. 술에 취해 전화기를 들었다. 전화했다.


"여보세요."


"국장님 잘 계시죠?"


"아!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 있니?"


"아니요. 그냥 안부 인사 드렸습니다. 통 전화를 못 드려서요."


"난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난 잘 있다."


"넵 국장님, 아니 선배. 조만간 찾아뵐게요. 건강하세요."


짧은 전화였지만, 내가 국장께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 이상은 없었다.

1년 뒤...

갑자기 선배가 떠올랐다. 전화를 들고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선배 잘 지내시죠~? 저 신동진입니다."


"어! 오랜만이야. 넌 어떻게 지내니?"


"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건강하시죠?"


"그럼. 건강하지.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넵 그럼요. 안부 인사에요. 선배 생각이 나서요"


"고마워~!"

그 이후에도...

선배가 생각나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선배는 늘 '내가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한 건 아닌지' 걱정해 주신다.


늘 후배를 걱정해 주시고 아껴주셨던 선배, 내 기억 속에는 늘 인자하게 웃는 모습만이 기억돼 있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배이고 싶다.


20년 후...
국장의 나이가 된 내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난 인자한 웃음을 만드는 데 성공했을까? 난 잘살고 있을까? 주변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미래의 내가 궁금함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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